나비문학상 심사평 (시 부문)
인터넷이 새로운 창작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웹상에서 문학이 독자들과 만난다는 사실은 문학의 새로운 소통방식임이 분명이다.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소통방식은 새로운 형식과 새로운 내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문화웹진을 대표하는 ‘나비’가 주최하는 제1회 ‘나비문학상’ 응모작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여섯 분의 작품이 최종심에 올랐다. 서정적 진정성이나 언어적 숙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삶 혹은 현실과의 접점에서 포착해내는 시적 감동과 진실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상투나 설명을 넘어서지 못할 때 그 감동과 진실은 통속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나비문학상’에 기대하는 새로움이라는 척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와 감각과 사유의 지평을 새롭게 밀고 나가려는 패기, 삶과 세계와 시대를 새롭게 발견하려는 개성이야말로 신인에게 기대하는 가장 큰 덕목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결정은 단번에 일치했다. 「화장(火葬)」 외 7편을 당선작으로 내보낸다. 언어와 감각을 운용하는 솜씨를 높이 평가했다. 「화장(火葬)」에서는, 누이의 죽음이라는 자칫 진부해보일 수 있는 시적 소재를 섬세한 환유적 감각과 사유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리ː플러」와 「마리아 화화(火花)」 또한 신선하고 다채로운 시적 성찬(盛饌)으로 풍요롭다. 그러나 돌파는 응집된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시적 점착력과 응집력에 대해서도 고민했으면 한다.
최종심에 오른 「오래된 오르간」외 6편, 「눈 감고 가는 여행」외 6편, 「아침의 안부를 묻다」외 6편, 「꽃뱀이 콱」외 6편, 「감나무 설화」외 9편에도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정진이 왕도일 것이다.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축하하며, 멋진 돌파와 비상을 기대한다.
예심 심사위원 | 정여울 정해종
본심 심사위원 | 도정일 정끝별 정해종
수상소감
난파
오랫동안 심기증처럼 함께 해온 날들보다 버림받고 쫓겨날 이별을 더 아득함으로 받아 詩를 유혹하며 살아왔다. 상처 입은 살에서 피가 흘러내리지 않는, 내 안으로 소용돌이치며 내 우울질세포에 흡수되는 이 이상한 고통의 포만감, 나는 스스로 앓기 위해 詩로서 자해한 것이다. 詩로서 우울을 미화했던 것이다. 이제, 지상에서 첫 꽃을 토하며 휘파람에도 휘청거리는 병약한 詩적 포즈를 잊기로 한다. 죽음을 타고 넘어오는 남녀를 현혹하는 신기루놀이는 관두기로 한다.
지금 나는 시의 반란을 꿈꾼다. 거리 곳곳마다 시의 함성과 시의 광장과 시의 슬로건과 시의 혁명과 운명이 반란하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 반란의 중심이 문화웹진 ‘나비’라 예언한다. 시인 커트 코베인과 악수, 안녕B와 함께.
지금 이 순간, 내 감사함은 오직 이 하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명예와 존경을 자식의 최초의 편지로서 드높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자식 된 도리로서 내가 이룰 가장 큰 효라면
날 닮은 어버이 눈물 흘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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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난파
인사동에서 생활하고 상계동에서 취한다. 그런지 시애틀 사운드를 동경하며 십년 이상을 그들에게 시적으로 빚지고 있다. 싱글시집 ‘내 외로움에는 그리움이 없다’를 기획하고 있으며 경북 영양군의 별빛을 그리워하고 있다. 영원히 그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