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청년이 몸을 숙이고 여자에게 뭔가 말을 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한참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도 아내의 귓가에 대고 저런 식으로 속닥거리곤 했다.
“…… 인 거 같아요…….” 청년이 말한다.
잘 안 들린다. 입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서 그는 당황했다.
“아, 미안, 지금 뭐라고 했어요?”
“…… 이고요, 역시 ……게 나을 거 같아요.”
목소리가 자꾸만 뚝뚝 끊겼다. 청년이 그런 식으로 말할 리는 없으니 자신의 귀가 이상한 것이다. “미안해요, 내가 멍하니 있다 보니”라고 그는 다시 한 번 사과했다. 보청기를 꽂고 있기 때문에 귀가 안 좋다는 건 두 사람 다 눈치를 챘겠지만 그걸 꽂지 않은 쪽 귀까지 들리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장실을…… 하려고 했…… 뿐인데…… 가 벌써…… 했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이는 바람에 그는 깜짝 놀라 급하게 만류하며 말했다.
“아직 텐 프레임이 남았는데?”
“…… 벌써 충분히…… 했습니다. 마지막은 아저씨가 직접 던…… 가게를 접는 건…… 아저씨가 마무리를 해주셔야죠.”
그렇구나, 최종 프레임을 나한테 던지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냐, 기왕 여기까지 게임을 했는데. 자네가 계속 던져.”
“충분히 놀았어요.” 여자 쪽이 입을 열었다. 톤이 바뀌어서 이번에는 잘 들린다.
“자, 어서 해보세요. 저희가 아저씨한테 하시라고 권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지만요.”
아닌 게 아니라 이상한 이야기다. 예상치 못했던 전개에 그는 잠시 침묵으로 응했다. 귀 상태가 나빠진 뒤부터, 아니,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실은 전혀 볼을 던지지 않았다. 하이오크 씨의 소리를 자신의 손으로 재현해보겠다는 꿈도 어느샌가 내던져버렸다. 고막에 달라붙은 그 신비한 소리가 이 레인에 울려 퍼진 일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이다. 시험해보기로 하자면 지금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프로치의 스탠스 도트에 떨군 시선을 그는 천천히 두 사람에게로 향하고 잠깐 틈을 둔 뒤에 말했다.
“이렇게 나를 생각해줘서 고마워. 그럼 그 마음을 받아서 한번 해봐야겠네.”
그러고는 카운터까지 돌아가 발치 아래의 양쪽으로 여는 선반에서 검은 가방을 꺼냈다. 연달아 몇 대씩이나 차가 팔렸을 때, 그에 대한 상으로 따로 주문해서 만든 ‘마이 볼’이다. 색깔은 검은색, 중지와 약지의 그립이 얕고 엄지가 구멍에 척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역시 예전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이 나이쯤 되면 딱 맞는 공을 쓰지 않으면 다치거든”이라고 묻지도 않은 변명을 하고 그는 어프로치에 나가 섰다.
백 살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어디선가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00이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첫 투구에서 스트라이크, 아니면 두번째 투구에서 스페어를 처리하고 그다음에 여덟 개를 넘어뜨리면 100점에는 도달한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건 점수가 아니라 그 소리였다. 꺼낸 볼을 천으로 한바탕 닦아준 다음, 그는 오른쪽 귀의 보청기를 조용히 빼냈다. 소리가 한꺼번에 멀리 물러가서 그저 널찍한 공간에 자신만 남겨진 것 같았다. 볼을 안고 오른쪽에서 두번째의 표시에 오른발 끝을 맞췄다. 학생 시절부터 변하지 않는 그의 스탠스 도트다. 하지만 정말로 이 위치로 괜찮았던 걸까. 그 소리를 한 번도 울려내지 못한 이 위치로 괜찮은 걸까. 이제는 모르겠다. 등 뒤에서 두 사람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왼발을 내디뎠다. 두 걸음 째의 이동에서 이미 볼의 길이 보였다. 오늘 아침의 왁스 분량과 그 분포는 머릿속에 들어 있다. 어느 정도 미끄러질지, 어디서 훅이 걸릴지,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똑바로 걸어 파울 라인 오른쪽 끝의 스폿에서 날카롭게 팔을 휘둘러 올리면 볼은 1번 핀과 3번 핀 사이를 잡아낼 것이다. 하지만 릴리스하는 순간, 손가락이 묘한 식으로 빠지면서 청년과 똑같이 볼을 레인에 내리치는 식으로 던져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인에 떨어지는 소리가 스윽 사라지고 공은 빙글빙글 미끄러지면서 스위트 스폿에 가닿아, 이제 조금만 더, 라는 참에서 오래된 핀의 소리가 콰앙쿠웅콰앙쿠웅 하고 일제히 울리기 시작하고, 그것이 들리지 않는 귀의 밑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환청인지 현실의 소리인지 구별하지 못한 채, 두런두런 일어서는 침묵의 술렁임 속에서 몸을 응고시킨 그의 목덜미에 희미한 전율이 내달렸다. (끝)
* 내일부터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제34회 수상작인 「번데기」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