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프레임은 스페어 처리에 실수를 해서 지금까지 65점. 여기저기로 생각이 흐트러졌던 탓인지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파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1프레임에서는 제법 들려오는 듯하던 상쾌한 소리의 공이 좀체 나오지 않는다. 흘끔 손목시계에 눈을 던지자 그의 시선을 보고 “아, 시간 괜찮으세요?”라고 여자가 재빨리 반응을 보였다. 예정된 폐점 시간은 진즉에 지나갔다.
“걱정 말아요, 이 게임의 끝이 곧 폐점이니까.”
그는 웃음을 짓고는 청년을 향해 초보적인 충고 한마디를 던졌다.
“핀이 남았으면 서는 위치를 바꿔봐요.”
하이오크 씨가 곧잘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자신의 힘이나 폼에 맞는 어프로치의 거리와 서는 위치를 정하기 위해 바닥에 새겨진 스탠스 도트의 어디에 발을 놓으면 가장 좋은지 알아내는 것. 파울 라인의 스폿과 그 끝에 있는 목표물을 이어주는 궤도를 머릿속에 그려보고, 핀을 응시하지 말 것. 스페어를 노릴 때는 잔류 핀의 형태에 따라 서는 위치를 바꾸고 공의 진입 각도를 조정하여 그때마다 발 놓는 방향을 비켜 설 것. 폼만 안정되면 모든 것은 어프로치에서 정해진다.
하지만 하이오크 씨는 아무리 복잡한 핀이 남겨졌을 경우에도 절대로 서는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 점찍은 스탠스 도트를 단 한 개도 물리지 않고, 평행 핀이 출현해도 레인 끝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그런 방식으로 던져서는 핀의 배치에 따라 스페어가 불가능한 것이 나온다. 시합에 이기지 못했던 건 그게 원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스탠스에 대한 하이오크 씨의 집착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프로 볼링 선수가 되기 전에 하이오크 씨는 똑같은 프로 중에서도 야구 투수를 목표로 삼았다가 결국 대성하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었다, 라는 그럴싸한 소문도 떠돌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던지는 건 같은 폼, 같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서로 다른 볼을 반복적으로 던지는 야구 투수의 그것과 비슷한 듯하기도 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하이오크 씨가 던지는 볼만 남들과는 다른 음색으로 핀을 튕겨낸다는 것이었다. 핀이 날아가는 순간의 영상은 똑같은데도 그 한 박자 뒤에 레인 안쪽에서 튀어나오는 소리가 확산하는 일 없이 큼직한 공기 덩어리가 되어 이쪽 편으로 포복해서 다가온다. 푸근하고 달콤하고 공격적인 냄새가 전혀 없는, 태아의 귀에 울리는 어머니의 심장박동 같은 소리. 그는 어떻게든 그 소리와 서는 위치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했지만 하이오크 씨는 “스탠스 도트는 서는 위치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꾸지 않기 위한 거야. 아, 나한테만 그렇다는 얘기야”라고 빙글빙글 웃으며 대답해주지 않았다. 모의 시합의 승패를 결정하는 스페어를 겨냥할 때도 하이오크 씨가 서는 위치는 변함이 없었다. 연주하는 핀의 소리도 바뀌지 않았다. 그것이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하이오크 씨만의 스탠스였다.
아직 연애를 하던 시절에 그는 아내에게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했다. 친구에게서 하이오크 씨가 자신의 스탠스 도트를 전혀 바꾸는 일 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건 한창 리틀베어 볼링장의 개업 준비를 하던 때였다.
어째서 이런 것들을 줄줄이 떠올리고 있을까. 담배를 든 여자의 왼손에서 보라색 보석이 박힌 은빛 반지가 둔중한 빛을 뿜고 있었다. 2월생인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내도 자수정 반지를 꼈다. 생일에 그가 선물해준 것이다. 자수정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대. 일종의 부적 같은 거니까 난 아마 오래 살 거야. 백 살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아내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곧잘 그런 말을 했다.
“……100까지 가려나.”
청년의 목소리에 흠칫했다. 벌써 마지막 판이다. 8프레임의 첫번째 투구에서 여덟 개. 청년은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어프로치를 왼쪽으로 이동하고 10번 핀을 대각선으로 노려봤지만 오른쪽 거터에 걸렸다. 9프레임은 스페어 못 잡고 9점. 합계 82점. 100대까지 가느냐 마느냐는 최종 프레임의 투구로 결정된다. 게임이 끝나면 이 두 사람에게 어떤 얼굴을 보여야 할까. 아니, 자신을 향해 어떤 얼굴을 보여야 하는가. 뜻밖에도 그는 긴장하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