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황하여 스코어에 급히 득점을 써 넣었다. 스페어는 나왔지만 아무래도 생각대로 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우는소리를 하는 청년에게, 볼링장에 비치된 볼로는 프로 같은 훅은 던질 수 없는 거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하우스 볼은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모두 사용할 수 있게 구멍이 뚫렸고 게다가 중심이 한가운데로 설정되어 있다. 팽팽 도는 팽이와 똑같은 이론으로 축이 정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굽어드는 일은 없다. 반대로 오더 메이드 볼은 중심을 슬쩍 비껴두기 때문에 회전이 되면 좌우 어느 쪽인가로 기울어져 레인의 왁스가 끊긴 순간에 마찰이 걸려 뱀이 머리를 쳐드는 것처럼 굽어든다. 그런 지식을 그는 모두 하이오크 씨에게서 배웠다.
하이오크 씨는 그가 도쿄 교외의 대학 이학부에 다닐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솔린스탠드의 고객이었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손질이 잘된 자동차를 타고 와서 질 좋은 기름을 부탁하곤 했는데, 어디서 입수한 지식인지 당시에는 레이스에서밖에는 사용되지 않던 하이옥탄(high-octane)을 농담처럼 슬슬 주문하곤 해서 점원들 사이에서 그런 별명이 붙여졌던 것이다. 유난히 말수가 적은 그조차도 저절로 말을 하게 만드는 몹시 친해지기 쉬운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가 응대에 나섰을 때, 차 안을 보니 조수석에 새까만 왕진 가방 비슷한 것이 놓여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셨어요?”
주유 작업을 하면서 무심코 물어보았다.
“아, 아냐. 안에 볼링공이 들어 있어. 요 앞에 있는 볼링장 알아? 에이트 프린시스 볼링장이라고, 거기서 일해.”
그리고 하이오크 씨는 웃으면서 “한번 놀러와”라고 청해주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쉬는 날에 친구와 함께 찾아갔더니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 거기서 처음으로 그는 하이오크 씨가 예전에 프로 볼링 선수였다는 것을 알았다. 투어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어서 레슨 프로로 수업료를 받아 그럭저럭 생활을 해결하고 있었는데 어느 해, 사정이 있어서 오프로 몰래 일하러 나갔던 건설 공사현장에서 잘 쓰는 오른쪽 팔의 엄지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고 리그전에 나설 힘을 잃었다. 열심히 재활훈련을 해서 복귀하려고 해봤지만 세 게임 연속으로 던지고 나자 부상당한 손가락이 경직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엄격한 연습을 거듭해도 지구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그린 대로 공이 던져지지 않으면 프로라고 이름을 내세울 수도 없고 레슨비를 받을 수도 없었다. 결벽한 성품의 하이오크 씨는 사십대 중반에 은퇴를 결심하고 소속처인 볼링장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지금은 온후한 그의 성품을 존경하여 찾아오는 프로 새내기들에게 근무 틈틈이 무료로 코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이오크 씨의 가르침은 훌륭했다. 구두로 간단한 지시를 해줄 뿐, 손짓 발짓의 레슨은 하지 않는데도 어드바이스를 받은 사람이 당장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정확한 지적이었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야구의 마운드나 축구의 잔디, 그리고 스케이트 링크의 얼음판을 통해 쉽게 상상할 수 있듯이 아침과 저녁에는 레인의 기름칠이 다르다, 똑같은 시각이라도 날에 따라 미묘한 감촉의 차이가 생기고 그것을 읽어내는 데는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이오크 씨는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도움을 청할 때는 스탠스 잡는 법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기도 했다.
단지 어쩌다 그가 보여주는 실기 쪽은 이상하게도 그런 주의 사항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었다. 일단 폼부터가 어쩐지 괴상한 것이다. 엉거주춤하다고 해야 하나, 자세를 잡을 때 볼을 가슴팍까지 올리지 않고 허리벨트쯤에서 팔꿈치를 꺾은 채 너무 무거워서 들지 못하는 수박처럼 볼을 어설프게 늘어뜨리고서 숙인 허리의 몫만큼 엉덩이가 뒤로 쭉 빠지는 자세가 된다. 백스윙은 거의 없고, 투구 동작에 들어간 뒤의 모습은 영락없이 펭귄이었다. 그런데 이 답답해 보이는 폼에서 내던져진 볼이 소리도 없이 레인을 미끄러져 그의 귀를 지금껏 매료시키고 있는 그 소리를 연주해내는 것이었다. 널찍한 장내의 서른 개나 되는 레인이 모두 게임을 하고 있어도 하이오크 씨가 던지는 볼 소리는 곧바로 식별해낼 수 있었다. 그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랬다.
“여기서 여섯 개……. 최소한 아홉 개는 되었으면 했는데.” 청년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