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귀에는 몇 차례나 조정을 거듭하여 마침내 자신의 것이 된 보청기가 들어 있었다. 핀 소리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한 건 삼 년쯤 전부터였다. 손님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고 넘어가는 일이 많아서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지 얼마 안 되어 중앙 레인 안쪽에서 생기는 굵직한 소리가 좌우 불균형으로 들려왔다. 아내가 죽은 뒤로 이런 증세가 더욱더 악화되어 가벼운 현기증에까지 시달리게 되었다. 전문의를 찾아갔더니 돌발성 난청이니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좋아질 거라는 진단을 내려주었지만, 스트레스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고 실제로 이래저래 검사를 해봐도 확실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결국 보청기로 최대한 보완해보자고 얘기가 되어서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텨오기는 했지만, 회복될 전망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오늘 저녁에 일을 그만두면 이제는 별 쓸모도 없을 터인 이 장치도 빼버릴 생각이었다. 레인을 폐쇄하면 이제는 듣고 싶은 소리도 없어진다. 게다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기계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다시 스페어를 처리하지 못한 청년이 “뭐, 시합하는 것도 아니니까 됐어”라고 변명을 한다. 스코어 시트에는 9와 마이너스가 기입되고 24라는 득점이 적혔다. 단독 게임이 진행될수록 처음에는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던 여자 쪽이 점점 달아올라서 볼이 핀에 닿는 순간에는 주먹을 부르쥐는 게 보였다. 4프레임의 첫 투구에서는 힘이 너무 들어가 왼쪽으로 치우쳐서 겨우 세 개. 마음을 다잡고 나선 두번째 투구에서는 다섯 개. 그는 그런 순서로 숫자를 적어 넣고 32라고 점수를 기입했다.
중고차 판매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열심히 뛰었던 삼십대 중반 무렵, 국산차만 할 게 아니라 큰 회사에서는 다루지 않을 만한 외국차를 취급해볼 수는 없을까 하고 그는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시찰을 나갔다. 물론 실제로는 관광이 더 큰 목적이었지만, 영어는 몇 마디밖에 못 하면서 패키지투어에 따라가지 않고 렌터카를 빌려 둘이 여기저기 돌아다닌 건 상당히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 아내의 불편한 다리를 생각하면 열차보다는 버스, 버스보다는 승용차를 선택하는 게 극히 자연스러운 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우측 차선에도 익숙해진 사흘째, 달려도 달려도 길밖에 없는 반나절을 보내고 가까스로 눈에 띈 드라이브인에 들어섰을 때의 일이었다. 아내가 화장실을 좀 빌려야겠다고 하는지라 그는 레스토랑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데, 거기에서 보이는 게임 코너 한 귀퉁이에 레인이 세 개뿐인 오래된 볼링장이 있어서 트럭 운전사인 듯한 남자들이 기분 전환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핀의 재질은 무엇일까.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담배 연기와 스테이크를 굽는 기름과 마늘 냄새 너머로 일본에서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약간 묵직하고 웅웅거리는 느낌의, 그러면서도 따뜻한 소리가 울려왔다. 핀 세터의 뻑뻑한 동작이며 핀 데키 위의 전구 장식 같은 로고의 취향도 좋았지만 그는 그 독특한 음색에 강하게 끌렸다. 자신의 허리둘레 정도나 될 것 같은 팔뚝을 가진 남자들이 있는 힘껏 내던진 볼을 열 개의 핀이 받아들이면 와장창 무너지는 그것들의 움직임과는 정반대로 담요로 감싼 듯 실로 부드러운 소리가 돌아오는 것이다. 그 소리를 그는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아내의 손을 잡고 그는 레인이 있는 한쪽 귀퉁이까지 데리고 갔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하지 마. 여기서 묵기로 정한 것도 아닌데 당신이 볼링 시작했다가는 도무지 끝이 안 나잖아.”
“그런 게 아냐. 소리야.”
“무슨 소리?”
“핀 소리 말이야. 핀이 튕겨 나가는 소리 좀 들어봐.”
그제야 그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런 때면 늘 하듯이 약간 등을 구부정하게 숙이고 고개를 갸우뚱한 채 귀를 기울였다.
“알겠어?” 그는 아내에게 물었다.
“글쎄, 나는 모르겠는데.”
“비슷하잖아, 하이오크 씨 소리하고. 그 사람이 던진 뒤에 돌아오는 게 바로 이런 소리야.”
아내에게 설명해주면서 차례차례 튀어 오르는 레인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에 그는 점점 뺨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좌우 다리의 균형이 안 좋아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아내는 스포츠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내왔다. 그가 좋아하는 볼링장에 함께 따라오기는 해도 의자에 앉아 스코어를 적기만 할 뿐 게임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따분한 얼굴로 앉아 있는 게 아니라 핀이 리셋되는 사이에 우스운 농담이나 추억 이야기를 즐겁게 나눠주었다. 하지만 그때 그가 느낀 흥분이 귀국한 뒤에도 전혀 식지 않고 똑같은 장치 일습을 구해다가 작은 볼링장을 경영하고 싶다는 말을 꺼낼 줄은 역시 아내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저어, 고단하세요?”
들리는 쪽의 귀에 청년의 목소리가 미끄러져 들어와 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5프레임이 일곱 개하고 두 개, 6프레임은 여덟 개에 스페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