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한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손님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목요일은 항상 이런 식이라서 별로 놀랄 것도 없지만 밤 아홉시를 넘어선 참에야 마침내 포기하고 벽의 조명을 모두 껐다. 게임을 할 때는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던 냉각 모터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관리하러 와주는 담당자도 참 희한하다고 하는 병 콜라 자판기다. 밤이 되면 늘 이상해지는 귀 상태는 아직 괜찮은 것 같다. 그나저나 맥주나 주스를 차갑게 하기 위해 열이 필요하다니, 엉터리 같은 일이다. 차갑게 하면 할수록 열이 나서 실내가 더워진다. 그걸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켜면 이번에는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밖으로 뿜어낸다. 열기는 장소를 옮기는 것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대로 일만 계속하다가는 내 인생도 뭔가를 차갑게 식히기 위해 쓸데없는 열이나 내다가 끝나겠다, 라고 위가 탈이 날 만큼 고민했던 삼십대의 자신의 모습을 그러나 그는 이미 확실하게는 머릿속에 떠올릴 수가 없다.
문득 자동문이 열리는 기척이 나서 시선을 던지자 발판 위에서 젊은 남녀가 안을 기웃기웃 들여다보고 있었다. 키가 큰 화분이 중간을 가로막아서 그쪽에서는 이쪽을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그럭저럭 귀에 잡혔다. 보청기를 빼내지 않기를 잘했다고 그는 생각했다.
“어째 컴컴한데?” 청년이 말했다. “벌써 문 닫은 거 아냐?”
“한가운데는 아직 불 켜놨어.”
“그래도 어쩐지 침침하다. 여기 볼링장 맞아?”
그쯤에서야 겨우 청년의 시선이, 바늘꽂이에 달랑 하나 잊힌 채 꽂혀 있는 갸름하게 구멍 난 바늘 같은 꼴로 등을 쭉 펴고 말없이 카운터에 서 있는 그의 눈과 마주쳤다. 아무튼 부탁이나 해보자면서 동행한 여자를 재촉해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오더니 청년은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예, 어서 와요.”
“죄송한데, 아직 영업하십니까?” 청년은 말했다.
“삼십 분 뒤에 닫을 건데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말이 고막 안쪽에서 웅웅거린다. “한 게임이라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지. 어떻게, 할래요?” 그는 청년의 입술을 주시하며 말했다. 상대의 말소리가 갑작스럽게 들리지 않을 경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벌써 오래전부터 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다.
“아뇨, 실은 화장실 좀 썼으면 해서요.”
청년은 뒤를 돌아보았다. 같이 온 여자는 딱히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앞으로 맞잡은 두 손으로 작은 가죽 핸드백의 가느다란 끈을 쥔 채 꼿꼿이 서 있었다. 이목구비가 단정한 얼굴로, 턱을 슬쩍 당기며 이쪽을 보고 있다. 뭔가를 꾹 참고 있는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계속 차를 몰고 왔는데 차 세울 만한 가게는 다 문을 닫았고 여기만 간판에 불이 켜져 있어서요. 잠깐 써도 될까요?”
“물론이죠. 저기 안으로 오른쪽이야.”
그는 카운터 옆의 임대 슈즈 선반 옆구리에서 L 자로 들어가는 좁은 통로를 가리켰다. 한두 발짝 뒤에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여자가 죄송하다고 눈으로 말하고 급한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아, 아무래도 나도 잠깐”이라면서 청년이 뒤를 따라갔다.
이곳 산간 마을은 11월에도 밤이면 상당히 기온이 떨어지는데 차 안이 따뜻해서 상의를 놓고 왔는지 여자 쪽은 베이지색 스웨터에 회색 바지의 가벼운 차림이었다. 볼일을 마치면 아래층 주차장으로 곧바로 돌아갈 생각인 모양이다. 청년은 청바지에 감색과 흰색이 섞인 점퍼 차림으로, 어딘지 연하인 듯한 인상이었다. 스스럼없기는 하지만 예의가 없는 건 아닌 말투였다. 나이는 둘 다 이십대 중반일 것이다. 어떻든 이 두 사람이 마지막 손님이 되지는 않을 모양이다. 마음이 놓인다고 해야 하나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지금껏 맛본 적이 없는 기묘한 감개가 가슴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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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호리에 도시유키(堀江敏幸)
1964년 기후 현 출생.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과 파리 제3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다. 1995년 「교외로」로 작가 데뷔. 1999년 『오파라방(Auparavant)』으로 미시마 유키오 상 수상. 2001년 『곰의 포석(鋪石)』으로 제124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 2003년 「스탠스 도트」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수상. 2004년에는 이 작품이 수록된 단편집 『유키누마(雪沼)와 그 주변』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수상. 군조 신인문학상 심사위원, 노마 문예신인상 심사위원. 메이지대학과 와세다대학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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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양윤옥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 『일식』 번역으로 2005년 일본 고단샤의 노마문예 번역상을 수상했다. 그간 번역한 책으로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장송』 『센티멘털』,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마루야마 겐지의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납장미』,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장미도둑』,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스무 살 도쿄』 『올림픽의 몸값』,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 『붉은 손가락』 『악의』 『졸업』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이치카와 다쿠지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연애사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1,2), 그 외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약지의 표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