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쯤 전에 이 집을 지어서 이사했어. 지하철역이 가까운 곳이야.”
“지난번 집하고 똑같은 거 같아.”
“설계를 하다 보니 구조가 똑같아져버렸어.”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결국은 똑같아. 당신도 옛날하고 똑같아. 착해. 가장 착한 사람. 소중한 사람.”
“어라, 칭찬이 과하시네.”
어딘지 상태가 이상한 아내를 안고 있던 손을 풀고 스기는 웃으면서 말했다.
“여보, 요즘 뭐 잊어버린 거 없어? 한밤중에 화장실에 와서 여기(라고 변기를 가리키며)에 미처 앉지 못하고 그만…….”
거기서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다르게 돌려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여기 이 자리에…….”
그리고는 방금 전에 종이로 배설물을 치운 자리를 가리켰다. 그 의미가 아내에게 통한 모양이었다. 금세 반응이 나왔다.
“나는 그런 짓 안 해. 내가 왜 그러겠어? 당신, 바보야. 나는 어려서부터 예의 바르다고 사람들한테 칭찬을 들었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알았어, 알았어.”
스기는 그 즉시 사실을 노골적으로 들이댄 것을 후회했다. 아내의 뇌에서는 현실적인 기억 대부분이 과거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다. 그게 아마도 알츠하이머 형 인지증 환자의 일반적인 증세일 것이다. 앞으로 아내의 기억에는 기대하지 말자고 그는 생각했다.
그건 그렇지만 실금의 처리만은 분명하게 해두고 싶었다.
“자아, 여기 앉아서—.”
변기 시트를 내리고 그곳에 앉혔다. 스커트를 올려주기만 하고 다행히 팬티는 입고 있지 않았다. 온수를 분사하는 노즐의 버튼을 눌렀다. 국부가 지저분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요코는 얌전히 남편이 해주는 대로 내맡기고 있었다.
“다 하고 나면 빨간 버튼을 눌러. 그러면 더운 물이 멈추고 노즐이 들어가. 알았지?”
기요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알아들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계속 곁에 붙어 있기도 좀 그랬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밤중에 온 집 안을 돌아다니며 전기 불을 켜놓고 그 끝에 아래층 식당 소파에서 잠드는 것도 깨끗이 잊어버릴까?’
날마다 그러는 건 아니지만 스기는 한밤중, 대개는 세 시쯤에 모종의 기척을 느끼고 침대에서 잠이 깼다. 불단이 있는 방을 끼고 이층에 네 개의 방, 복도, 계단, 그리고 아래층 복도와 현관은 물론이고 식당과 주방의 전등까지 모조리 켜져 있어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깜짝 놀란다. 그렇게 온 집 안의 전기 불을 켜놓고 아내는 식당 소파에서 담요를 둘러쓰고 쿨쿨 자고 있는 게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스기를 덮치는 심야의 귀찮은 일거리가 되었다.
“이게 뭐야, 감기 걸리잖아. 자아, 일어나서 이층으로 가자.”
담요를 젖히고 잠에서 미처 깨어나지 못한 아내를 억지로 안아 일으킨다. 요즘에는 잠옷으로 갈아입는 걸 몹시 귀찮아해서 낮의 평상복 차림으로 자는 일이 많은데, 그날도 치마에 블라우스, 거기에 스웨터를 걸친 옷차림 그대로 자고 있었다. 파자마로 갈아입히는 것까지는 스기도 도저히 돌봐줄 수 없었다. 겨우 누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앉히고 다리를 카펫에 내려놓자 기요코는 말했다.
“당신도 여기서 잘래?”
“안 돼. 침대에 가서 자야지. 이런 데서 자면 하루의 피곤이 안 풀려.”
“……그래.”
“이층까지 내가 데려가줄게.”
“네~.”
그럴 때 묘하게 착실한 대답이 돌아오지만, 소파에서 쉽게 일어서지는 않는다.
겨우겨우 끌어안고 일으켜 세우면 스기에게 매달리며 우는소리를 했다.
“쓸쓸해서 내가 잠을 잘 수가 없어. 이런 기분, 당신은 모르지?”
“아하, 쓸쓸하구나. 그래서 온 집 안의 전기 불을 켜고 다녔어?”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하고 스기의 마음속에서 이해되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 큰일이네,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고 내심 쫓기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