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점점 가을이 깊어져가니 답답한 일이었다. 날이 갈수록 기온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무사시마루의 죽음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물론 무사시마루는 벌레이므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 의식이 없고 따라서 자신이 죽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죽음의 위기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사람만은 스스로가 죽는다는 것을 아는 서글픈 생물이다.
10월 중순이 지났다. 이제 하루하루 최저 기온이 섭씨 15도 밑으로 내려갔다. 전기냉장고 옆이라면 온도가 1, 2도쯤은 높을 거라는 생각에 소쿠리를 그쪽으로 옮겨주었더니 무사시마루는 밥을 먹지 않았다. 냉장고의 진동음에 거부반응을 나타낸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말해서 다른 해보다 한 달 반이나 일찍 전기 카펫을 꺼내 그 위에 돗자리를 깔고 다시 그 위에 비닐봉투와 신문지를 몇 장이나 깔고는 무사시마루의 소쿠리를 거기로 옮기고 위에 보자기를 씌워주었다. 그러자 보자기 안쪽은 섭씨 28도쯤이 되었다.
이걸로 한시름 덜었다. 하고 생각하자마자 소쿠리 안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무사시마루가 발정하여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꽁무니 가까운 곳에서 남근을 쑥 내밀고 암컷을 찾아 소쿠리 안을 헤매 다니고 때로는 쌓아놓은 신문지를 여섯 개의 발톱으로 긁어서 구멍을 뚫어 그 속에 파고들어 밥사발을 엎어놓은 소쿠리를 끌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심할 때는 30센티미터쯤 소쿠리를 이동시키기도 했다.
너무 그러는지라 우리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내가 무사시마루를 소쿠리에서 꺼내 왼쪽 손가락에 앉혀주었더니 무사시마루는 내 가운데손가락을 암컷이라고 생각했는지 손가락을 발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손톱과 살 사이의 우묵한 곳을 암컷의 여음의 빗금이라고 착각하고서 자신의 남근을 그 손가락 틈새에 맹렬한 기세로 삽입하고 온몸을 던져 수염까지 거세게 부르르 떨며 경련하는 것이었다. 이 성행위는 항상 십 여 분이나 이어졌다. 무사시마루의 몸무게는 저울로 달아보니 10그램이었다. 남근의 길이는 1센티미터다. 내 몸무게는 59킬로그램이다. 이만한 몸무게라도 성교의 삽입 행위에 허리를 연속으로 십 분이 넘게 움직이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그런데도 무사시마루는 몸무게 겨우 10그램으로 십 분이 넘도록 성행위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런 날이 나흘쯤 이어졌다. 무사시마루의 남근에는 하얀 정액이 치약처럼 약 1센티미터 남짓 달라붙은 채였다. 그러자 난처하게도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아내가 걱정이 되어 탈지면을 더운물에 적셔 정액을 깨끗이 닦아내주었다. 그러자 다시 남근 끝에서 투명한 정액을 한 방울 떨구었다. 아내는 나와 성교한 뒤에는 그런 건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는데. 나는 아내가 닦아낸 무사시마루의 정액 냄새를 맡아보았다. 하지만 사람의 정액과는 달리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하얗고 부드러운 덩어리다.
그런데 며칠이나 계속된 이 열정이 무사시마루의 몸에 나쁜 결과를 몰고 왔다. 신문지를 할퀴어 구멍을 뚫다가 여섯 개의 다리 중 왼쪽 앞다리의 뼈(벌레에게는 뼈가 없지만) 한 마디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벌레에게는 피도 없고 신경도 없는지라 아픔은 느끼지 않는지 한 마디가 없어진 다리로 재주껏 앉은걸음으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10월 23일, 다시 아츠미의 신도 료코 씨에게서 편지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