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석이 지났다. 아내가 여름방학에 어딘가 좀 쉬러 가자고 하는지라 우리는 오쿠치치부 나구리 온천의 다이쇼카쿠(大松閣)에 갔다. 옛날에 와카야마 보쿠스이(若山牧水. 1885~1928. 와세다 대학 영문과 졸업. 일본 각지를 방랑하며 수많은 단가(短歌)를 남겼다-역주)가 자주 찾아와 머문 곳이어서 <삼나무 낙엽 수북이 계곡 온천 여숙 지붕에 버려져 하얀 차 꽃>, <끓인 라듐 탕은 소란스럽고 탁하고 미지근하니 창에 매화꽃 피네> 등등으로 노래한 여관이다. 물론 무사시마루를 혼자 두고 외출할 수 없는지라 수박을 들고 소쿠리 째로 종이봉투에 넣어 함께 데리고 갔다. 세이부 이케부쿠로 선 한노 역에서 하차하여 버스로 갈아타자 버스의 진동에 겁을 내며 소쿠리 안에서 마구 버둥거렸다.
아내가 호세이 대학(法政大?) 문학부 일본문학과의 다카하시 준코 세미나 잡지 『얼음딸기』(1999년 8월 29일 간)에 시를 발표했다.
장수풍뎅이의 집
다카하시 준코
아다치가하라의 도네리 공원 나무 밑에
장수풍뎅이가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했다
“뭔가 있었어요?”
금세 근처의 아이들이 다가왔다
남편은 말없이 벌레를 주머니 안에 넣었다
서랍장 위에 대나무 소쿠리를 엎어놓고
상수리나무 시든 잎 한 장
수박 한 쪽
설탕물 담은 작은 접시를 놓고
남편은 늠름한 뿔의 벌레에게 무사시마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튿날 아침, 소쿠리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무사시마루가 소쿠리 틈에 뿔을 꽂아
통째로 들쳐 올리고 도망친 것이다
무사시 대장이 없는 소쿠리를 남편은 가만히 보고 있었다
부엌 바닥에 추락하여 배를 내보이고 있는 것을
겨우겨우 찾아냈다
살아 있었다
무사시마루는 소쿠리 틈에 발톱을 걸어 매달리고
비스듬히 눕고 물구나무서고
여섯 개의 다리로 온갖 자세를 취하고 잠이 든다
“피도 없고 신경도 없으니 괜찮아.”
두 시간 뒤, 뿔의 힘도 빠져
왼쪽 뒷다리 하나 높직하게 뻗는다
“이건 또 무슨 꼴이람.”
여섯 개의 다리로 버티는 모습은 곤충도감용이었나 보다
장수풍뎅이의 조용한 시간이
남편의 강박신경증의 시간을 채운다
“수명은 앞으로 한 달이야.
무사시마루는 그걸 알지 못해.”
“조금 큰 거 같네.”
장수풍뎅이가 잠든 집에서
남편과 나도 잠이 든다
—충식산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