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니 그다음은 더 이상 볼일이 없었다. 나는 다 씨의 독특하던 그 불행한 코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사라누마 버스 정류장 곁에 도네리 공원이라는 큼직한 공원이 있어서 그곳이나 산책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그 도네리 공원의 나무 밑에서 내가 장수풍뎅이를 발견했다. 곧바로 주머니에 넣었다. 가슴이 두근두근할 만큼 기뻤다. 돌아오는 길에 야나카 긴자의 잡화점에서 대나무 소쿠리(쌀을 씻을 때 사용하는 소쿠리)를 사다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쿠리를 거꾸로 엎어놓고 장수풍뎅이를 그 안에 풀어놓았다. 장수풍뎅이는 소쿠리 안을 기어 다녔다. 어깨를 씩씩거리는 그 거뭇거뭇하고 동글동글 통통한 모습 때문에 ‘무사시마루’라고 이름을 붙였다. 어떻든 무사시노 지역의 숲 속에서 살던 놈이기도 하다.
밤이 되었다. 회사의 옛 동료인 오가와 마리코 씨네 집에서 예전에 아이가 장수풍뎅이를 기른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다. 마리코 씨는 자기 집에서 기르던 장수풍뎅이는 고이시카와 고라쿠엔에서 잡았는데 좋아하는 건 수박이나 멜론 같은 달콤한 과일이고, 9월 15일에 죽었다고 말했다. 일본 곤충도감을 보니 장수풍뎅이는 풍뎅이 과의 곤충으로 자신의 몸무게의 백배나 되는 것을 끌 수 있는 힘을 가졌고, 데구르르 구르기, 발로 걷어차기, 박치기, 밀쳐내기, 뿔로 치기, 튕겨내기, 끌어안기, 들어올리기 등의 기술로 놀지만 눈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입의 양옆에 달린 두 개의 수염과 뿔로 먹이와 암컷의 냄새를 맡고, 초여름에 태어나 초가을에 죽는다고 나와 있었다.
마리코 씨의 말에 따라, 마침 그날 밤 선물로 들어온 멜론이 있어서 그것을 한 조각 소쿠리 안에 넣어주었더니 무사시마루는 뒷발을 버둥버둥해가며 덥석덥석 갉아먹었다. 도네리 공원의 자연 속에서는 상수리나무나 쥐엄나무의 수액 정도밖에 먹은 적이 없었을 터라서 멜론 같은 달콤한 즙을 빨아먹는 건 처음이었을 것이다. 온몸을 바르르 떨며 갉아먹는 그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그런데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무사시마루가 소쿠리 안에 없었다. 소쿠리를 거실 서랍장 위에 놓고 잤던 것이다. 뿔로 소쿠리를 들쳐 올리고 도망친 것이다. 곤충도감에 힘이 세다고 적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나무 소쿠리까지 들치고 도망을 치다니 정말 힘이 장사다. 나도 집사람도 허를 찔린 꼴이었다. 곧바로 집 안을 샅샅이 찾고 다녔다. 그러자 주방 바닥에 다리를 위로 하고 벌렁 누워 있었다. 이번에는 소쿠리 위에 밥사발을 씌웠다. 야행성이라 낮에는 가만히 자고 있어서 그 흑갈색 등딱지의 광채가 마치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 같았다.
첫째 날 밤에는 멜론을 주었지만, 우리 집에 그런 비싼 과일이 노상 있을 리 없어서 그다음 날 밤부터는 아내가 야채 가게에서 사온 수박을 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자신의 몸과 비슷한 정도의 분량을 먹고 또한 그것과 거의 같은 분량의 붉은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소변을 볼 때는 뒷다리 한쪽을 쳐들고 찌익 뒤로 갈긴다. 어느 날 밤, 서랍장 위의 소쿠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내 얼굴에 찌익 하고 소변을 갈겼다. 아내가 웃었다.
저녁밥을 먹은 뒤에는 항상 소쿠리에서 꺼내 주방 마룻바닥에 풀어주었다. 그러면 발로 차기, 박치기, 들추기 등을 하면서 놀고 때로는 전기냉장고 옆에까지 기어가 뿔로 냉장고를 들어 올리려고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