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이야기를 사 씨의 부하인 가 씨에게서 듣고는, 그러면 105만 엔을 부담하지요, 라고 아내와 상의 없이 즉답했다. 2천8백만 엔에 105만 엔을 얹어주고서라도 이 집을 사두면 이익이 된다는 판단이 발동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우리는 1999년 1월 29일에 네즈의 T 부동산기획(주) 사무실에서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부동산 거래에는 큰돈이 오고가기 때문에 통상 은행구좌에 불입하거나 수표로 거래하는 게 항례인데, 산업폐기물 처리업자 S(주)의 담당자 다 씨는 그날 우리에게 2천9백5만 엔을 현금으로 아귀를 딱 맞춰서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때까지 그런 큰돈을 현금으로 들고 다녀본 경험이 없었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건 간단하지만, 그 뒤에 T 부동산기획(주) 사무실까지 가져간다는 건 위험한 데다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 씨는 고집스럽게 양보하지 않았다. 다 씨의 코는 독특하게 평평한 모양이었다. 이건 아버지가 매독에 감염된 경험이 있는 경우, 그 자식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증상이다.
우리는 흠칫흠칫 떨면서 현금을 들고 그 사무실까지 갔다. 그러자 다 씨는 우리 눈앞에서 2천9백5만 엔의 돈을, 백만 엔씩 은행 띠로 묶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일부러 풀어서 한 장 한 장 꼼꼼히 셌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다 세고 나자 돈을 배낭에 쑤셔 넣고 돌아갔다. 또한 그날 우리는 T 부동산기획(주)에게 토지건물 매매 계약 중개 수수료로 97만8천75 엔, 사법서사에 의뢰한 토지건물 등기료로 84만8천7백5십 엔을 지불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 고마고메 센다기초 골목길 안쪽의 집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전에 살던 나 씨의 짐을 처리하는 건 A 주택판매(주)가 공짜로 해주었지만, 그 뒤의 청소비로 15만7천5백 엔,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데 90만9백44 엔, 전기미터기를 네 개에서 한 개로 만들어 다는 공사에 24만3천6백 엔, 운송업자에게 이사비용으로 8만2천8백15 엔이 들었다. 그리고 2월 27일, 우리는 이사를 오자마자 즉시 벽에 ‘충식산방’ 액자를 걸었다.
가옥은 목조 바라크 건축의 이층 주택으로, 나쓰메 소세키가 『나는 고양이로다』를 쓴 집의 바로 뒤편이다. 소세키가 살던 집은 지금은 아이치 현 이누야마의 메이지 촌으로 이축되어버리고 그 자리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휘호에 의한 <나쓰메 소세키 유적지>라는 비석이 서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떠돌이 고양이는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의 자손이라고들 했다. 우리로서는 바로 이곳을 죽을 자리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나 씨는 어디로 갔을까. 도쿄 분쿄 구 구청 시오미 출장소에 전출 신고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행운에 비하여 나 씨는 얼마나 낙심했을지, 나는 가슴에 사무쳤다. 나 씨는 전기세, 가스비, 수도세, 전화요금, 세금, 기타 모든 것을 떼어먹고 밤도망을 친 모양이어서 우리가 이사한 뒤에 그런 관계자들이 차례차례 행선지를 알아보기 위해 찾아왔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나 씨는 친구나 지인에게도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그런 사람들도 밤도망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차례차례 찾아왔다가 깜짝 놀라서 돌아갔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고, 우리에게는 집의 직접 판매자였던 산업폐기물 처리업 S(주)는 어떤 회사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매매 계약 때에 현금 거래를 요구하는 회사란 대체 어떤 회사인가, 뭔가 수상하다, 라는 호기심이다. 그래서 7월 19일 오후, 닛포리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사라누마로 찾아갔다.
우리는 산업폐기물 처리회사라는 데가 어떤 곳인지, 그냥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올 작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기록된 S(주)의 소재지에는 목공소가 서 있고 그 옆은 주차장이었던 것이다. 부동산을 매각하면 당연히 부동산 매각세를 세무서에 납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S(주)는 그 등기되어 있는 장소에 없으니 이건 세금을 피하려고 거짓으로 만든 회사였던 것이다. 우리는 아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