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으로 벽에 걸어놓은 뻐꾸기시계와 자신의 손목시계를 번갈아 바라보며 사치코는 아까부터 한숨만 내쉬었다. 물건값을 꼬치꼬치 캐묻고 구경만 하고 가는 손님이 이어지면서 아침부터 하나도 팔리지 않았지만 물론 그런 일이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한 건 아니다.
어제, 남편의 회사 동료인 가와무라와 전화했을 때, 의사의 진단서도 없는 질병 결근으로는 그리 길게 둘러댈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이거 참, 그러잖아도 요즘 회사에서 인원을 줄이려고 하는 분위기라서 정말 힘드네요”라는 말도 했다. 이래저래 손을 써서 결근을 연장한다고 해도 남편이 돌아올지 말지, 그것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어떻든 회사를 버린 건 남편 쪽인 것이다.
점심 조금 전 시간을 노려 오늘도 사치코는 가와무라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자 배가 고파서만은 아닌 듯한 부루퉁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또 전화하셨네? 나도 좀 바쁜데.”
사치코는 나오려던 말이 턱 막혀서 중언부언했다.
“그래도 부부 사이잖습니까. 그 친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아주머니시겠죠. 나야 그저 겉으로만 사귀었을 뿐이고……. 게다가 그 친구가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한 적이 없어요.”
미안하다고 말하고 사치코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아, 그런가, 그렇구나, 라고 깨닫고 어리석은 자신이 부끄러웠다. 남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 잃어버렸다는 마음이 들었다. 부부 사이잖습니까, 라고 말한 가와무라의 목소리가 사치코의 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편이 아내를 버리고 어딘가로 행방을 감춰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마 한 달쯤 지났을 때일 것이다.
“결혼하기 조금 전이었는데, 당신이 아버지하고 내가 꼭 닮았다고 했었지? 나는 그런 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무슨 일에나 아, 정말 닮았다 하는 생각이 들어. 그저 착실하게 일만 하면서도 아버지는 항상 당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이 없는 얼굴이었어. 회사에 다닐 때도 그렇고 화장품 가게를 시작했을 때도 그래. 그 화장품 가게도 어머니가 먼저 하자고 해서 아버지를 샐러리맨 생활에서 빼내준 셈이었지. 하지만 그런 장사는 사회적인 흐름을 잘 타지 않으면 금세 뒤처져. 무뚝뚝한 아버지가 가게를 지키는 날에는 나이 든 할머니도 안 들어오는데 뭐.”
사치코를 마주하고, 하지만 중간부터는 누구에게 말한다는 것도 없이 자조적인 느낌으로 말하는 남편의 얼굴을 사치코는 새삼 찬찬히 들여다봤다. 한참 뒤로 물러난 이마, 안경이 얹힌 자그마한 코, 낮고 컬컬한 목소리가 아버지를 꼭 닮았었다.
덜덜 흔들고 있는 무릎을 깨달으면 손으로 꾹 누르고, 눌렀다는 것을 잊어버리면 또다시 흔들기 시작하는 버릇이 있었다. 등을 구부정하게 숙이고 셔츠 자락으로 안경을 끈질길 만큼 꼼꼼하게 닦는 버릇도 있었다. 집에 있어도 취미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경마나 파친코에 손을 대도 선을 넘지 않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적당한 선에서 그쳤다. 그래서 이번의 실종은 남편이 보여준 최초의 대담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정말 용케도 결단을 내렸어.”
“무슨 얘기야?”
“회사 말이야, 샐러리맨 딱 그만둔 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당신이 지금 회사 그만두면 곤란하지.”
소파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손톱을 깎던 남편의 얼굴 표정은 사치코 쪽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걸로 그만 끊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