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 플랫폼으로, 귀가하는 승객을 가득 실은 지하철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다른 때 같으면 그 차에 탔을 사치코는 시선을 허공에 던진 채 가와무라를 만나기 위해 도심으로 향하는 차를 기다렸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말을 망설이는 기척이 전해져왔다.
“사토루, 엄마야. 잘 지내니?”
몇 초 동안의 침묵 뒤에야 겨우 무거운 입이 열렸다.
“무슨 일이야?”
“응, 좀 말하기가 그렇긴 한데, 혹시 요즘 아빠한테서 무슨 연락 없었니?”
“없었어.”
“전화가 왔다든가 만나러 왔다든가…….”
“없었다니까.”
사토루는 벌써 짜증스러운 소리를 냈다. 수화기를 내려놓기 전에 이 얘기만은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사치코는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그럼, 혹시 아빠한테서 연락 오면 곧바로 엄마한테 알려줘. 알았지?”
알았지, 도중에 전화가 끊겼다.
사토루는 다른 현의 대학 기숙사에 가 있었다. 이 년 동안 재수한 끝에 가까스로 합격한 학교다. 부모와 떨어져 살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방학에도 웬만해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도 엄마가 전화한 이유조차 묻지 않았다.
남편이 자취를 감춘 날로부터 나흘이 지났다.
그의 소지품 중에서 크레디트 카드는 발견되었다. 캐시 카드는 가져간 것 같아서 거래 은행에 문의해봤더니 자취를 감춘 그다음 날에 회사 근처에서 소액을 인출해갔다는 게 밝혀졌다. 그리고 오늘, 도심의 또 다른 곳에서도 약간의 목돈이 인출되었다.
어디서도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틀림없이 곧 돌아올 겁니다, 라고 위로해준 가와무라의 말을 완전히 믿은 건 아니지만 처음 한동안은 사치코 스스로도 얼마간 만만하게 본 구석이 없었던 건 아니다. 남편 마사오가 그리 크게 빗나간 일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자기 명의의 저금이 바닥나면 곧바로 익숙하게 살아온 이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최근 이삼 일의 불안이나 걱정을 웃으며 얘기할 때가 올 것이다……. 그런 낙관적인 전망은 이제 슬슬 접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사치코는 그리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매일 아침마다 리사이클 숍에 나왔다.
문제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었다. 시어머니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놀라거나 충격을 받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길게 딴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본론에 들어가자마자 시어머니는 갑자기 입을 꾹 다물더니 아무리 말을 건네도 대답이 없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제가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갈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당황한 사치코는 버스정류소까지 밤길을 달렸다. 직접 만나서 말했어야 한다고 후회했다.
육 년 전에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시어머니는 그때까지 근근이 꾸려오던 화장품 가게를 그만두고 낡고 작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그래서 통유리 출입문 안은 예전에 상품을 진열했던 케이스가 한쪽 구석에 밀려난 채 텅 빈 콘크리트 맨바닥이다.
사치코가 도착했을 때, 유리문의 커튼 너머는 캄캄하고 열쇠가 채워져 있었다. 인터폰을 눌렀더니 시어머니가 대답하는 소리가 나서 일단 마음이 놓였지만, 커튼 틈새로 얼굴을 내민 시어머니의 표정은 딱딱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며칠이나 청소를 한 흔적이 없는 가운데 큼직한 보스턴백이 입을 벌리고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