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귀가가 너무 늦었다.
아침에 나가는 길에 남편이 뭔가 얘기를 하고 갔었나. 사치코는 열대여섯 시간 전의 그때로 마음을 집중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없었다. 부재중 전화도 집에 들어온 뒤에 곧바로 체크했으니까 급한 연락이 들어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동료와 오래간만에 어딘가에 들렀다 오는 건가.
남편은 누군가와 술자리를 거의 갖지 않기 때문에 삼사십 분쯤의 차이로 귀가 시간은 거의 일정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싫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술자리에서 우롱차나 주스로는 취하지 않고, 취하지 않은 채 박자만 맞춰주는 짓도 못하겠단다. “나가이 씨네는 부인이 아주 좋아하시겠네. 남편이 날마다 일찌감치 귀가하시니 얼마나 좋겠어. 아주 열렬하게 부인을 사랑하시나 봐.” 신혼 때에는 그런 식으로 곧잘 놀림을 당했다고 한다. 하긴 그로부터 벌써 이십여 년이 지났다. 결혼해서 오 년이 지나자 “날이면 날마다 그렇게 일찌감치 집에 들어가면 부인이 지겨워하지 않아? 우리 집은 내가 쫄쫄 배가 고파서 들어가도 아이들 먹는 카레나 햄버거뿐이야. 정말 비참해”라고들 한단다.
판에 박은 듯 정확한 마사오의 귀가 시간에도 예외는 있었다. 외아들 사토루가 밤이면 밤마다 울어대는 통에 사치코가 육아 노이로제에 걸렸을 때, 그 사토루가 고등학교 때 등교를 거부해 졸업이 위태로웠을 때다. 가족이라는 인연의 고리가 강해지기보다 거꾸로 그 위태로움만 느껴져서 사치코가 집안일을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앞쪽 길에 자동차가 서는 소리가 날 때마다 혹시나 하고 엉거주춤 일어섰다. 차문이 닫히는 소리, 이어서 자동차가 떠나는 소리. 지그시 귀를 기울이며, 이어지는 소리를 머릿속에 그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층의 집까지 구두 소리가 다가오고 인터폰을 누른다……. 몇 번인가 그 짓을 되풀이했더니 귓속이 아파왔다.
전차 막차 시각은 진즉에 지나갔다. 혹시 교통사고를 당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다면 경찰이나 병원에서 연락이 왔을 터였다. 포기하고서 그녀는 잠자리에 들었다. 좀체 잠이 안 올 거라는 걱정과는 달리 곧바로 잠이 들어 아침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비는 걷히고 햇살이 비쳐들고 있었다.
아침 빵을 구우며 이건 대체 무슨 일일까 하고 사치코는 당황했다. 홍차를 탈 생각이었는데 주전자에 녹차 잎을 넣고, 식빵을 까맣게 태워먹는 바보짓을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걸까. 최소한 어딘가에 전화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사토루와 시어머니의 얼굴이 동시에 머리에 떠올랐지만, 둘 다 전화를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너무 일렀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일하러 나가는 것도 어쩐지 망설여졌다. 하지만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하루가 얼마나 답답한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집에는 있고 싶지 않았다.
사치코는 리사이클 숍 몇 군데를 경영하는 친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리 대단한 수입은 아니지만 눈이 핑핑 돌 만큼 바쁠 일도 없이 그야말로 느긋한 일터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드문드문 손님이 들어오는 그 틈새에 무심코 남편의 회사에 전화를 해본 사치코는 “나가이 씨는 오늘 아직 출근을 안 했는데요”라는 말만 듣고는 서둘러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평일 오전에 회사에 없다면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어제 아침까지는 손이 닿는 곳에 있었던 남편이 이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타인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점심때에는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넣었다.
“여보세요, 저예요. 너무 오래간만에 전화 드리네요.”
올해로 일흔네 살인 시어머니 다키코는 여느 때처럼 찰기 있는 낭랑한 목소리로 응했다.
“그래, 정말 오래간만이다. 나 같은 건 잊어버린 줄 알았네. 뭐, 나야 그럭저럭 잘 지낸다만 혼자 사는 노인네를 이렇게 내팽개쳐두는 거 아니야. 그나저나 마사오는 건강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