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몰락한 것은 깊어진 것이지 그것은
우리의 가슴속도 아니다 무너진 것은
우물보다 더 거대하게 무너져 세계를
피보다 상큼한 물줄기로 적신다 뿌리째
뽑힌 것은 1987년 7월과 8월 오 진출은
성장보다 누추한 모색과 의상이었는가
노동자-골리앗-크레인, 상공에서 무엇이
뒤집혀지고 무엇이, 깃발 흩날리고 무엇이
지상을 밟았는가, 몰락한 것, 무너진 것
뿌리째 뽑힌 것, 깊어진 것,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의 육화였는가 현재는 과거의
육화였는가 그 거꾸로였는가 오 자멸할
자유와 무너트릴 자유, 무너진 것은 무엇보다
가망 없는 희망이었나니, 이제 세계가 남아
그것을 가망 있는 것으로 단련시킨다
삶이여 피비림 없이 더욱 빛 밝은 세계여
재촉하라 몰락을, 더 이상 주눅 들지 말고
내일 떠오를 것은 해맑은 태양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