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지상
중급 갈빗집. 노동자1, 2.
노동자2 웬일이시죠?
노동자1 글쎄, 나한테도 오랜만에 연락 주셨거든. 에유, 난 전화 받고 깜짝 놀랐어. 여직 누워 계시는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는 게야. 꼭 돌아가신 분이 저승에서 전화하는 것 같더라구.
노동자2 전, 셋째 따님한테서도 연락을 받았는데.
노동자1 그래? 무슨 일일까? 그 구속된 두 친구 얘기 아닐까?
노동자2 그거야, 아실 수도 있지만, 뭐 그 얘기겠어요? 당신 파업 때 기억만 해도 끔찍하실 텐데.
노동자1 이 사람, 그걸 알면서도 그리 행동했어, 그래?
노동자2 하하, 아저씨도. 우리야 우리 사정 급하니까 그런 거구. 아, 그렇다구 한 30년 자기 살같이 모범 업체로 키운 데서 그런 일 나면 사장님이 속 끓으셨을 거 모를 줄 아셨어요?
노동자1 자네도 이젠 좀 너그러워질 모양이로군. 그래, 그래야지. 운동 한다는 사람들 다 좋은데, 너무 팩팩해서 탈이야.
노동자2 일부만 그렇죠, 뭐. 그게 원래 운동 논리에도 안 맞는 건데.
노동자1 이 사람, 남 얘기하는 게야? 바로 자네가 그렇구만?
노동자2 제가요? 어휴, 천만에요. 저는 온건파라고 찍힐 정돈데요.
노동자1 남한테 어떻게 보이냐는 당한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지는 모르는 게야. 본인이야, 잘 한다 잘 한다 하면서도. 또 주위에서 말해주지 않으면, 습관이 돼서 잘 모른다구.
노동자2 하하.
노동자1 이 사람, 실없이 웃음만 늘었군.
노동자2 예, 그래요. 할 일은 많고, 되는 일은 없고. 저만해도, 나이 많은 축에 속하니까, 제가 여유 부려야지, 저까지 들볶으면 되겠어요?
노동자1 거 모르긴 몰라도, 공산당은 안 돼. 아, 그 김일성이가 자식한테 자리를 물려준다잖어? 그래도 남한이 나아, 여긴 그래도 민주화가 됐잖아? 우선 배를 곯리지 말아야 하고. 거긴 아직 보릿고개 시절이야.
노동자2 북한하고 공산당하고 같나요?
노동자1 뭣이여?
노동자2 아, 요즘 보니까, 소련도 제대로 된 사회주의가 아닌 것 같은데, 북한이야 그게 조선 시대지, 어디 공산주읜가요?
노동자1 그러니까, 공산주의를 제대로 못해서 망했다?
노동자2 뭐, 복잡한 얘기지만, 그런 거죠.
노동자1 그럼 안 망한 북한은?
노동자2 오래 못 버틸 걸요.
노동자1 나도 고향이 이북이지만, 김일성이가 죽기 전엔 안 될 걸.
노동자2 아마 곧 가게 되실 거예요.
노동자1 김일성이가 죽으면. 아냐, 김정일이가 더한 놈이라던데.
노동자2 죽기 전에 가실 겁니다. 왜 지금도, 방북 신청 하시지 그러세요?
노동자1 으히구, 누울 자리 보고 뻗으랬다구, 말년에 신간이나 편해야지. 이 세상 은제 또 뒤집힐 줄 알고. 괜히 갔다왔다가는 평생 꼬리표 붙이고 다닐라구? 난, 싫네.
노동자2 고향에 가고 싶지 않으세요?
노동자1 아, 가고야 싶지만, 그것도 내 몸 편하구 나서 고향이지, 죽자 살자 고향인가. 여기서 이만큼 사는 것만 해도 조마조마한데. 아, 사장님.
사장, 셋째 딸과 셋째 사위 등장.
사장 어, 벌써 시작했군. 어, 일어나지 말아. 들게 들어. 으음, 냄새 좋구만.
노동자2 (셋째 딸에게) 아주 정신 차리신 건가?
셋째 딸 (노동자2에게) 아니요, 아직. 가물가물하세요.
노동자1 기력이 정정하십니다, 사장님.
사장 그럼, 저승사자 때려눕히고 다시 오는 길인데, 하하. 뭐, 회사 신경 안 쓰니 좋고.
노동자1 사장님, 회사 일은.
사장 어, 거. 자식들한테 사이좋게 나누어줬지. 셋째 딸한테 젤로 많이 줬어, 허허. 안 그렇느냐.
셋째 딸 예, 그럼은요.
노동자2 (노동자1에게) 아직 정신이 가물가물하시데요.
노동자1 쯧쯧. 사장님,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십시오.
노동자2 (셋째 딸에게) 회사는 완전히 넘어간 거요?
셋째 딸 (노동자2에게) 아이, 자꾸 귓속말 하지 말아요. 남들 보기 이상하게.
사장 끼놈들! 니들 무슨 음모를 꾸미는 게야!
셋째 딸 예? 아, 아버지. 음모는요?
사장 고연 놈들 같으니.
셋째 사위 여보, 아버님 옆에 가서 돌봐드려.
노동자2 오늘, 보자고 하신 용건은?
셋째 사위 의논 드릴 일이 있어서요. 우리가 보자고 한 게 아니라…
셋째 딸 회장님이 좀 보시자구 해서요.
노동자1 예? 누워 계신다던데,
사장 시건방진 놈. 지가 나보다 먼저 죽어. 아직도 내 부하인 주제에.
셋째 딸 아니, 그 다른 회장님. 왜 전에, 아드님들도 보셨던.
노동자2 아, 그분. 아니, 그분은?
셋째 사위 글쎄, 무슨 영문인지 우리도 잘 모르겠어. 사장님이 하도 성화를 하시는 바람에. 연락을 하긴 했지만.
사장 누가 내 회살 말아 먹어, 개자식 같으니라구.
셋째 사위 여보, 어디 좀 모시고 나갔다 오지. 점점 더 심해지시는데. 어젠 멀쩡하게 전화 받고 약속까지 잡고 그러시던데. 바람 좀 쐬시면 나을 거요.
셋째 딸 그러죠. 아버지, 저랑 나가세요.
사장 누가 내 몸에 못질을 해! 이눔아, 나 아직 안 죽었어. 니들이 이렇게 개지랄 치는데 내가 죽으면 되겠냐, 너 이놈!
노동자2 예?
사장 넌 내 수양아들이야, 알았어?
노동자2 예. 알았습니다.
사장 너무 서운하게 생각 말어. 미안타, 미안타.
셋째 딸 나가세요, 아버지.
사장, 셋째 딸 퇴장.
노동자1 그래, 회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셋째 사위 난들 알겠소. 명의는 큰형님한테 넘어갔지만, 실권은 둘째야.
노동자1 오늘 첫째 어른도 나오신다면서요.
셋째 사위 예. 오실 거예요.
노동자2 아니, 회사를 사기 당했는데, 그냥 계셨습니까?
셋째 사위 글쎄, 난 뭐 그런 데 관심이 없어서. 제 처도 그렇구.
노동자2 관심이 없어도 그렇지, 백주에 강탈을 해가도 유분순데.
노동자1 이 사람.
노동자2 아니 안 그래요. 없는 놈은 월급 몇 푼 올릴라구 기를 쓰는데.
셋째 사위 그럼 나도 그걸 강탈해서 노동자들한테 나눠주라 말이요, 뭐요?
노동자2 그게 아니구, 착한 사람은 늘 너무 착해서, 되는 일이 없다 이겁니다. 그게 왜 강탈이에요? 받을 걸 받는 건데. 운동하다 보면, 꼭 집안에 뭐가 좀 있는 사람은 그걸 어떻게 운동에 투여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시침 뚝 떼고 혼자 고생한 척 유난을 떨다가 나중엔 발을 쏙 빼버린단 말입니다.
셋째 사위 이 사람, 말하는 것 좀 보게? 아니 그럼, 부르주아지 검은 돈 빼서 노동운동에 쓰란 말이오?
노동자1 그만하게, 이 사람. 또 시작이구만. 아까 그렇게 얘기했건만,
노동자2 아니, 흥분하실 건 없고. 사실, 노동자들이 무슨 돈이 있어요? 그리구 돈이야 쓰는 용도에 따라 이데올로기가 정해지는 것이지, 돈 자체에 무슨 이데올로기가 있나요? 난, 소련 비실비실한 게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봐요. 이건 그냥 좆도 없는 놈들끼리 모여서, 좆도 없는 것 자체를 이데올로기로 만들고 당성이라 그러고. 도무지, 자본주의를 이용할 줄 몰라. 그러니까, 결국 자본주의한테, 저렇게 당하는 거라구.
셋째 사위 그래도, 아니 그럼. 민자당 돈이라도 쓰겠어?
노동자2 못 쓸 거 없지. 그냥 준다면야. 지가 돈 준 것 광고만 안 낸다면야.
셋째 사위 하하. 그냥 줄 리가 있나. 당신 얘기하는 게, 거 자본주의의 무기로 자본주의를 치라는 것 같은데. 그건 맞아요, 맞아.
재벌2, 적자, 첫째 딸과 첫째 사위 등장.
재벌2 안녕하시우? 하하 모두 모였군. 형님은 아직 안 오셨나?
셋째 사위 따님하고 산책 나가셨습니다.
적자 다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첫째 딸 저희하고도 오랜만이죠? 어머, 아저씨.
노동자1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가씨.
첫째 사위 자네들도 왔군. 고맙네.
재벌2 이렇게 누추한 데로 모셔서 안 됐네. 내가 좀 긴히 의논할 일이 있어서. 하하, 옛날 생각해서 한턱내고도 싶고. 난 이런 수수한 데를 좋아하거든. 얼마나 좋은가. 북적거리는 게, 회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 도무지 사람 냄새를 맡을 수가 있어야지. 이렇게 따로 오붓한 자리도 있구 말이야.
노동자2 그럼 회장 자리를 물려주시죠.
재벌2 오호? 아 또, 그 얘긴가? 오늘은 봐주시게. 오늘은 나도 인간 대접 좀 받고 싶어. 아, 그 두 친구는 잘 있나? 거, 맹렬 조합원이라던데.
노동자1 안에 갇혀있습니다요. 회장님이 좀 선처를,
노동자2 아저씬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집어넣은 사람이 누군데.
재벌2 아니, 그럼 내가 집어넣었다는 말인가? 하하, 오늘은 그런 얘기 그만해. 좋아, 내가 얘기해 봄세.
노동자2 무슨 일입니까, 저희를 보자고 한 것은?
재벌2 아, 숨넘어가겠어.
적자 그 두 사람도 연관된 얘기요. 도움을 좀 받으려고.
첫째 사위 자네가 좀 도와줘야겠네. 자네 옛날 처제 친구라며?
첫째 딸 아주 친했데요. 아 참, 남편이 계시는데. 죄송해요, 호호.
셋째 사위 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참견 듣고 있구요.
노동자2 그런 건 아니고,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래 사장님하고 셋째 제쳐 놓고 회사를 챙기신 분이 제게 무슨 부탁을.
재벌2 아니, 그건 자네들이 오해야. 내가 어찌 그러겠나, 더구나 형님 회사를.
노동자2 그러니까, 재벌이라는 거 아뇨.
첫째 사위 아니, 그게 아냐. 셋째는 경영 능력이 없어서. 안 그런가, 자네.
셋째 사위 그렇지요, 뭐.
첫째 딸 나쁜 놈은 둘째예요, 둘째. 회사를 영영 말아 먹을라 그런다구요.
첫째 사위 당신은 좀 가만있어. 그 앞에선 꼼짝 못하면서.
첫째 딸 알았어요, 에구. 자기는 안 그러나 뭐.
첫째 사위 거, 입 닥치라니까.
첫째 딸 알았어요.
재벌2 그래, 형님 집안이나 내 집안이나 둘째가 기승이야. 그건 어찌 그리 닮았는지. 내 솔직히 얘기네만, 저 첫째 놈한테 잘 해줄라다 보니까, 자네 집안에 본의 아니게, 몹쓸 일도 되었던 것 같네. 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었어. 정말이야. 하청업이란 게,
적자 아버님, 지금 누구한테 말씀하시는 겁니까?
재벌2 으응? 아, 참. 자넨 이 집안 사람이 아니지, 참. 허허, 이거 미안하이.
셋째 사위 괜찮습니다. 워낙 우리 집안일에 관심이 많은 친구니까요.
재벌2 으응, 그래? 잘 됐군. 그런데, 이게 우리 둘째 놈이 회사를 다 말아먹을 참야. 그 둘째 사위란 놈하구 같이. 내 알아보니까, 그 두 공원도…
노동자2 노동자요.
재벌2 으응, 그래. 그 두 노동자도 무슨 뿌락치 노릇을 한 모양이더라구, 한 패가 돼서.
노동자2 예? 그게 무슨 말이오? 그게 무슨, 돼도 않는 소리요?
노동자1 맞어.
노동자2 아니 그럼, 그럼, 아저씨도?
노동자1 아니 난 아니고, 두 사람 일은 알고 있지.
첫째 딸 알고 계셔요?
노동자1 예.
노동자2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요. 큰 공장에 가고 싶다는 얘긴 했어도, 그럴 애들이 아녜요.
적자 증거가 있어요.
첫째 사위 아주 확실한.
노동자1 예?
첫째 딸 아, 아니에요, 난.
첫째 사위 뭐가 아냐? 당신도 뭐 아는 것 있어?
첫째 딸 아니, 난 아무것도 몰라요.
재벌2 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뭐, 그리 크게 잘못한 것도 아냐. 그러니까 장소가 이런 고만고만한데 아니겠나. 그냥 파업 선동을 배후 조종하고…
노동자2 뭣이요? 이 양반이,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댁의 그 첩 자식 끄나풀로 도대체 파업 선동을 왜 해?
재벌2 그러니까 첩 자식이지. 그건 여기 있는 이 사람도 알아.
셋째 사위 나요? 난 몇 번 만났을 뿐이지 그 사장하고는 전혀 관계없어요.
적자 물론이지. 그럴 리야 있나. 공산주의 학습시켰을 뿐이지.
노동자2 당신들 지금 우리 겁주는 거요?
첫째 사위 이 사람, 그럴 리가 있나. 부탁이 있어 왔다는데.
노동자1 그럼, 울산 파업도 그 사장님이.
적자 아니, 그건 아니에요. 내려가선 관계를 끊고 정말 노동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노동자1 그렇겠죠, 착한 사람들이니까. 을매나, 괴로웠을까.
노동자2 아저씬 이 사람들 말 믿는 거예요?
노동자1 그건 나도 안다니까.
첫째 딸 나도 알구요. 아, 아저씨. 왜 그런 눈으로 날,
노동자1 아닙니다.
노동자2 그래, 부탁이 뭐요?
재벌2 역시, 운동가라 판단이 빠르군. 내 둘째 놈이, 이 집안 둘째 사위하고, 내 회사를 다 말아먹을라 그래. 회사 간부들을 완전 장악을 했지. 그건 좋아, 이놈이 너무 착해서 회사를 물러 터지게 만든 것도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할 얘긴 아니네만, 이놈이 회사 기밀 장부고 뭐고 전부 빼돌린단 말일세, 도대체 뭐 하려는 건지 모르겠어. 아마도, 확실히 제 위치를 굳히려 그러는 거겠지. 이눔을 잡아들여야겠어.
첫째 사위 자네들이 그 사람들한테 뿌락치 활동 내역을 알아다주면…
노동자2 쳇, 내가 왜 노동자 망신시키고 재벌을 도와?
셋째 사위 당신이 방금 한 말 아니오. 더 악독한 재벌보다는, 그래도 좀 착한 재벌이, 더 낫지 않겠나.
노동자2 좀 착한 재벌? 흥, 당신도 아주 갔군. 당신 혹시 아내 때문에 질투하는 거 아뇨? 넋이 빠졌군.
셋째 사위 천만에. 재벌이 얼마나 끔찍하구 복잡한 건지를 모르고 당신이 설치는 게 딱해서 한 말이오.
재벌2 좋아, 좋아. 내 구구한 변명은 않겠네. 이번 한 번만, 도와주게.
노동자2 못 합니다.
노동자1 이 사람, 회장님 부탁인데.
노동자2 아니, 이게 무슨 부탁인지 아시고나 그래요?
사장과 셋째 딸 등장.
사장 암암 부탁은 들어줘야지.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고.
재벌2 형님, 접니다.
셋째 딸 안녕하세요. 오셨군요, 모두.
사장 네가 누구야. 이눔. 은혜를 웬수로 갚는 놈.
재벌2 이런, 아직 정신이 채 안 돌아오셨군.
셋째 딸 예.
노동자2 말씀 하나 정확하시구만, 뭔 정신이 안 돌아와?
셋째 딸 아니, 왜 그래… 요?
셋째 사위 흥, 이젠 아주 소꿉장난 반말이구나.
셋째 딸 여보? 왜 그래요?
셋째 사위 모르겠어, 잘 들 해보라구.
첫째 사위 이 사람 왜 이러는 게야?
셋째 사위 잘들 해 쳐먹으라구, 난 이런 더러운 데서 더는 못 있겠어. 웩, 구역질이 나, 웩.
셋째 딸 여보!
셋째 딸과 셋째 사위 퇴장.
사장 얘야, 아가. 아가! 날 버리고 가면 어떡하니, 아가! 잉잉, 날 버리지 마! 이런 덴 싫어, 개 같은 놈!
재벌2 예?
사장 넌 아직 내 부하야, 잔대가리 굴리지 말어, 엉?
재벌2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형님. 허허.
사장 아가. 내 아가. 내가 너를 이렇게 악의 구렁텅이에 빠뜨렸구나, 아가.
사장 퇴장.
첫째 딸 참. 어떻게 저렇게 실성하셨을까?
노동자1 (따라 나가려다가) 뭐요? 아가씨가 벌인 더러운 짓거리가 그럼,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오?
첫째 사위 뭐야, 저건?
노동자1 이 한심한 놈아,
첫째 사위 어어?
노동자1 마누라 단속이나 잘 해. 내가 남편이었으면, 최소한 이렇게는 안 됐을 껴. 니가 그렇게 병신같이 노니까, 아가씨가 그러는 것 아녀.
노동자1 퇴장.
첫째 사위 당신, 무슨 소리야 저게? 바른 대로 말 못해?
첫째 딸 으흐흑.
첫째 사위 어딜 가는 거야, 이봐!
첫째 딸, 첫째 사위 퇴장.
적자 아버님, 다음 기회에 얘기를.
재벌2 넌 항상 그게 탈이다. 모질지를 못해. 허어, 이 집안 아사리판 났구만.
노동자2 아사리판 낸 게 누군데.
적자 아버님.
재벌2 글쎄 자꾸, 나만 불러쌌지 말거라. 넌 동생한테 그런 건 배워야 해. 독하고 혼자 서는 거. 모든 책임을 제 혼자 지는 거. 하긴 그 놈은 너무 똑똑해서 지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는 셈이지만.
노동자2 당신 집안도 못지않게 아사리판 났구만. 난, 가겠소.
재벌2 아, 잠깐. 내 말마저 듣고 가야지. 하긴, 우리 집안도 불안하긴 하지. 하지만 내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 있단 말야. 그래, 그래도, 마음 놓고 죽을 수 있는 그 회장 형님 집안만은 못하지. 역시 사업은 집안 대물림으로 가는 게 아닌데.
노동자2 역시 당신은 가족 생각보다, 사업 생각이 우선이군.
재벌2 그럼, 그럼. 여기 내 자식이 있지만.
적자 아버님, 전, 사업 물려받을 생각 없습니다.
재벌2 아냐 그건 너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를 위해서지.
노동자2 죽어서까지 부를 누리는 유일한 방법이지.
재벌2 그래, 자네 똑똑하군. 뭐, 이 정도 봉변은 예상했으니까. 어떡하겠나?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말하겠네. 내가 힘써서, 그들을 빼내줌세. 뭐, 그만 일로 큰 징역 살 것도 아니겠구. 그건 별 것 아닐 걸세. 그래, 자넨 내 부탁을 들어주겠나?
노동자2 들어주리라고 믿나?
재벌2 물론. 또 하나 빅카드가 있으니까.
적자 아버님, 그 얘기는.
노동자2 무슨 얘기?
재벌2 호호. 너도 이제 눈치가 느는구나. 아암, 그래야지. 그래야지.
노동자2 니들끼리 무슨 수작이야!
재벌2 아니, 아니. 아사리판 된 데는 노동자도 일말의 가해가 있었다, 뭐 그런 얘기야. 얘야. 이런 얘기는 술 한잔 하면서 해야겠지. 저 친구도 남녀 문제엔 봉건적인 것 같으니까.
노동자2 니미 씨팔, 아직 또 뭔 얘기가 더 있는 거야?
재벌2 얘기는 무궁무진하지. 자, 나가실까. 비서, 비서!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