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막 모색과 의상
1장 만남
사장 집 거실. 파출부, 딸 셋, 사위 셋, 비서.
첫째 딸 아줌마, 어떻게 된 거죠? 언제부터 저러셨어요? 어떠시데요?
파출부 모르겠어요. 갑자기 쓰러지셔서. 모셔다 놓고 곧바로 의사 양반을 불렀으니까요. 마님은 그러고 한두 시간 뒤에 들어오셨지요.
둘째 딸 그럼 우리보다 얼마 안 먼저 왔네. 언닌, 어디 갔다 오셨우?
첫째 딸 으응, 볼 일이 있어서. 아버지가 저렇게 되실 줄 몰랐지 뭐냐.
파출부 요샌 매일 어딜 다니시더군요.
둘째 사위 아줌마, 말씀이 이상하시네. 뭘 지금, 따지고 있는 것 같은 투야.
파출부 따지긴요, 저 같은 것이 뭘 알겠습니까.
셋째 딸 아줌마, 뭐 기분 나쁘신 일 있나 본데, 해필 오늘 같은 날.
파출부 에휴, 딱해서 그래요.
첫째 사위 뭐가?
파출부 아, 이 집에 딱한 사람이 한두 명이유. 사장님이 그 중 젤로 딱하구.
첫째 사위 그리고?
파출부 그리구, 해고당한 사람들도 딱하구, 뭐 그렇지요. 독수공방 마님도 딱하구. 그 남편도 딱하구.
둘째 사위 도대체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파출부 이 여자라니, 나도 살만큼 살았시다. 신세 조지지 않았으면 당신 동생 정도 나이의 아들도 잘 하면 뒀을 테고.
둘째 사위 아니 근데, 이 아줌마가?
둘째 딸 놔둬요, 무슨 꼬투리를 잡았을 거야, 아마.
첫째 딸 으응, 뭔 꼬투리? 난, 아줌마한테 약점 잡힌 것 없어. 큰일 날 소리 마라, 얘. 바빠서 집을 좀 비운 것 말고는.
첫째 사위 도무지 집안이 아사리판이군. 당신 도대체 어딜 쏘다니는 게야?
첫째 딸 아이, 여보오, 쏘다니다뇨? 그냥 바람 좀 쐬러 다녔지.
파출부 바람은 바람이지.
둘째 딸 그만두세요, 아버지도 아프신데.
파출부 그럼, 그럼. 부모는 병이 들어서도 자식한테 도움을 준다니까.
둘째 사위 이거, 미친 거 아냐?
파출부 그래, 모르는 것 보다야 미친 게 차라리 낫지.
셋째 딸 아줌마 그만하세요, 제발. 아, 선생님.
의사 등장.
셋째 딸 아버지, 어떠세요?
의사 으음.
첫째 딸 위중하신가요?
의사 딱히 그렇지 않달 수도 없고.
둘째 딸 돌아가시나요?
셋째 딸 언닌,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의사 으음. 사람이란 게 참 고달퍼.
첫째 사위 그래 어떻게, 차도가.
의사 도대체 몇 살이 돼야 육체의 병이 마음의 병보다 깊어질 수 있지? 자네 아버님 연세가 어떻게 되더라?
첫째 사위 올해 칠순이시잖습니까.
의사 아, 그래, 그래. 깜빡했군. 그래, 나이 칠십인데도 마음의 병이 더 깊군.
둘째 사위 예?
의사 곧 돌아가실 병은 아니라는 뜻일세.
셋째 사위 암은요. 건강하신 분인데. 그런데, 무슨 병이십니까?
의사 마음의 병이니까, 내가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둘째 사위 정신은 드셨어요?
의사 멀쩡하시지.
둘째 사위 여보, 들어가 뵙시다.
첫째 딸 얘, 같이 들어가.
의사 기운이 없으실 텐데, 그렇게 한꺼번에 들어가지 말어.
둘째 딸과 둘째 사위, 첫째 딸과 첫째 사위,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 딸과 셋째 사위, 순서대로 퇴장.
의사 아줌마는 안 들어가나?
파출부 난, 유산 받을 게 없어서, 별 볼일 없우.
의사 이 집에 뭐 값나가는 게 있다구, 설마 그러겄어. 괜히 삐뚜른 눈으로 보지 말라구. 내가 보기엔 선량한 사람들 같은데.
파출부 그렇게 눈이 삐어갖고 누굴 고치겠다고 책가방을 들고 다니슈?
의사 허허, 그런가.
파출부 하긴 이렇게 둘밖에 안 남고 보니 의사 선생이나 나나 같은 처진 것 같군요.
의사 왜? 아줌마는 무료로 수지침 놓으시나? 나야 오랜 친구니까 무료지만. 거, 벌써부터 수지침 때문에 장사 못 해먹겠어, 젠장.
파출부 뭔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리요? 수지침? 그게 뭔데요?
의사 아이구, 묻덜 말아. 난 요새 노이로제에 걸려서, 환자가 오면 수지침 아느냐고 미리 물어본다네. 뭔 말을 못하게 해, 걔들은. 지들이 의사야. 도대체 뭐 하러 병원엘 오는지, 원.
파출부 사람이 목숨 달린 일엔 원래 앞뒤 두서없이 허겁지겁 달겨들기 마련 아닌가요? 아, 그러니까 의사가 길바닥에 밟힐 정도로 많아도 다 부자지. 도대체 중매 서열 1위가 그렇게 많아서야, 피라미드가 거꾸로 서서 땅에 구멍 뚫리겄네.
의사 그거 다 옛날 얘기 돼버렸네. 이젠 한물갔어.
파출부 근데, 수지 뭐시라?
의사 수지침.
파출부 그것도 침놓는 건가?
의사 묻덜 말라니께. 나, 차 한 잔 주소. 근데, 같은 처지란 게 뭔 소린고?
파출부 아하, 그거? 아 의사 선생은 인간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니께 사람들이 꼼짝을 못 허고, 난 부잣집 마나님들 약점을 잡은께 갸네들이 꼼짝 못 하지.
의사 약점? 무슨 약점?
파출부 어허. 약점이란 남한테 발설하면 그 즉시로 효력 상실인 거여.
의사 나 원 참. 얘긴 지가 끄내 놓고. 에끼, 어른 놀리나.
파출부 어른 좋아하네, 같이 늙는 처지에. 그럼 내가, 힌트라도 쪼께 줄까나?
의사 관둬. 뭔 시답잖은 소릴 하려는 게야.
파출부 그러지 말고 들어봐. 노동자가 넷이 있었다 그 말이여. 아니, 그 중 한 놈은 너무 늙었응께 냅두고, 또 한 놈은 짝이 안 맞응께 또 버리고, 그거 아니라도 불쾌한 놈이니까, 둘이 있었다 그 말이여,
의사 그런데?
파출부 이 사람들이 무지 건강했다 그 말이여. 한 놈은 나이보다 어설프지만 어깨가 떡 벌어진 게, 여자라면 침 질질 흘리게 생겼고, 또 한 놈은 싸가진 없지만, 내 아들놈 같아서 웬수 같은 정이 가는데 말이여,
의사 가만, 그거 요새 사장님 회사 얘기 아냐? 생일 초대까지 받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는데, 해고됐다는?
파출부 어허, 처음부터 그리 단정적으루다가 나가면 재미가 없어. 뭔가 여운이 있어야지.
의사 그래, 그래서?
파출부 그란디, 또 여자가 둘이 있었단 말여.
의사 뭐, 정분이 났단 말야? 하지만 이 집엔, 처녀가 없잖아. 아니, 그럼?
파출부 쉿! 또 너무 그렇게 단정 짓지 말어, 누가 그렇다 그랬남.
의사 아니, 그럼 뭔 얘기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파출부 그냥, 내가 엄청 약점을 잡았다는 것만 명심해 두쇼잉.
의사 약점 두 번 잡았다가는 몰매 맞아 죽겠구만.
파출부 내가? 히히. 천만에!
의사 에이, 시끄러. 근데 이 사람들이 환자를 아주 잡을 셈인가.
의사 퇴장.
파출부 두고봐라, 내 인생은 굶주림 퇴치 그것 하나가 목표였니라, 외골수로 가면 그건들 안 풀릴쏘냐.
셋째 딸과 셋째 사위 등장.
셋째 딸 많이 편찮으시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죠?
셋째 사위 그래도, 조심하셔야지. 충격이 워낙 크셨을 게야.
셋째 딸 아줌마,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파출부 일은요. 아새끼들 집에 엉덩이 부치는 일 없지. 마님 하루죙일 나다니지. 일 날게 뭐 있겠어요. 제 팔자가 상팔자죠.
셋째 딸 호호. 그래도 화가 단단히 나신 것 같은데요? 큰언닌 뭐하느라 그리 바쁘시데요?
파출부 제가 압니까, 그 속을. 서로 안 보니까, 마님도 편안하시겠죠.
셋째 딸 아줌만 괜히 그러시드라. 언니를 좋아하시면서.
첫째 딸과 쳇째 사위, 둘째 딸과 둘째 사위 등장
파출부 으매, 여자 셋에 남자 둘이군. 짝이 누군지를 얘길 안했네, 잡것.
둘째 딸 아주 혼자, 방언하시는군.
첫째 딸 (둘째 딸에게) 넌 뭐, 짚이는 거 없니?
둘째 딸 (첫째 딸에게) 왜? 언니는 짚이는 것 있어?
첫째 딸 (둘째 딸) 아, 아니. 없는데?
둘째 딸 그런데 왜 귓속말이야? 이 집 주인이 도대체 누구야?
첫째 딸 얘, 얘가? 왜 이리 소릴 지르고 그러니?
첫째 사위 뭐야?
첫째 딸 아, 아녜요.
파출부 안이고 밖이고.
첫째 사위 으이구, 도대체 되는 일이 없으니.
첫째 딸 여보, 같이 가요.
첫째 딸과 첫째 사위 퇴장.
둘째 딸 흥, 언니네도 도장 받는 데는 실패하셨군.
둘째 사위 뭐, 꼭 받아야 맛인가. 안 그래도 넘겨줄 텐데. 괜히 자기들이 나서서 우린 국물도 못 건졌네, 젠장.
파출부 도장 찍는다고 안심하면 되나. 그 자리엔 노저은 표가 안 나는데.
둘째 딸 뭐예요?
파출부 아녜요.
둘째 딸 나, 그렇게 우습게 보지 말아요, 아줌마. 아줌마 속셈 뻔히 아니까.
파출부 그래요, 속이 검지 않고서야, 여태 이 집안에서 살아왔겠우.
둘째 사위 뭐야?
파출부 속이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졌다 이거죠.
둘째 딸 흥, 둘러대기는. 여보, 신경 쓰지 말고 가요.
둘째 딸과 둘째 사위 퇴장.
셋째 사위 여보. 우리도 가야지.
셋째 딸 좀 있다 가죠. 아무도 없는데.
셋째 사위 미친놈들, 난 사람도 아닌가.
셋째 딸 누가요?
셋째 사위 당신 형부들 말이야. 어떻게 내 앞에서 그런 말들을 입에 담을 수 있지? 가자구.
셋째 딸 형부들 그런 거 처음 당해봐요, 당신?
셋째 사위 그래도 난 갈수록 더 못 참겠어. 특히 요즘엔.
셋째 딸 여보. 당신 일 하시는 건 좋지만, 사람이 너무 급격하게 달라지면 안 되는 거예요. 아셨죠?
셋째 사위 그래두 어떻게, 내 앞에서, 사위 놈 둘이 유산 분배 얘기를 해.
셋째 딸 노골적인 게 그 사람들 장점이려니 생각해야죠 뭐,
셋째 사위 당신은 어째 그래, 언니들 형부라 이건가?
셋째 딸 여보. 그건 집에 가서 얘기하고, 좀 있다 가요. 아무도 없는데.
파출부 원래, 아가씨 말고는 아무도 없는 집 아니우?
셋째 딸 아, 아니. 아줌마가 못미덥다는 소리가 아니구요.
파출부 나도 그 소리가 아니우.
셋째 딸 아, 아줌마. 그렇지 않아도 골치가 아픈데.
파출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비하면 그래도 하나님일걸.
셋째 사위 아줌마,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파출부 내 입으로 담기조차 더러운 일이요.
의사 등장.
파출부 어, 의사 양반. 아까 얘기가 좀 빠졌어. 남자가 둘이고 여자가 셋이었잖어? 짝이 맞지 않잖우.
의사 이 여편네가 아직도 그 소리네. 아, 꼭 짝이 맞아야 맛이야? 한 놈이 둘 거느리면 안 돼?
셋째 딸 아버진 좀 어떠세요?
의사 글쎄다. 좀 두고봐야겠어. 내가 매일 들르마.
셋째 사위 예, 꼭 좀 그래주십시오.
파출부 흥, 나타나셨군, 그래. 당신이 안 올 리가 없지.
노동자1 등장.
노동자1 의사 선생님! 사장님은요?
의사 주무시네, 깨우지 말게.
노동자1 어떻게 잘 좀 봐주시지 않구요.
의사 내가 할 조치는 다 취했어. 난 가네.
파출부 의사 양반, 내 얘기 다 듣고 가야지.
의사, 파출부 퇴장. 노동자1 사장 방 쪽으로 퇴장.
셋째 딸 아주머니가 좀 이상해요.
셋째 사위 언니들이 바람이 난 모양이군.
셋째 딸 예? 아니 당신, 어떻게 그런 말을.
셋째 사위 첫째 언니는 틀림없어, 두고 봐. 둘째는 잘 모르겠구.
셋째 딸 당신, 언니들 미워서 그러죠? 그러다 나까지 의심하겠우?
(등장인물에게 보이지 않게) 파출부 등장
셋째 사위 아냐, 그게 아냐. 이 집안은 뭔가, 기둥 뿌리째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어. 벌써부터, 악취가 나기 시작한다구. 아버님이 벌써 돌아가신 것처럼. 송장 썩는 냄새가 난단 말이야.
셋째 딸 당신, 또 시작이로군요. 그 소심증에다, 결벽증에다.
파출부 의심의 코는 못 속이는 법이죠.
셋째 딸 그럼, 아줌마?
파출부 그래요, 남편 말이 맞아요.
셋째 딸 흐흑, 어떻게 해요, 아줌마? 아버지가 너무 불쌍해요.
셋째 사위 누굽니까 도대체, 그 놈이?
파출부 그만해도 아가씨한테 충분한 고통이 되지 않았나요? 그것까지 말하면 쓰러져 다시 일어나실 수 없으실 텐데요.
셋째 딸 그래요, 그만, 그만해요!
셋째 딸과 셋째 사위 퇴장.
파출부 그래, 어차피 니들도 다음 세대의 주인은 아니지. 너무 순진하기만 해. 내 기준으로는, 천하의 병신이나 다름없지.
노동자1 등장.
파출부 아니, 그래 이 멍청한 양반아. 이왕 갔으면 한번 뵐 일이지 그냥 방 앞에서 뱅뱅 돌다 오는 게야?
노동자1 그려. 난 항상 그런 식이지. 실속 없이 사람만 좋아하고. 간이고 쓸개고 다 내주고. 그래, 지금까지 요 모양 요 꼴 아닌가.
파출부 당신 그 모양인 건 좋은데, 아랫사람 단속 좀 잘 하슈.
노동자1 젊은 사람들 파업하는 건 애당초 못 막을 일이었어. 아, 나도 그럴 생각이 굴뚝같은데, 혈기왕성한 사람들이 이런 시대에, 이런 생활을 어떻게 참겠어?
파출부 그 혈기를 좋은데 쓰면 누가 뭐래? 결국은 부자들한테 혈기를 다 빨리니까 하는 소리 아냐.
등장인물들에게 보이지 않게 사장 등장.
사장 걔들이 뭘 어쨌길래.
파출부 아니, 사장님. 어떻게?
사장 걔들이 뭘 어쨌길래.
파출부 아녜요. 사장님은 아실 필요 없어요. 사장님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니까요. 들어가 쉬세요. 땀을 많이 흘리셔서 감기 걸리십니다.
사장 괜찮아. 감기쯤이야. 걔들이 뭘 어쨌길래.
파출부 사장님. 제가 이 집에 오래 산 정리를 생각해서라도 이번만은, 이번 한번 만은 제 말을 들으세요. 사장님은 정말 아셔야 득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노동자1 사장님 들어가시죠. 옷도 부실한데.
사장 옷이야 아무려면 어때?
파출부 옷이요? 그럼요, 사장님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걸 아랫사람한테 강요한 건 잘못이세요, 사장님. 지금 사장님 자신에게 강요하는 게 잘못이듯 말이에요. 사장님은 인제 그런 몸이 아니셔요.
사장 저 여편네가 오늘 따라 왜 저리 청승맞어. 누구 초상났나?
파출부 예, 초상이 나도 단단히 났지요.
노동자1 아줌마!
파출부 아녜요, 이 말씀만은 사장님에게 꼭 드려야겠어요. 사장님, 전 세상에서 사장님을 유일하게 존경합니다.
사장 씰데없는 소리. 자네, 날 아주 송장 취급하는 게야?
파출부 그렇게 보셔도 좋구요. 사장님, 그 말만은 꼭 믿어주셔요.
사장 걔들이 뭘 잘못했는데.
파출부 아서요. 사장님은 감당 못하세요. 그럴 필요도 없구요.
사장 어허, 내게 아직도 더 슬플 일이 남았나?
파출부 그럼은요. 그래요, 걔네들이라면 그걸 헤쳐 나갈 수 있겠구만요.
사장 내게 걔네들 밖에 없다는 걸, 아줌마 보기에, 내가 속였던가.
파출부 속이신 적은 없지요. 그렇지만, 걔네들이 사장님을 배반하리란 것을 사장님은 알고 계셨으면서도, 입 밖에 내신 적이 없지요.
사장 허허. 그 속 내용이 그렇게 된 건가?
파출부 그렇지 않기엔 사장님이 너무 고생하셨어요.
사장 하긴, 내가 그렇게 순진한 놈은 아니지. 자넨, 왜 아직 그러구 있나. 아직도 내게 해줄 일이 남았나?
노동자1 사장님. 전 평생 사장님 곁에 있었습니다.
사장 이젠 내 옆에 없어도 되네. 곧 있을 수도 없게 될 테고.
노동자1 그러니까, 그때까지만이라도.
사장 아냐, 이미 그렇게 된 거지. 모두 물러가게. 혼자 있고 싶으니까.
파출부, 노동자1 퇴장
사장 내게, 아직도 가슴을 도려낼 일이 남았다? 70년을 산 내게, 아직도? 도려낼 가슴이 남아 있다? 허허, 다 쓸데없는 일이로세. 허허.
사장 퇴장.
파출부와 노동자1(음성).
파출부 글쎄 이이가? 왜 이리 질질 짜, 나잇값을 못하구? 측은해 죽겠네, 오늘밤 나하구 같이 지낼 텨?
노동자1 어떻게 그럴 수가.
파출부 으이구 쑥맥은. 이런 자 밑에서 어떻게 그런 팔난봉들이 나왔지?
노동자1 아까부터 무슨 소리여?
파출부 당신도 알 것 없어. 하긴, 걔들이 발광한 게 아닐 거여. 꼬리 치지 않구서야,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제. 겁탈한 것도 아니고.
노동자1 아, 자꾸 왜 이려? 싫다는디.
파출부 워따, 우리까지 지지리 궁상일 것 뭐 있어? 정작 딸년들도 살송곳 재미 실컷 보고 댕기는디.
노동자1 뭐, 뭐, 뭣이여?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