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공장
공장 사무실. 사장, 셋째 딸과 셋째 사위, 노동자1과 노동자2.
사장 자, 이제 비서마저 내보냈네, 식구들뿐이야. 그것도 첫째, 둘째는 이 회사 간부 직원이니까, 우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보세.
셋째 딸 그래요, 우린 다만 아버님께서 너무 연로하셔서.
노동자2 노동자들이 너무 거칠어서요?
셋째 사위 그게 아니고,
셋째 딸 됐어요, 여보. 죄송합니다.
노동자1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막아볼라고 했습니다만.
사장 그걸 이제 와서 따져 뭘 하자는 게야? 그래 자네 말 잘 했네. 자네와 내가 1, 2년 공장 생활 했는가? 우리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나왔던 적이 있는가? 내가 자네들한테 못해준 것이 뭐야?
노동자1 면목이 없습니다, 사장님.
노동자2 아저씬 나가 계셔요. 제가 말씀드리죠.
사장 오호라. 자네가 빨갱이 수괴로구만.
노동자2 사장님, 말씀 삼가주십시오. 우린 지금 노동자 대표로 와 있는 겁니다. 사사로운 자리가 아녜요.
셋째 딸 아니, 그런데…
셋째 사위 아니, 당신은 가만있어. 아버님. 이 사람들 말이 맞습니다. 일단 대표로 와 있으니까, 대화를…
사장 그래, 자넨 배웠다 이거군. 이 사람아, 난 자네 같은 샌님들하고 달라. 근로자들 하구…
노동자2 노동자들 하구요,
노동자1 이 사람, 좀 심하지 않은가.
사장 괜찮아, 그래 노동자들 하구 한평생을 같이 산 사람이야. 가까워도 내가 훨씬 더 가깝네. 나두 옛날엔 노동자였어.
셋째 사위 그래도, 이건 분규에 관한 거니까, 요구 조건이 무엇인지 우선 들어봐야…
사장 요구 조건? 아, 회사 다 달래도 줄 텐데, 무슨 요구 조건? 난 그렇게 인생을 살지는 않았어.
노동자2 그래서, 옛날엔 노동자였구, 지금은 노동자들한테 회사까지 다 줄 수 있는데, 임금 몇 푼을 못 올려주시겠다는 겁니까?
사장 아니 이 자식이? 이제 지 애비 같은 사람한테 막 대드네?
노동자2 나 참.
사장 이 불학무식한 놈아. 아이구, 머리야.
셋째 딸 아니, 아버지. 흥분하시면 큰일 나니까, 이 이한테 맡겨보세요, 우선. 말을 통해봐야 할 것 아녜요. 여보, 어서!
사장 말을 통하다니! 한 솥밥 먹은 게 몇 십 년인데. 이제 와서 말을 통하다니.
노동자2 그게 말을 통한 겁니까! 일방적으로 말씀을 하달하신 거죠. 이 아저씨 같이, 양순하게 평생을 바친 분한테.
사장 그럼 내가 이 친구를, 싫다는데 머슴 살렸다는 소리야? 자네 그렇게 생각하나?
노동자1 아닙니다, 그럴 리가.
노동자2 아저씨, 하실 말씀을 분명히 하세요. 비굴하게 굴 것 없어요.
사장 잘들 놀아봐. 어이, 비서. 비서!
노동자1 사장님!
셋째 딸 아버지!
사장, 노동자1, 셋째 딸 퇴장. 잠시 침묵 후 노동자1, 셋째 딸 다시 등장.
노동자1 휴우. 이 사람. 이렇게 안 하기로 약속했지 않은가, 자네, 나한테.
노동자2 죄송합니다. 너무 흥분해서. 두 분께도 죄송합니다.
셋째 사위 그래, 요구 조건이 뭐요?
셋째 딸 말씀 계속 하실 거예요?
셋째 사위 안 하면?
셋째 딸 아니, 그래도 아버지나 계셔야지, 저렇게 나가시면 우리가 무슨 대표권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형부들이 와야지.
셋째 사위 그렇군.
바깥이 소란하고, “어떤 새끼야, 씨팔” 하다가 유리창 깨지고 셋째 딸 “꺄악” 소리 지르고, 노동자3과 노동자4 등장.
노동자4 누구야, 어떤 씹새끼가 함부로 욕하고 지랄이야?
노동자1 무슨 소리야?
셋째 사위 나가시오, 여긴 협상 중 아니오.
노동자2 무슨 일인데 그리 흥분했나?
노동자3 누가 우리 대표를 막 욕하고 멱살 잡는다 그래서…
셋째 딸 나가 주세요. 사장실에서 이건 너무 무례하잖아요.
노동자4 오호, 셋째 따님이시군. 안녕하슈. 여전히 미인이시네요.
셋째 사위 뭐야, 이 새끼가!
노동자4 야, 이 씹새꺄, 누구 보고 새끼, 새끼 하는 거야.
노동자1 아니, 이 자식이. 버르장머리 없이, 에잇, 이 자식.
노동자4 왜 때려요, 왜? 이런 것들한테 업수임 당하는 것도 설운데, 왜 아저씨까지 날 때려요, 에? 잉잉. 니기미 씨팔.
노동자1 이 눔아, 가만히 있는데도 널 때려? 이게 무슨 짓이야, 이게. 난 이제 니들하고 상종 안 할런다. 씸한 놈.
노동자2 어이, 데리고 나가지. 아저씨도 앉으셔요. 저 친구 좀 열혈이라서요. 죄송합니다.
노동자3, 4 퇴장.
셋째 딸 흥, 잘 하면 사람 치겠군요? 이게 당신네들이 하겠다는 그 노동운동이에요, 이게?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한테도 지지를 못 받는 거예요.
노동자2 민주화운동은 해도, 노동운동은 해도, 아버님 회사라서 저희들을 지지 않는 게 아니구요? 그 얘긴 관둡시다. 제가 깊이 사과하죠. 아저씨, 죄송합니다.
셋째 딸 죽어두, 우리에겐 사과 않겠다, 이거죠? 아저씨도 왔다갔다하지 말고 태도를 분명히 하세요. 이 사람들 편에 서든지, 아니면…
노동자1 사직서를 올리겠습니다, 아씨.
셋째 사위 아, 여보, 당신은 또 왜 흥분하고 그래. 사직서를 내실 일은 아니고요, 아저씨.
셋째 딸 당신은 우리 집 사람 아니에요? 왜 이런 일만 나면 그렇게 악착같아요? 돈 버는 데 좀 그래 보지.
셋째 사위 아니, 이 사람이 지금 우리가 집안일로 싸울 때야.
노동자2 그것도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그 친구가 아가씨에게 농한 거, 제가 엄하게 야단치겠습니다.
셋째 딸 흥, 대학 출신다우시군요.
셋째 사위 당신 왜 그리 비비 꼬였어?
셋째 딸 아니, 이 꼴을 보고도 속이 안 뒤집혀요, 당신?
셋째 사위 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그런 거 아닌가. 좀 나서지 말아요.
셋째 딸 알았어요. 나서나 마나 우린 할 일이 별로 없는 게 아닌가요?
노동자1 나가보겠습니다.
노동자2 어딜 나간다 그러세요. 사장 올 때까지 기다려야죠.
셋째 사위 그래, 그래 좋겠어요. 차라도 좀 드시고. 여보,
셋째 딸 그래요, 끓여드려야죠. 세상이 달라졌으니.
노동자2 세상 달라지기를 원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셋째 사위 왜 또 그러시나. 우린 서로 적이 아닌 것 같은데.
노동자2 교수님 성함도 익히 알고 있지요.
셋째 딸 아니, 맞아요. 난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랬어요. 지금도 바래요. 하지만, 당신하고는 아닌 것 같네요.
노동자2 너무 겉만 보시는 게…
셋째 딸 겉이 아니라, 속이 훤히 들여다보여요. 추하디 추한 흑심이 말이죠. 그래요, 나한테 농지거리한 사람은, 따지고 보면 순진한 사람이죠. 문제는 당신들 같은 배후 조종자들한테 있어요. 난 정말이지, 당신들이 권력을 잡을까 봐, 두려울 정도예요.
노동자2 많이 기다려야겠죠.
셋째 딸 기다릴 뿐만 아니라, 많이 크셔야겠네요.
노동자2 같은 얘기죠.
셋째 딸 천만에, 큰다는 것은 기다리는 것보다 몇 백 배 더 어려운 일일걸요.
노동자2 내가 다 키우는 건 아니요. 노동자들은 노동을 하면서, 기술 문명이 발전하는 만큼 크니까.
셋째 딸 그래서, 그렇게 커서 파업 첫 시작이 사장 딸 희롱인가요? 그게 노동자들의 성장이예요?
노동자2 그건 사과드렸잖소.
셋째 사위 자, 자, 그만하고.
셋째 딸 그만하면, 뭐 딱히 할 얘기가 있나요? 이렇게 시간이나 보내주는 게 사장 딸 역할 아닌가요? 그쵸? 운동가 양반? (침묵) 아니, 그래, 파업할 데가 없어 해필 여기서 해요? 당신 건수 올리자는 거죠?
노동자2 노동자들의 자생적인 욕굽니다. 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할 뿐이요.
셋째 딸 요구? 그럼 이 아저씨도 그러길 원하시던가요?
노동자1 아닙니다, 전.
노동자2 중재를 나서신 거요. 반쯤은 우리 요구를 인정하시는 거죠.
셋째 사위 그만합시다, 당신.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도 아니면서. 아버님 오시네.
“아 괜찮아, 딸아이가 있으니까” 하면서 사장 등장.
사장 그얘 전무, 상무를 불렀구나. 난 사실, 자네가 좀 튼튼해져서 이런 일들을 해결해주길 바랬는데. 걔들은 도무지 인정머리라곤 없단 말야. 자넨 역시 내 편이 되긴 틀린 것 같아.
셋째 사위 편이 어디 있습니까? 장인어른도 말씀하셨다시피.
사장 무슨 소리야. 싸움이 벌어졌는데, 니 편 내 편이 없다니.
셋째 사위 아니 노동자를 가족처럼 생각하신다면서요?
사장 제 집을 들이부수는 게 가족이야? 난, 내 집을 지키겠네. 50년 넘게 쌓아온 내 사업을 말이야.
노동자2 협상을 하시겠습니까, 안 하시겠습니까?
사장 몰라, 난. 너희들 같은 놈한테 어울리는 놈들을 붙여줄 테니까. 걔들하고 얘기해.
셋째 딸 누구요? 형부들이요?
사장 그렇다. 아니, 그것만도 아니지.
노동자1 사장님 결국 경찰을?
사장 도적놈들한테 내 집을 털릴 수야 없지 않은가.
노동자1 안됩니다, 사장님. 이 고비만 넘기면, 우린 다시 전처럼 화기애애하게 일하며 살 수 있어요. 지금은 사회가 하도 그러니까.
노동자2 전처럼은 안 될 겁니다, 아저씨. 전처럼, 시키는 대로 일하는 노예 노동자들은 이제 없을 거예요.
사장 그건, 자네가 더 똑똑하군. 이 사람 말이 맞아. 우린 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네.
노동자2 결국 이런 식으로 협상을 거부하시는군요.
셋째 딸 아니, 아버지. 그러니까, 경찰을 정말?
셋째 사위 장인어른, 시간을 두고 좀 보는 게…
사장 보긴 뭘 봐. 난, 내 공장 깨부수는 놈들하곤 평생 같이 못 살아.
셋째 사위 그건 일부 과격분자가…
노동자2 자, 셋째 따님. 나도 이만하면 할 만큼 했지요?
셋째 딸 무슨 소리예요, 그게?
노동자2 봐드릴 만큼 봐 드렸다, 이겁니다.
사장 봐주다니, 임마. 니가 날 잡아왔냐?
노동자2 그럼 사장이 여기 날 잡아두고 있는 거요? 니기미.
셋째 딸 어맛, 왜 이래요!
노동자1 자네, 왜 이러나? 밖에 나가서 조금 열을 식혔다가 다시.
노동자2 소용없어요. 이러다간 우리도 어용으로 찍힙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이러다간 내부 오해가 생겨서 노조고 뭐고 못 만들어요.
셋째 딸 아버지, 경찰은 안 돼요. 아버지, 이러시진 않았잖아요?
사장 이놈들도 이러진 않았다. 난 경찰 아니라 구사대도 부를 거야.
노동자2 마음대로는 안 될 겁니다.
노동자2, 퇴장.
사장 걱정 마라. 난, 경찰은 부르지 않을 거다. 그 놈들이나, 이놈들이나, 공장 박살내는 거 눈 하나 깜작 안할 텐데, 내가 자진해서 그 짓을 왜 하겠냐. 돈까지 줘가면서. 하지만, 니 형부들은 부를 거다. 그놈들은 족히 그러지. 이래저래, 내 시대는 끝난 것 같구나.
노동자1 사장님!
셋째 딸 아버지가 말리셔야죠. 아버진 하실 수 있어요.
사장 하고 싶질 않아. 자네도 이젠, 집에서 쉬게나. 쉴 때가 됐어. 노후가 쓸쓸치 않게 조치해줌세. 자넨 내 분신이니까. 자넬 너무 혹사했네만.
노동자1 사장님!
사장 나가게, 어서. 맘 변하기 전에.
노동자1, 퇴장.
셋째 사위 장인어른, 기운을 내세요.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져도, 장인어른을 비난한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세상일 겁니다.
사장 자네, 아직도 그 혁명에 마음을 두고 있나? 후훗, 역시 자넨 낭만적인 학자 밖에 안 되는군. 이보다 더한 일? 이보다 더한 일은 없어. 아니, 이것도 별 건 아냐. 이 사람아, 내가 이래봬도 인공 때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거쳐 대한민국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나이 70에 아직도 중소기업 사장인 사람이야. 그게 무슨 뜻인 줄 아나? 어떤 줄도 안 잡고, 또 온갖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내가 그 회장 친구들 부러워하는 줄 알아? 천만에. 다만, 충격을 받은 건, 이제까지 이렇게 살아온 내가, 이런 일을 당하는 나한테 충격받은 것뿐이야. 세상? 어림도 없어. 자네들 힘으론 꿈쩍도 안 해. 나 같은 놈도, 단지 겨우 버텼을 뿐인데. 하지만, 여태 도대체 뭘 버텼나, 허무한 생각이 들 뿐이야. 우리 회사만큼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셋째 사위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죠.
사장 자넨, 내가 뭘, 잘못했다는 겐가?
셋째 사위 크게 잘못하셨다는 게 아니고.
셋째 딸 그만하세요. 너무 피곤하신가 봐요. 아버지, 집에 들어가실래요?
사장 니들 먼저 들어가거라. 나 망하는 꼴은 나 밖에 볼 사람이 없으니. 니들이 보는 건 차마 못 보겠어.
셋째 딸 망하시긴요. 그냥 몇 사람이 그러는 건데.
사장 너는 모른다. 들어가.
첫째 사위, 둘째 사위 등장.
첫째 사위 어, 웬일이야?
둘째 사위 처제, 웬일이야?
사자 내가 불렀다. 의지할 데가 없어서.
첫째 사위 아버님도 참, 저희들을 금방 부르시죠.
셋째 사위 노동자 대표들이 다녀갔는데…
둘째 사위 응, 그 새끼들이 왔었어? 어디? 뭐래? 뭐 하겠다는 거야 도대체?
첫째 사위 그 자식들이 아버님을 어떻게 한 거야?
사장 난 별일 없다. 무슨 요구 조건인가를 들고 왔더라.
둘째 사위 개자식들.
첫째 사위 그래, 얼마를 더 달라는 거야?
셋째 딸 모르겠어요, 형부들이 없어서 얘기를 채… 형부, 경찰은 안돼요, 네?
둘째 사위 무슨 소리야? 무슨 일이 있었어?
셋째 사위 아니 그냥, 좀 소란했는데. 사과했으니까.
둘째 사위 소란, 어떤 새끼야? 아니, 도대체 자넨 뭐 한 거야?
사장 얘야, 집에 가거라. 이제 니들이 할 일은 없어.
셋째 딸 아버지. 다시 한 번 생각을 좀.
사장 글쎄, 니가 할 일도 내가 할 일도 없다지 않냐.
첫째 사위 상무, 기획실장님한테 전화해봐, 거기도 난리라는데. 어떻게 도움을 좀 받을 수 없을까? 기획실장이면 이런 거 관리잖아?
둘째 사위 4, 8, 6에. 아냐, 이런 건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더 잘 알 거야. 동생 분한테, 전화할까?
셋째 딸 형부! 좀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결정하셔도 되잖아요.
둘째 사위 처제가 뭘 안다고 그래. 처제 남편이 이 회사 상무야? 이 자식들 진작부터 낌새가 이상했다구.
사장 거 봐라. 난 한 번도 남의 도움 안 받고 살았다. 이놈아. 도움을 청하려면 직접 가야지. 경찰을 부르든, 구사대를 짜든, 직접 가 봐야지. 전화질 가지고 되냐?
셋째 딸 아버지!
둘째 사위 평생 하청만 맡아 하시고도, 아무 도움도 안 받으셨다구요? 그럼요, 도움 받으실 필요가 없었죠. 위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까. 친구니까 월급 떼어먹을 필요없고.
사장 뭐라구, 이놈이. 주둥이 닥치지 못해!
둘째 사위 이젠 저희가 합니다. 어차피 그분들 도움 없인 아무것도 못해요. 평화 시기가 전쟁 시기로 바뀌었을 뿐이죠. 장인어른은 전쟁기에 걸맞지 않으셔요.
셋째 딸 큰 형부! 작은 형부 저래도 되는 거예요?
첫째 사위 나도 처제가 이 일엔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셋째 딸 네?
첫째 사위 아니면 처제가 노동운동한 거 소문이 짜한데, 같이 끼어 할 거야, 어쩔 거야? 안 그래?
셋째 사위 여보, 갑시다.
노동자3, 4 등장.
노동자4 그래, 경찰을 부르시겠다 이거지. 본색이 드러나는군.
첫째 사위 나가 임마.
노동자3 임마, 임마, 하지 마. 이 집안 이거 욕만 가르치는 모양이군.
둘째 사위 그래, 요구 조건이 뭔가?
노동자3 지연 작전이신가?
둘째 사위 요구 조건이 뭐야, 그것만 말해.
노동자3 명령하지 말어, 개새끼.
셋째 딸 흥분하지 말고 말해요, 제발.
노동자4 누가 흥분했다 그래, 지가 헥헥 대는구만.
둘째 사위 아니 이 자식이, 근데?
노동자4 어, 쳤어? 야, 이거 오늘 세 번 맞는구만. 형님들한테 두 번, 그리고 마누라 덕에 출세한 놈한테 한 번.
셋째 사위 이보쇼, 좀 진정하고…
노동자3 그리고 학문 높으신 분한테, 훈계까지 듣고.
사장 내 죄로다, 다 내 탓이로다.
셋째 사위 이 사람, 자네가 먼저 희롱을 걸었잖어? 누가 노동운동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든가, 엉?
노동자4 게다가 울대까지. 이보쇼, 가르치기 누가 가르쳐. 누굴 또 빨갱이로 몰려구.
셋째 사위 이봐, 공산주의가 이렇게 개차반 같은 건 줄 아나? 자네 같은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빨갱이가 욕을 먹는 거야.
셋째 딸 여보. 그만 가요.
노동자3 뭐라? 공산주의?
노동자4 그게 뭔 소리여, 시방?
둘째 사위 이봐, 처제. 그 남편 헛소리 좀 그만하게 하고 빨리 데리고 나가.
셋째 딸 아버지 모시고 나가겠어요.
사장 작업반장, 작업반장! 어디 갔어? 퇴근했나? 딴 공장으루 갔나?
셋째 딸 아버지?
사장 자, 우리끼리 얘기해보세. 자네들 중 몇은 일 힘들다구 큰 공장으로 가고, 나머지는 남아서 파업이야. 난 어떻게 하란 말야. 야, 이 새끼들아, 공장장 불러와. 직접 가봐.
둘째 사위 (첫째 사위에게) 아주 갔나?
첫째 사위 에이, 그렇잖아도 골치 아픈데.
노동자4 사장님!
노동자3 (노동자4에게) 괜히 저러는 거 아냐?
셋째 딸 아버지!
셋째 사위 장인어른!
둘째 사위 조용히들 해 제발! 그래, 요구 조건이 뭔가?
첫째 사위 그래, 요구 조건이 뭐야?
사장 재벌한테 돈 달라고 원조를 청한다? 아니면 사위들로 구사대를 짠다? 좋아, 좋아, 옮길 테면 다 옮기라구. 내가 직접 쇳물 붓겠다구, 좆 겉은 거. 니들 없어도 일할 놈들 쎄구 쎘다구. 세상 좀 좋아졌다고 이리 날쳐? 난 뭐야 그럼. 이 개새끼들아, 내 청춘은 뭐야.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