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것은 어느 날 우리들의 발밑을 흐르던
역사가 스스로를 박차고 전면에 솟구쳐 오른
유령, 그것은 과거가 곧장 끔찍한 현재로 된
육화, 그중 몇 사람은 핏발 선 큰 눈의
유령, 가장 고요하게, 가장 펄펄 뛰는 현실 속에
있었던 그들이 이제 지금 그리로 돌아가지
못하리, 역사로 가는 문은 닫히고 이름이
유령의 몰골로 대낮을 활보한다 아아 가여워라
그리움뿐인 유령의 집은 더 앙상하리 더
무색무취하리 영원한 예술가의 집보다 더욱
유령의 생애를 위해 다시 뒤늦은 역사가
올 것인가 아니다 그들은 죽었으므로 그것을
알고 있다 우리보다 더욱 그들의 생애는
유령을 위해 유령이 되지 않는다 오 그들을
단 한 번, 예술의 집으로 초대하라, 그리하여
그들이 살던 곳으로 문을 열어주라 이제
그들이 다시 살아 있는 역사 속으로 들어가고
동시에 미래의 역사 속으로 현실의 본질 속으로
들어온다 보라 안구 형형(眼球 炯炯)한 그들이 비로소
우리들의 미소가 되고 발걸음의 근육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