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보다는 끝을 맺어야 할 때 더 많은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별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글쓰기와 직장 일을 병행하고 있는 저는 소설을 쓸 때는 직장일 외에 다른 일은 전혀 못 합니다. 짧은 여행도, 영화 구경도, 쇼핑도―예외가 있다면 부고를 듣고 문상은 갑니다만―심지어 좋아하는 수영장에도 못 갑니다.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 차를 마시거나 맥주를 한두 잔 마시는 정도는 합니다만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가능하면 최대한 몸을 웅크립니다. 작은 일에도 화를 더 내고 폭식을 하거나 굶거나, 말을 아주 많이 하거나 전혀 하지 않거나 합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고, 계절이 바뀌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원래 저는 글쓰기에 재주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는 키가 크다는 이유로 멀리뛰기, 육상, 배구, 아이스 스케이트 같은 운동선수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고 싶었는데 결국은 소설을 쓰게 됐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소설을 쓰는 게 천직이라거나, 작가로 사는 게 운명이었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다시 운동선수가 될 수도 없으니 글은 계속 쓸 것 같습니다. 저희 엄마는 데뷔 때에도 그랬는데 아직까지도 저에게 “그 쓸데없는 짓 좀 그만 하고 편하게 살아”라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 엄마는 해본 적도 없으면서 글쓰기가 힘든 일이라는 걸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차라리 지금부터 새로 써볼까, 그러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철학, 기지, 유머, 문장 그 어느 것도 다 부족한 밀가루 반죽덩어리 같은 『라이팅 클럽』 원고를 싸안고 앉아 이걸 어쩌면 좋아, 하고 고민하는 게 요즘의 제 생활입니다.
오르한 파묵이 소설『검은 책』에, 아랍어로 된『모호한 책』의 한구절을 인용해 “그 무엇도 인생만큼 경이롭지 않다. 글쓰기를 제외하고는”이라고 적어놓았더군요. 그 매혹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글쓰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독자 여러분들이 한 줄 한 줄 남겨주신 글 역시도, 때로는 침묵조차도, 어떤 유명작가의 글보다 저에게는 경이로웠다는 것을 연재를 마치며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