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입을 오물거리며 뭔가를 씹는 듯한 동작을 하다가 또 한참 동안 멍해지다가 또다시 입맛을 다시고 입을 오물거렸다. 점차 경련의 동작의 커지고 그때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발작이 일어난 것은 밤 열시쯤이었다.
나는 김 작가의 얼굴이 잘 보이는 쪽으로 얼굴을 향한 채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먼저 침대가 흔들렸다. 비도 오지 않는데 침대 위에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거친 나뭇가지들이 김 작가의 얼굴을 후려치고 그녀의 몸은 저 혼자서 깊은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그녀는 무엇이라도 잡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냥 김 작가의 몸을 붙잡고 안아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놓고 갔지만 왠지 주사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침대 앞에 서서 몸을 숙인 채 상체를 안아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지만 밤이 되면서 발작이 더 심해졌다. 급기야 김 작가 몸이 스스로 나를 밀쳐내고 베개 위로 튀어 올라 아래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김 작가를 붙잡고 어쩌고 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엄마, 정신 차려.” 김 작가는 구역질이 치미는데도 입을 꼭 다문 채 목구멍 밖으로 쏟아져 나오려고 하는 것들을 나오지 못하게 했다. 금세라도 토할 것 같았다. 김 작가가 팔을 뻗어 나를 잡으려고 했다. 내가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입으로 아무런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을 불렀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나는 눈물을 흘렸다. 엄마의 얼굴은 고통으로 쭈글쭈글했고 눈동자는 반쯤 위로 치켜져 올라가고 허리는 완전히 비틀어져 있었다. “엄마, 이러지 마. 이러면 안 돼.” 나는 혼자서 울었고 김 작가의 몸은 자꾸만 비틀렸다.
그때 여러 명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김 작가의 몸에 주사기를 찔러 넣을 즈음 그녀의 눈은 이미 저 하늘나라 쪽으로 거의 다 간 것처럼 보였다. 김 작가의 몸이 굳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안았다. 그녀의 머리를 꼭 안고 계속해서 흔들었다. 나는 엄마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그건 너무 슬픈 일이었다. 나는 아직도 김 작가에게 할 말이 많은데 내 말도 듣지 않고 죽는 건 너무 심했다.
밤새 나는 김 작가의 머리를 꼭 안은 채 얼굴을 어루만지며 앉아 있었다. 다행히 김 작가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고 경련은 가라앉았다. 김 작가는 너무 가벼워서 한숨에 달랑 안을 수 있었다. 어느새 새벽녘이었다. 나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베개를 머리에 맞게 대어주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푸르게 밝아오는 새벽하늘이 창 너머로 보였다. 바로 그때 병원 정문으로 검은 리무진들이 자갈을 짓이기는 소리를 내며 몰려 들어왔다. 손으로 창을 닦고 내다봤다.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먼저 내리고 가운데 있는 리무진에서 흰 잠옷 위에 나이트가운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여자가 비척거리며 부축을 받으며 내리고 있었다. 여자는 금세 눈을 비비며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경호원들 두 명이 양쪽에서 팔을 잡자 동작을 멈췄다. 아주 천천히, 병원 현관 쪽으로 걸어오는 그녀는 다리에 거의 힘을 주지 못했다. 정말 김 작가 말대로 대통령 부인인지 왕실의 여왕마마인지 하는 여자가 또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하시는 중이었다. 김 작가는 잠이 든 것 같았다. 아, 미쳐가는 불쌍한 여자들을 어쩌나!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김 작가는 침대 위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주사기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는 약만이 그녀를 지탱했다. 방 안이 어두컴컴했다. 죽음이 급속도로 몰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무서웠다. 차라리 어린아이처럼 울 수 있었으면 싶었다.
며칠 후 그녀가 이른 봄의 꽃망울이 늦터지듯 천천히 깨어났다. 의지와 몸이 따로 놀아서 그녀는 겨우 입을 열어 숨을 쉴 뿐이었다. 엄청난 지진해일이라도 한방 맞은 사람처럼 그녀는 아주 조용해졌다. 거짓말처럼 또 방 안으로 초겨울의 햇살이 마구 비춰 들었다. 나는 김 작가에게 다시『돈 키호테』를 읽어주었다. “김 작가님, 빨리 일어나세요. 뉴욕 시내 산책을 나가야죠. 뉴욕은 겨울일수록 운치 있답니다.” 나는 마치 돈 키호테의 신하 산초 판자가 된 것처럼 말했다. 김 작가는 희미하게나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