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느 새 나도 B처럼 《강철군화》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었다. 타고난 연설꾼 어니스트는 ‘필로머스 클럽’이라는 현학적이고 지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비공개 클럽에서 강연을 했다. 이백여 명 정도의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니스트는 그들을 박살낼 기세로 덤벼들었다.
“여러분은 권력과 재산으로 살이 쪘고, 성공으로 술 취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게으름뱅이 수벌이 꿀벌집 근처에 엉겨 붙어 있는데 일벌들이 덤벼들어 그 화려한 생명을 끝장내는 것처럼, 우리들에게는 전혀 가망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여러분은 사회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실패했기 때문에, 그 관리권은 이제 박탈되어야 마땅합니다. 노동 계급의 백오십만 명이, 나머지 노동 계급 사람들을 포섭해서 합세시켜 가지고 여러분으로부터 관리권을 빼앗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용주 여러분, 그것이 바로 혁명입니다.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시죠.”
어니스트의 목소리가 ‘필로머스 클럽’뿐만 아니라 글짓기 교실에도 쩌렁쩌렁 울리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 모인 청중들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이 책의 타이틀을 연상시키는 구절, 어니스트의 강연에 대한 격한 반응을 보이는 다른 청중들과 달리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앉아 어니스트의 강연을 듣고 있던 윅슨이란 사람의 극적인 공격이 등장하는 구절에 이르렀다.
“우리에겐 자네에게 낭비할 말은 없어. 자네가 장담했던 대로 그 힘센 두 손을 내밀어 우리들의 저택과 화려한 안락을 빼앗으려 할 때면, 우리는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이다. 우리들의 대답은 폭탄의 굉음과 파편과 기관총이 울부짖는 소리 속에 깃들어 있다. 우리는 자네의 혁명가들을 우리들의 구두 뒤축으로 짓뭉갤 것이고, 자네들의 얼굴 위를 짓밟고 다닐 것이다. 이 세상은 우리들의 것이고, 우리는 그 주인들이며, 세상은 앞으로도 우리 것으로 남아 있을 거다.
노동자들의 무리로 말하자면, 그들은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흙 속에 파묻혀 살아왔고, 나는 역사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은 나와 내 계급과 우리 뒤에 오는 후계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한, 계속해서 흙구덩이에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한마디 말이 있지. 모든 말 중의 제왕―그건 ‘권력’이라는 말이다. 신도 아니고, 물신도 아니고, 권력이야. 자네 혀끝에서 잘 굴러 나올 때까지 계속 지껄여보라구. 권력!”
B는 항상 이 대목에서 퀴즈를 내곤 했었다. “어니스트가 윅슨의 말에 뭐라고 대답했게?” 나는 그때마다 늘 졸거나 딴생각을 하곤 했다. “그렇게는 안 될 거라고 했겠지.” 스르륵 잠이 들 무렵이면 잠꼬대처럼 들리던 그 소리에 대한 나의 성의 없는 대답이 그랬다. “‘우리도 당신들에게 납총알로 대답을 대신할 것입니다’라고 했어. 멋지지? 난 이 대목이 제일 멋지고 시원해.” 그리고 B는 방의 벽에 대고 한 손을 내밀어 총을 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