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1회
세종대왕이 세자 이향(문종)과 수양대군에게 남긴 유언1
내가 어젯밤 꿈속에서 시를 지었다. 시의 뜻이 좋아서 너희들에게 들려주니, 곁에 두면 반드시 유익할 것이다.
들에 비가 넉넉히 내리니 백성들의 마음은 즐겁고,
장안에 햇살이 비추니 기뻐하는 기색이 새롭도다.
많은 경사는 착한 일을 쌓으면 온다고 하지만,
다만 우리 님을 위하여 그 몸을 조심하여 주구려.
내가 너희 형제에게 유교(遺敎)를 남기고자 하니 명심할 것이다.
나라를 가진 자는 그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지 않으며, 삶을 가진 자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왕이 죽고 난 뒤 대개 신하들은 형제들의 과오를 공격하는 법이다. 내가 죽으면 너희 형제의 허물을 말하는 자가 반드시 많을 것이다. 모름지기 나의 말을 잊지 말고 항상 친애의 마음으로 서로를 아낀다면, 외부에서 능히 두 사람을 이간질하지 못할 것이다. 부득이하여 죄를 주어야 할 때도 재삼 반복하여 생각하고, 정리(情理)를 익히 헤아려서 속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 옳을 것이다. 내가 즉위한 초기에도 형인 효령대군2 등을 공격하는 자들이 많았는데, 내가 아니었다면 능히 보전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영응대군3이 항상 내 곁에서 밥을 먹었는데, 이는 그 소중함이 음식 먹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1455년
1 『조선왕조실록』 세조 1권 총서에 들어 있는 세종대왕의 유언을 정리한 내용이다.
2 태종 이방원의 둘째 아들이며 어머니는 원경왕후이다. 형인 양녕이 세자에서 폐위된 뒤 동생 충녕이 세자로 책봉되자 불교에 심취하였다. 충녕과는 우애가 깊었고, 세종이 자기 집에 들르게 되면 밤이 깊도록 형재애를 나누고 국사에 대해 논했다고 한다.
3 세종 임금과 원경왕후의 8번째 막내 왕자로, 임금을 ‘주상전하’로 부르는 대신에 민간에서처럼 ‘아버지’라 부르는 것을 허락받을 만큼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