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잠녀 고아라가 환관 방비리에게
1465년 6월 24일
이런 황당한 일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난감합니다. 아시겠지만, 칠월에 잠실에 들어가면 찜통처럼 눈앞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신시(申時)쯤에 누에들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느껴졌지만, 더위에 지쳐 그러려니 했답니다. 앞서 교대한 잠녀들이 아무 말이 없었기에 별 걱정을 하지 않았어요. 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상치 않았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누에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을 보이고 있었어요. 잠잘 시기가 다가와서 굼뜬 것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하얀 곰팡이가 생긴 것 같아요. 세 잠동 중에 한 잠동의 누에들의 거동이… 느려지고 있습니다.
글씨가 엉망인데, 손이 후들후들 떨려서… 글씨도 떨려요.
친잠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상전하께서도 참석하실 예정이라고 중전마마께서 어느 때보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계십니다. 만반의 채비를 하라며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을 보내 당부를 하시는데, 나리, 이런 일이 벌어지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친잠례를 취소할 수도 친잠례를 강행할 수도 없는 시점입니다. 중전마마의 체면과 명예는 땅에 떨어질 것이고, 잠녀들도 그 죄에 해당하는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궁궐에서조차 제대로 누에를 키우지 못하는데 어떻게 백성들에게 양잠을 권할 수 있겠냐며 주상전하께서 매우 노하실 것이 분명합니다.
이 상황을, 제일 먼저 잠실의 감독관이신 나리께 알려드리려 했으나 궐 밖에 나가신 뒤라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급기야 소용마마를 찾아뵙게 되었어요. 아시는지 모르지만, 그분은 화초며 과일이며 심지어 누에까지 목숨이 붙어 있는 것들에 관해 잘 아실 뿐만 아니라, 특히 누군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도와주기를 좋아하시어요. 물론 소용마마께서 어떤 사건에 휘말려들어… 찾아가 잠실의 사정을 봐달라고 할 상황이 아니지만… 망설이고 머리를 짜내다가 이런 생각에 도달했답니다. 소용마마께서 누에 문제를 해결하면,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죄가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전각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소용마마는 수발을 드는 각심이 한 명만 데리고 계셨어요. 제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다행히 물리치지 않으셨답니다. 상세한 정황 없이 잠실에 문제가 있다는 말 한 마디를 했을 뿐인데, 소용마마는 즉각 나리께 알리라고 하셨어요. 이번 친잠례를 돕기 위해 경복궁으로 온 나리를 이미 알고 계신 듯했지요. 나리께서는 수십 명의 군사들과 함께 흙으로 채상단을 쌓고 잔디를 심고 휘장을 치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그래서 외부와 연락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궐 안팎으로 들고나는 것에 별로 구애를 받지 않으니 좋은 방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어요. 소용마마의 충고에 따라,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나리께 급하게 서찰을 쓴답니다.
중전마마도 그러하시지만, 잠실의 여러 목숨이 달려 있어요. 나리, 도와주십시오. 간절하게 바라옵건대, 지금 쌓고 있는 채상단 뒤쪽, 첫 번째 열의 다섯 번째 뽕나무 밑에 답장을 남겨두시어요. 이렇게 서찰을 쓰다가 들키면 서로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연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내잠실의 고아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