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 두 사람, 진이와 성준은 오래도록 나와 함께 살아왔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그들의 운명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싸우게 될 것인지, 헤어지게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평범하게 잘 살게 될 것인지, 그런 것조차 알지 못한다. 나야 물론 이들의 사랑이 오래 계속되기를 바라지만, 이들은, 여러분들도 곧 알게 되겠지만, 여간 고집쟁이들이 아니다. 내 말도 잘 안 듣는다.
그래서 한동안 포기하고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봐라, 하고 내팽개쳐두었다. 내팽개쳐두었더니 이번에는 저희 쪽에서 자꾸 나를 일깨웠다. 제법 내 생활에까지 참견을 하는 것이다. 잠자려는데 불쑥 튀어나와 시끄럽게 굴어 잠을 못 이루게 하거나, 책 읽는데 옆구리를 쿡 찌르며, 한가하게 남의 책만 읽을 거야, 하고 추궁하는 식으로. 그래도 나는 모르는 척했다.
그것이 벌써 6년이 지났다.
다시 그들을 불러들여 매일매일 같이 지낼 생각을 하니 반갑기도 하지만, 우선은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악착같이 내 말 듣지 않던 이것들이 이번이라고 쉽게 내 말 들어줄 것 같지가 않아 서다.
가을이 깊다. 거리에 은행잎들, 플라타너스잎들이 가득하다. 나무는 겨울을 견디기 위하여 잎들을 떨군다. 그 잎들마저 아름답다.
나에게도 그런 지혜가 생기기를. 뭔가를 버림으로써 삶이 감당해낼 만한 것이 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면 어쩌랴, 그것을 내 몫이거니,하고 받아들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