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먼저 제 소설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함께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이 소설은 단행본용으로 완성된 소설이었고, 출간을 앞두고 연재가 결정되었습니다.
연재소설 하면 떠오르는 건 감각적이고 긴박감 있는 도입부, 밀도가 너무 높지 않으면서도 에센스가 가득한 문장, 한 회 내에서의 드라마틱한 구조 등인데, 불행히도 제 소설은 그런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써진 게 아니었습니다.
수정을 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미 끝까지 달려간 상태에서 거꾸로 거슬러와 스스로를 해체해가야 하는 작업이었으니까요,
연재하는 내내 연재소설만의 기쁨을 드리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이 소설은 제가 지금껏 써온 소설들 중 가장 평범하고 올드한 소설일지 모르지만,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평범하지만 압도적인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고, 장편의 구조에 어렴풋이 눈뜨게 해주었고 이제 비로소 글을 쓰는 일을 즐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분 좋은 예감마저 주었습니다.
작가에게도 중요한 것은 작업의 결과보단 쓰면서 느끼는 행복감이겠지요. 그런 소소한 행복마저 없다면 인생이라는 광활한 대륙을 어떻게 횡단해가겠습니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인생이 나를 속이려 할 때 기꺼이 속아주는 것. 그것도 또 다른 현명함이 아닐까요?
참고로, 곧 출간될 단행본에서는 소설의 현재적 의미를 환기시키기 위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추가됩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오래 쉬었다가 다시 세상에 나온 저에게 천천히 저를 보일 기회를 준 <이룸>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09년 11월 17일 윤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