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고등학생 때 일주일이나 무단결석을 한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이학년 때였지. 중간고사를 얼마 앞두고.” 아버지는 시험을 앞두고 늘 책상정리를 하는 버릇이 있었고, 그래서 전날 밤에 깨끗하게 책상을 닦았다. 내친김에 가방까지 싸두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는 책상 위를 손바닥으로 쓸어보았다. 밤사이 먼지는 쌓이지 않았다. 시금치된장국에 밥을 말아먹은 뒤 아버지는 평소보다 이십 분이나 일찍 등교를 했다. 밖은 환했는데 가로등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하늘에는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었다. “버스정류장에는 양복을 입은 어느 남자가 혼자 앉아 있었어.” 남자는 아버지에게 일찍 학교에 가는구나, 하고 물었다. 아버지는 남자의 와이셔츠에 김칫국물이 묻어 있는 것을 보았다. 트럭 한 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렸다. 뒤이어 온 택시 한 대도, 그리고 흰색 승용차 한 대도, 빨간불인데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아버지가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차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어깨를 붙이고, 서 있었다. 남자가 버스에 탔다. 아버지는 타지 않았다. 갑자기, 그날이, 목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책가방을 잘못 쌌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버스가 왔다.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노선의 버스였다. 아버지는 그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 그후로 일주일 동안 아버지는 새로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아버지는 낯선 동네에 내려 골목길을 걷다가, 놀이터가 나오면, 그네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내가 너한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안 하는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어머니가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면서 도대체 무단결석과 성적이 무슨 상관인데요? 하고 물었다. 아버지가 나도 모르지만, 하고 대답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일주일이나 학교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해주었어. 내가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은 그 뒤였고.” 나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는 저도 다음주부터 공부할게요, 하고 말했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오늘은 정말 학교 가기 싫다고 중얼거린 것이 시작이었다. 맞은편에서 밥을 먹던 아버지가 그럼 가지 마, 하고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설거지를 한 뒤에 어머니에게 셋이 공동저자니까 이번 여행은 셋이 가자고 졸랐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은 삼십 년째 혼자 집을 짓고 있는 남자를 찾아가기로 했다. 아버지의 낡은 중고차는 시속 백 킬로미터를 넘지 못했다. “차가 너무 후져.” 나는 천장에 난 담배구멍들에 손가락을 넣어보았다. 누군가 병신이라고 낙서를 해두었다. 나는 그 차를 몰았던 전 주인을 상상해보았다. “보통 아들들은 이렇게 말해. 아버지 제가 나중에 돈 벌면 차 사드릴게요.” 아버지가 차선을 바꾸면서 말했다. 저 멀리 톨게이트가 보였다. “나는 돈 벌면 작은삼촌 사드릴 거예요.” 내가 말했다. 아버지가 나보고 톨게이트 요금을 내라고 우겼다.
삼십 년 동안 혼자 집을 지었다는 남자는 이가 몇 개 남아 있지 않았다. 남자는 웃을 때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머니에게 K읍에 가면 기괴한 집이 있다고 말을 해준 사람은 족발가게 손님이었다. 오 년 전인가, 칠 년 전인가, 암튼 그 근처를 지나가다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하도 희한해서 동네 주민에게 물었더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이십여 년을 혼자 저렇게 집을 짓는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아버지는 사진기를 꺼내 손톱이 다 갈라진 남자의 손을 찍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찍었다. 집은 첨성대를 닮아 있었다. 남자는 돌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고 설명했다. “이 돌은 다섯 형제가 모두 대학교수가 된 집의 기둥의 받치고 있던 거예요. 마을이 댐에 수몰되기 전에 얻어왔죠.” 남자가 손바닥으로 돌을 두 번 두드렸다. 어머니가 돌에 손을 올려놓고는 무슨 말인가 중얼거렸다. 남자가 돌로 집을 짓는 이유는 흙으로 만든 집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산비탈에, 흙으로 지은, 허름한 집에서 남자는 태어났다. 외양간이 하나, 방이 두 개가 있는 집이었다. 결혼을 해서 도시로 나간 큰형은 명절에도 집에 오지 않았다. 산사태로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에야 큰형은 집에 왔다. 진흙 범벅이 된 동생이 울고 있었다. 눈물조차도 황토색으로 보였다. 포클레인이 어머니의 시체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찾아낸 것은 새끼를 밴 소였다. “여기가 그 자리예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곳.” 그후로 남자는 그곳에 돌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안에 들어가 보실래요?” 남자가 대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죠. 하하하” 남자가 웃었다. 남자의 웃음이 돌에 부딪치며 여러 겹으로 울려퍼졌다.
삼십 년 동안 혼자 집을 지었다는 남자는 이가 몇 개 남아 있지 않았다. 남자는 웃을 때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머니에게 K읍에 가면 기괴한 집이 있다고 말을 해준 사람은 족발가게 손님이었다. 오 년 전인가, 칠 년 전인가, 암튼 그 근처를 지나가다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하도 희한해서 동네 주민에게 물었더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이십여 년을 혼자 저렇게 집을 짓는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아버지는 사진기를 꺼내 손톱이 다 갈라진 남자의 손을 찍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찍었다. 집은 첨성대를 닮아 있었다. 남자는 돌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고 설명했다. “이 돌은 다섯 형제가 모두 대학교수가 된 집의 기둥의 받치고 있던 거예요. 마을이 댐에 수몰되기 전에 얻어왔죠.” 남자가 손바닥으로 돌을 두 번 두드렸다. 어머니가 돌에 손을 올려놓고는 무슨 말인가 중얼거렸다. 남자가 돌로 집을 짓는 이유는 흙으로 만든 집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산비탈에, 흙으로 지은, 허름한 집에서 남자는 태어났다. 외양간이 하나, 방이 두 개가 있는 집이었다. 결혼을 해서 도시로 나간 큰형은 명절에도 집에 오지 않았다. 산사태로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에야 큰형은 집에 왔다. 진흙 범벅이 된 동생이 울고 있었다. 눈물조차도 황토색으로 보였다. 포클레인이 어머니의 시체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찾아낸 것은 새끼를 밴 소였다. “여기가 그 자리예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곳.” 그후로 남자는 그곳에 돌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안에 들어가 보실래요?” 남자가 대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죠. 하하하” 남자가 웃었다. 남자의 웃음이 돌에 부딪치며 여러 겹으로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