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편의점에 갔다 오라며 잠자는 우리를 깨웠다. 새벽 두시였다. “생각해보니 궁금하다. 얼른 가봐. 괜찮은 여자일지 모르니 넌 세수를 하고.” 할머니는 아직 잠이 덜 깬 작은삼촌의 얼굴을 향해 물수건을 던졌다. 삼촌은 그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수건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말아 내 얼굴도 닦아주었다. 고모는 이를 닦는 대신 어젯밤에 먹다 만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어머니만이 욕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았다. 어머니가 얼굴에 로션을 바르는 것을 보면서 고모가 둘이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는 건데 우리가 피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말했다. “뭐가 오랜만이에요. 일 년이나 돌아다녔는데.” 어머니가 손바닥으로 뺨을 톡, 톡, 치면서 대꾸했다.
가게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찻길 건너편에 서서 카운터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펜을 들고 무엇인가를 끼적이고 있었다. 차가 지나갈 때면 쓰던 것을 멈추고 도로 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차가 커브 길을 돌아 사라진 뒤에는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우리들도 차가 지나가고 나면 아버지처럼 귓불을 만져보았다. 나는 도로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자동차의 바퀴 소리를 들었고, 어느 집에서 갓난아이가 칭얼대는 소리를 들었고, 그리고 압력밥솥의 김이 빠지는 소리도 들었다. “배고파.” 내가 말했다. 우리는 일부러 횡단보도의 신호가 빨간불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찻길을 건넜다. 그 순간 나는 새벽에,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는 도로에서, 홀로 파란불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쓸쓸했다. 나는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춥니?” 아버지가 물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무단횡단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우리는 손님인 척하기로 했다. 초콜릿 여자가 카운터에 모여 노닥거리는 우리들을 보면 왔다가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아버지가 말했기 때문이었다. 작은삼촌은 내게 너 물건 훔쳐봤어? 하고 물었다. “물론 없지. 무슨 삼촌이 그런 걸 물어봐.” 작은삼촌은 물건 훔치는 놀이를 한번 해보자고 했다. “진짜 훔치는 건 아니야. 어차피 니 아빠가 계산할 거니까.” 고모가 바람잡이를 해주기로 했다. 어머니는 그래도 명색이 부모이기 때문에 그 놀이에 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나한테도 안 들키게 해야 한다. 들키면 혼날 거야.” 고모가 아버지에게 우유 한 통을 들고 가서 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 남은 걸 팔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를 했다. 아버지는 CCTV 화면을 힐끔힐끔 보면서, 그럼 오늘 다 마시면 되잖아요, 하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작은삼촌이 소주를 가리키며 이건 편의점 안에서 마실 수 없나요? 하고 물었다. 아버지는 편의점 밖에 설치된 파라솔을 가리켰다. “참, 저기 꼬마손님.”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아버지는 내 오른쪽 주머니가 불룩하다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거기에 뭐가 있는지 봐도 되냐고 물었다. “만약 훔친 물건이 아니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죠.” 나는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주머니가 더 불룩해졌다. “미리, 미안하다고 말해줘요.”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삼촌의 라이터를 꺼냈다. 작은삼촌이 휘파람을 불었다.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으라고 시킨 사람은 작은삼촌이었다. “껌을 훔치는 척해. 그리고 반드시 들켜야 해. 그래야 의심이 들어도 다음에 주인이 잡지를 못해.” 나는 작은삼촌에게 윙크를 했다. 고모가 고추장불고기 삼각김밥은 유통기한이 몇 시간인지, 또 시간이 지난 음식은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물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여기서 일을 하시죠. 제가 일자리 알아봐드릴까요?” 고모가 모든 음식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동안, 새벽 세시가 되었고, 두툼한 코트를 입은 여자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자는 초콜릿 한 통을 사서 편의점 구석자리로 갔다. 작은삼촌이 재빨리 김치사발면을 샀다. 그러고 뜨거운 물을 받아 여자의 옆에 앉았다. 고모도 사발면을 샀다. 어머니는 사발면 두 개와 계란 두 개를 샀다. 그러고는 사발면에 계란을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의자는 모두 네 개뿐이었다. 아버지가 창고에 들어가 우유박스를 꺼내왔다. 작은삼촌이 우유박스를 세워 만든 의자에 앉았다. “손님, 삼 분 지났습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 명이 동시에 사발면 뚜껑을 벗겼다. 순간, 편의점에 라면 냄새가 퍼졌다. 고모가 김치가 있었으면, 하고 중얼거리면서 라면 국물을 들이켰다. “제가 사드릴까요?” 작은삼촌이 카운터를 향해 여기 꼬마김치 하나 갖다주세요, 하고 소리쳤다. “여기가 뭐 식당이에요?” 아버지가 소리쳤다. 하지만 잠시 후 아버지가 일회용 접시에 김치를 담아가지고 왔다. “저도 먹어도 될까요?” 내가 작은삼촌에게 물었다. “그럼요.” 작은 삼촌이 김치를 집어 내 사발면 안에 넣어주었다. 여자는 초콜릿을 먹다 말고 우리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반쯤 먹다 만 초콜릿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가나봐.” 고모가 속삭였다. 잠시 후, 여자가 사발면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작은삼촌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가 물 받아드릴까요? 하고 말했다. 뜨거운 물은 작은삼촌이 앉은 자리 뒤에 있었다. 여자가 고개를 끄떡였다. 삼 분이 지나는 동안, 아무도 사발면을 먹지 않았다. 잠시 후, 카운터에서 삼 분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젓가락을 들자, 우리들도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가게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찻길 건너편에 서서 카운터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펜을 들고 무엇인가를 끼적이고 있었다. 차가 지나갈 때면 쓰던 것을 멈추고 도로 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차가 커브 길을 돌아 사라진 뒤에는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우리들도 차가 지나가고 나면 아버지처럼 귓불을 만져보았다. 나는 도로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자동차의 바퀴 소리를 들었고, 어느 집에서 갓난아이가 칭얼대는 소리를 들었고, 그리고 압력밥솥의 김이 빠지는 소리도 들었다. “배고파.” 내가 말했다. 우리는 일부러 횡단보도의 신호가 빨간불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찻길을 건넜다. 그 순간 나는 새벽에,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는 도로에서, 홀로 파란불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쓸쓸했다. 나는 편의점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춥니?” 아버지가 물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무단횡단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우리는 손님인 척하기로 했다. 초콜릿 여자가 카운터에 모여 노닥거리는 우리들을 보면 왔다가 다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아버지가 말했기 때문이었다. 작은삼촌은 내게 너 물건 훔쳐봤어? 하고 물었다. “물론 없지. 무슨 삼촌이 그런 걸 물어봐.” 작은삼촌은 물건 훔치는 놀이를 한번 해보자고 했다. “진짜 훔치는 건 아니야. 어차피 니 아빠가 계산할 거니까.” 고모가 바람잡이를 해주기로 했다. 어머니는 그래도 명색이 부모이기 때문에 그 놀이에 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나한테도 안 들키게 해야 한다. 들키면 혼날 거야.” 고모가 아버지에게 우유 한 통을 들고 가서 유통기한이 하루밖에 안 남은 걸 팔면 어떻게 하냐고 항의를 했다. 아버지는 CCTV 화면을 힐끔힐끔 보면서, 그럼 오늘 다 마시면 되잖아요, 하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작은삼촌이 소주를 가리키며 이건 편의점 안에서 마실 수 없나요? 하고 물었다. 아버지는 편의점 밖에 설치된 파라솔을 가리켰다. “참, 저기 꼬마손님.”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아버지는 내 오른쪽 주머니가 불룩하다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거기에 뭐가 있는지 봐도 되냐고 물었다. “만약 훔친 물건이 아니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죠.” 나는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는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주머니가 더 불룩해졌다. “미리, 미안하다고 말해줘요.”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삼촌의 라이터를 꺼냈다. 작은삼촌이 휘파람을 불었다.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으라고 시킨 사람은 작은삼촌이었다. “껌을 훔치는 척해. 그리고 반드시 들켜야 해. 그래야 의심이 들어도 다음에 주인이 잡지를 못해.” 나는 작은삼촌에게 윙크를 했다. 고모가 고추장불고기 삼각김밥은 유통기한이 몇 시간인지, 또 시간이 지난 음식은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물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여기서 일을 하시죠. 제가 일자리 알아봐드릴까요?” 고모가 모든 음식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동안, 새벽 세시가 되었고, 두툼한 코트를 입은 여자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자는 초콜릿 한 통을 사서 편의점 구석자리로 갔다. 작은삼촌이 재빨리 김치사발면을 샀다. 그러고 뜨거운 물을 받아 여자의 옆에 앉았다. 고모도 사발면을 샀다. 어머니는 사발면 두 개와 계란 두 개를 샀다. 그러고는 사발면에 계란을 넣은 후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의자는 모두 네 개뿐이었다. 아버지가 창고에 들어가 우유박스를 꺼내왔다. 작은삼촌이 우유박스를 세워 만든 의자에 앉았다. “손님, 삼 분 지났습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네 명이 동시에 사발면 뚜껑을 벗겼다. 순간, 편의점에 라면 냄새가 퍼졌다. 고모가 김치가 있었으면, 하고 중얼거리면서 라면 국물을 들이켰다. “제가 사드릴까요?” 작은삼촌이 카운터를 향해 여기 꼬마김치 하나 갖다주세요, 하고 소리쳤다. “여기가 뭐 식당이에요?” 아버지가 소리쳤다. 하지만 잠시 후 아버지가 일회용 접시에 김치를 담아가지고 왔다. “저도 먹어도 될까요?” 내가 작은삼촌에게 물었다. “그럼요.” 작은 삼촌이 김치를 집어 내 사발면 안에 넣어주었다. 여자는 초콜릿을 먹다 말고 우리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반쯤 먹다 만 초콜릿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가나봐.” 고모가 속삭였다. 잠시 후, 여자가 사발면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작은삼촌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가 물 받아드릴까요? 하고 말했다. 뜨거운 물은 작은삼촌이 앉은 자리 뒤에 있었다. 여자가 고개를 끄떡였다. 삼 분이 지나는 동안, 아무도 사발면을 먹지 않았다. 잠시 후, 카운터에서 삼 분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젓가락을 들자, 우리들도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