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가장 기뻐한 사람은 작은삼촌이었다. 심지어 작은삼촌은 아버지의 볼에 뽀뽀를 하기도 했다. 실연을 극복하는 동안, 작은삼촌은 자신의 등을 때렸던 포장마차에 가서 종종 술을 마셨다. 그때마다 삼촌은 얼굴이 똑같이 생긴 형제들이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늘 같은 안주를 시켰다. 소주 다섯 병을 먹은 다음부터 언성이 높아지더니 마지막엔 늘 멱살을 잡으면서 싸웠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헤어져놓고는 다음날 어깨동무를 하며 나타나는 삼형제를 보면서, 작은삼촌은 두 형들과 저렇게 싸워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이라도 한번 싸워봐.” 아버지가 주먹을 쥐고 권투선수처럼 자세를 취했다. 작은삼촌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놈이 자라면 셋이 술 마시러 가요, 그리고 그때 한번 신나게 싸워요, 하고 말했다. “잘하는 짓이다. 자식이 애비 멱살이나 잡으면 좋겠냐. 그냥 니들 둘이 먹어.” 그때, 소파에 누워 자는 줄만 알았던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아버지는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매일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하던 아버지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 놀라지 않은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저는 이미 놀랐어요, 하고 말했다. 경비행기를 타고 어느 산악마을을 찾아가던 길이었다. 비가 왔고, 번개를 칠 때마다 조종석 창 밖으로 불꽃이 선명하게 보였다. 앞에 앉은, 유럽에서 온 노부부는 두 손을 잡고 기도를 올렸다. 그제야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고백을 했다. 실은 휴가를 낸 게 아니라고. 어머니는 발밑에 내려놓은 가방을 꺼내 아버지의 등을 향해 내리쳤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아직 우리 애는 중학교도 안 갔는데.” 비행기에 탄 모든 사람들이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승객들이 어머니를 향해 소리쳤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모두 살 수 있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을 하면 회사를 그만둔 것을 용서해주겠다고 말했다. 비행기는 착륙을 할 때 한쪽 바퀴가 나오지 않았고, 조종사는 모두에게 몸을 숙여 얼굴을 무릎 사이에 넣고 기도를 하라고 했다. 비행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잔디밭에 멈추었다. 한쪽 날개가 나무에 걸려 우그러져 있었다. 누군가 불이 붙을지 몰라요, 하고 외쳤고 그러자 경비행기에 있던 열 명의 승객들이 활주로를 가로질러 달렸다. 어머니는 비행기가 망가졌으니 무사히 착륙을 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니 아직 용서해줄 수 없어요.” 아버지는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무사한 것이라고 우겼다. 여행이 끝났고, 집에 돌아와서도, 부모님은 계속 그 문제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아버지는 저녁 아홉시부터 다음날 새벽 일곱시까지 일을 했다. “하필이면 왜 밤에 일을 하냐?” 할머니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사람은 어두워지면 잠을 자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시차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와요.” 아버지는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밤에 일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밤이 낮보다 시급이 더 셌기 때문이었다. 한 달 후, 아버지는 급료를 받았고, 그제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빨간 내복을 세 벌 샀다. 그 내복을 선물받은 할아버지는 난 내복을 안 입는다, 이 알통 좀 만져봐라, 하고 말했다. 할머니는 삼중보온메리냐? 하고 물었다. “이건 너무 작네. 내가 이렇게 날씬하게 보였다니 어쨌든 고마워.” 외할머니는 답례로 밤에 일을 하려면 몸이 튼튼해야 한다며 사골을 보내왔다.
아버지가 일을 하는 편의점에는 매일 새벽 세시에 찾아와 초콜릿을 먹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편의점 한편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초콜릿을 먹었다. 텅 빈 정거장을 쳐다보면서. 그러다가 누군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렇죠? 저도 그래요, 하고 중얼거렸다. 그 여자가 무섭다며 그만둔 아르바이트 학생만 다섯 명이 넘었다. 점장이 나이가 많은 아버지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초콜릿 하나를 다 먹으면, 여자는 산책을 하는 것처럼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다른 초콜릿을 집어들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는 아침밥을 준비하는 어머니 옆에 서서 초콜릿을 먹는 여자의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여자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와 악수를 하는 것처럼 손을 흔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미친 여자일까?” 아버지가 의견을 내자 어머니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돈 계산은 늘 정확하다며. 내 생각엔 편의점이 있는 그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 죽은 것 같아” “어쩌면 누구를 기다리는 건지도 모르지.” 이 여자의 이야기는 아침 식탁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고모와 작은삼촌까지 이야기를 지어냈다. 외할머니가 보내주신 사골로 끓인 곰국을 한 대접 먹은 후 작은삼촌은 그 여자를 구경하러 갈 거라고 말했다. “오늘 밤 같이 갈 사람.” 작은삼촌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도.” 고모가 그 손가락을 잡았다. 그 위에 어머니가 손을 얹으면서 저도 데려가요, 하고 말했다. 할머니가 내 손을 잡더니 말했다. “넌 자야지. 외로워서 그런 거야. 뭐 다른 게 있겠니. 그 여자가 잘못된 게 아니라 새벽까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야.”
아버지는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매일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하던 아버지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 놀라지 않은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저는 이미 놀랐어요, 하고 말했다. 경비행기를 타고 어느 산악마을을 찾아가던 길이었다. 비가 왔고, 번개를 칠 때마다 조종석 창 밖으로 불꽃이 선명하게 보였다. 앞에 앉은, 유럽에서 온 노부부는 두 손을 잡고 기도를 올렸다. 그제야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고백을 했다. 실은 휴가를 낸 게 아니라고. 어머니는 발밑에 내려놓은 가방을 꺼내 아버지의 등을 향해 내리쳤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아직 우리 애는 중학교도 안 갔는데.” 비행기에 탄 모든 사람들이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승객들이 어머니를 향해 소리쳤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모두 살 수 있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을 하면 회사를 그만둔 것을 용서해주겠다고 말했다. 비행기는 착륙을 할 때 한쪽 바퀴가 나오지 않았고, 조종사는 모두에게 몸을 숙여 얼굴을 무릎 사이에 넣고 기도를 하라고 했다. 비행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잔디밭에 멈추었다. 한쪽 날개가 나무에 걸려 우그러져 있었다. 누군가 불이 붙을지 몰라요, 하고 외쳤고 그러자 경비행기에 있던 열 명의 승객들이 활주로를 가로질러 달렸다. 어머니는 비행기가 망가졌으니 무사히 착륙을 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니 아직 용서해줄 수 없어요.” 아버지는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무사한 것이라고 우겼다. 여행이 끝났고, 집에 돌아와서도, 부모님은 계속 그 문제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아버지는 저녁 아홉시부터 다음날 새벽 일곱시까지 일을 했다. “하필이면 왜 밤에 일을 하냐?” 할머니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사람은 어두워지면 잠을 자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시차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와요.” 아버지는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밤에 일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밤이 낮보다 시급이 더 셌기 때문이었다. 한 달 후, 아버지는 급료를 받았고, 그제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빨간 내복을 세 벌 샀다. 그 내복을 선물받은 할아버지는 난 내복을 안 입는다, 이 알통 좀 만져봐라, 하고 말했다. 할머니는 삼중보온메리냐? 하고 물었다. “이건 너무 작네. 내가 이렇게 날씬하게 보였다니 어쨌든 고마워.” 외할머니는 답례로 밤에 일을 하려면 몸이 튼튼해야 한다며 사골을 보내왔다.
아버지가 일을 하는 편의점에는 매일 새벽 세시에 찾아와 초콜릿을 먹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편의점 한편에 있는 식탁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초콜릿을 먹었다. 텅 빈 정거장을 쳐다보면서. 그러다가 누군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그렇죠? 저도 그래요, 하고 중얼거렸다. 그 여자가 무섭다며 그만둔 아르바이트 학생만 다섯 명이 넘었다. 점장이 나이가 많은 아버지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초콜릿 하나를 다 먹으면, 여자는 산책을 하는 것처럼 편의점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다른 초콜릿을 집어들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는 아침밥을 준비하는 어머니 옆에 서서 초콜릿을 먹는 여자의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여자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할 때는 누구와 악수를 하는 것처럼 손을 흔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미친 여자일까?” 아버지가 의견을 내자 어머니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돈 계산은 늘 정확하다며. 내 생각엔 편의점이 있는 그 버스정류장에서 누군가 죽은 것 같아” “어쩌면 누구를 기다리는 건지도 모르지.” 이 여자의 이야기는 아침 식탁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고모와 작은삼촌까지 이야기를 지어냈다. 외할머니가 보내주신 사골로 끓인 곰국을 한 대접 먹은 후 작은삼촌은 그 여자를 구경하러 갈 거라고 말했다. “오늘 밤 같이 갈 사람.” 작은삼촌이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나도.” 고모가 그 손가락을 잡았다. 그 위에 어머니가 손을 얹으면서 저도 데려가요, 하고 말했다. 할머니가 내 손을 잡더니 말했다. “넌 자야지. 외로워서 그런 거야. 뭐 다른 게 있겠니. 그 여자가 잘못된 게 아니라 새벽까지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