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는 자신이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고모는 가리는 음식이 없었고, 딱히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아도 가끔 만나 영화를 보고 수다를 떠는 친구들도 몇몇 있었다. 그 친구들과 사소한 싸움으로 의가 상했던 적도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의 연애를 실패한 후, 고모는 자신에게 적잖이 실망을 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남자와는 네 번 만에 헤어졌는데, 운전을 할 때 경적을 지나치게 자주 울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앞차가 출발을 하지 않는다고 경적을 울릴 정도라니까.” 가장 오래 만난 사람은 진화론을 공부한다는 남자였다. 여섯 달이 넘게 만났는데, 도서관 앞 벤치에서 삼각김밥을 먹고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게 데이트의 전부였다. 가끔 고모는 그 남자를 위해 도시락을 싸기도 했다. 고모는 『우리 아이 간편 도시락 만들기』라는 요리책을 샀다. 고모는 그 책에 나와 있는 도시락을 다 싸고 나면 그때 결혼을 하리라고 생각을 했다. 고모가 요리책의 14페이지에 나와 있는 유부초밥을 싸가던 날이었다. 남자는 손으로 초밥을 집어먹으면서 소풍 때도 도시락을 싸주지 않았던 새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친구들에게 어머니가 암에 걸려 얼마 못 산다고 말을 했죠. 그러니까 모두들 자기 김밥을 먹으라고 했어요.” 고모는 남자에게 음료수를 건네면서 목메요, 하고 말했다. 남자는 고모가 건넨 음료수를 마시며 나뭇가지를 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를 보았다. 그때였다. “이게 뭐야.” 남자가 이마를 만졌다. 새똥이었다. 고모는 벤치 주위에 말라 있는 흰 새똥을 발로 툭툭 치면서 새똥 위험이라는 푯말을 달아놓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농담을 했다. 하지만 남자는 웃지 않았다. 남자가 새똥을 닦으면서 나지막이 에이 씨, 하고 중얼거렸다. 고모는 더이상 남자를 위해 도시락을 싸지 않았다. 유부초밥만 보아도 에이 씨, 하고 욕을 하던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새똥에 맞고 욕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새똥 때문에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작은삼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는 넌 평생 결혼 못 하겠다, 하고도 말했다. “그게 아니야, 오빠. 그 사람은 무슨 진화를 공부한다고 했어. 그렇다면 자연의 법칙에 대해선 너그러워야 하는 거 아니야?” 고모의 말에 수긍하는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하지만 몇 달 후, 작은삼촌은 새똥 때문에도 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작은삼촌에게는 삼 년 동안이나 만난 여자가 있었다. 군대에 가 있는 동안 헤어질 수도 있었기에 작은삼촌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식구들에게 비밀로 했다. 여자친구에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늘 붙어다니던 단짝친구가 두 명 있었다. 그중 한 친구가 차를 산 기념으로 셋은 바닷가로 놀러 가기로 했다. 친구는 운전이 서툴렀고, 그 이야기를 들은 작은삼촌은 위험하다며 자신이 기사 노릇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그렇다면 가까운 서해안으로 가서 조개구이를 먹자고 했다. 원래는 속초로 여행을 갈 예정이었고 콘도까지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잠을 잘 때 코를 고는 버릇을 삼촌에게 들키기 싫었고, 그래서 당일치기로 여행을 가자고 두 친구들을 졸랐다. 작은삼촌은 일주일 전부터 신중하게 음악을 골랐다. ‘졸릴 때 들으면 잠이 깨는 음악’과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도 듣기 좋은 음악’을 선별해 CD를 만들었다. 하지만 차에는 CD플레이어가 없었고, 차 주인이 미안해할까봐 삼촌은 가방에서 CD를 꺼내지도 못했다. 작은삼촌은 조개를 구워 세 여자들의 앞접시에 골고루 올려놓았다. 그리고 잔이 빌 때마다 술을 채워주었다. 그날 세 여자들은 취했고, 삼촌은 자신과 둘이 있을 때는 말이 없던 여자친구가 동창들과 재잘거리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삼촌은 여자친구가 미간을 찡그리며 응, 하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돌아오는 길에 세 여자들은 잠을 잤다. 작은삼촌은 노래 몇 곡을 흥얼거리며 불렀다. 이번 여자친구의 생일에는 깜짝파티를 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여행에 갔다 온 다음날 여자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일주일 후 작은삼촌은 여자친구의 집 앞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 작은삼촌이 운전을 할 때 추월을 자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너는 추월을 할 때, 앞서 가던 차의 운전기사가 누구인지 꼭 확인하는 거 알아?” 삼촌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은삼촌은 추월을 할 때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운전기사의 얼굴을 보는 버릇이 있었다. “심지어 그날 너는 여섯 번이나 이런 말을 했어. 거봐, 아줌마네, 하고.” “겨우 그거야?” 작은 삼촌이 물었다. “응, 이제 안녕.” 여자친구가 대문을 닫았다. 닫힌 대문을 발로 걷어차며 작은삼촌은 니가 언제부터 페미니스트가 됐니, 하고 빈정거렸다. 잠시 후, 대문이 열리더니 여자친구가 다시 나왔다. “널 위해 말해주는데 니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아니야. 그냥 운전을 못하면 아줌마일 거라고 생각하는 니 상상력이 진부해서 그래.” 그날, 작은삼촌은 혼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탁자에는 잔을 두 개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작은형이라면 뭐라고 말해주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작은삼촌은 큰삼촌이 자신의 등짝을 때리면서 이렇게 말해주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당연하지, 인마. 파마한 아저씨일 수도 있고, 여장을 한 남자일 수도 있잖아. 좀 재미있게 살자.” 그날, 술에 취한 작은삼촌은 포장마차 주인에게 등짝을 좀 때려달라고 졸랐다. “제 등을 때리면서 이렇게 말해주세요. 인마, 좀 잘 살자.” 팔뚝에 똑바로 살자, 라는 문신이 새겨진 포장마차 주인은 작은삼촌의 등을 있는 힘껏 때려주었다. 그리고 술값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몇 달 후, 작은삼촌은 새똥 때문에도 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작은삼촌에게는 삼 년 동안이나 만난 여자가 있었다. 군대에 가 있는 동안 헤어질 수도 있었기에 작은삼촌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을 식구들에게 비밀로 했다. 여자친구에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늘 붙어다니던 단짝친구가 두 명 있었다. 그중 한 친구가 차를 산 기념으로 셋은 바닷가로 놀러 가기로 했다. 친구는 운전이 서툴렀고, 그 이야기를 들은 작은삼촌은 위험하다며 자신이 기사 노릇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그렇다면 가까운 서해안으로 가서 조개구이를 먹자고 했다. 원래는 속초로 여행을 갈 예정이었고 콘도까지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잠을 잘 때 코를 고는 버릇을 삼촌에게 들키기 싫었고, 그래서 당일치기로 여행을 가자고 두 친구들을 졸랐다. 작은삼촌은 일주일 전부터 신중하게 음악을 골랐다. ‘졸릴 때 들으면 잠이 깨는 음악’과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도 듣기 좋은 음악’을 선별해 CD를 만들었다. 하지만 차에는 CD플레이어가 없었고, 차 주인이 미안해할까봐 삼촌은 가방에서 CD를 꺼내지도 못했다. 작은삼촌은 조개를 구워 세 여자들의 앞접시에 골고루 올려놓았다. 그리고 잔이 빌 때마다 술을 채워주었다. 그날 세 여자들은 취했고, 삼촌은 자신과 둘이 있을 때는 말이 없던 여자친구가 동창들과 재잘거리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삼촌은 여자친구가 미간을 찡그리며 응, 하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돌아오는 길에 세 여자들은 잠을 잤다. 작은삼촌은 노래 몇 곡을 흥얼거리며 불렀다. 이번 여자친구의 생일에는 깜짝파티를 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여행에 갔다 온 다음날 여자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일주일 후 작은삼촌은 여자친구의 집 앞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 작은삼촌이 운전을 할 때 추월을 자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너는 추월을 할 때, 앞서 가던 차의 운전기사가 누구인지 꼭 확인하는 거 알아?” 삼촌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은삼촌은 추월을 할 때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운전기사의 얼굴을 보는 버릇이 있었다. “심지어 그날 너는 여섯 번이나 이런 말을 했어. 거봐, 아줌마네, 하고.” “겨우 그거야?” 작은 삼촌이 물었다. “응, 이제 안녕.” 여자친구가 대문을 닫았다. 닫힌 대문을 발로 걷어차며 작은삼촌은 니가 언제부터 페미니스트가 됐니, 하고 빈정거렸다. 잠시 후, 대문이 열리더니 여자친구가 다시 나왔다. “널 위해 말해주는데 니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아니야. 그냥 운전을 못하면 아줌마일 거라고 생각하는 니 상상력이 진부해서 그래.” 그날, 작은삼촌은 혼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탁자에는 잔을 두 개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작은형이라면 뭐라고 말해주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작은삼촌은 큰삼촌이 자신의 등짝을 때리면서 이렇게 말해주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당연하지, 인마. 파마한 아저씨일 수도 있고, 여장을 한 남자일 수도 있잖아. 좀 재미있게 살자.” 그날, 술에 취한 작은삼촌은 포장마차 주인에게 등짝을 좀 때려달라고 졸랐다. “제 등을 때리면서 이렇게 말해주세요. 인마, 좀 잘 살자.” 팔뚝에 똑바로 살자, 라는 문신이 새겨진 포장마차 주인은 작은삼촌의 등을 있는 힘껏 때려주었다. 그리고 술값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