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을 넘게 운전을 했지만 앞차의 브레이크 등이 그처럼 커다랗게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고, 아버지는 병원으로 찾아온 보험사 직원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마치 앞차가 후진을 해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버지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오른쪽 타이어가 터지면서 차가 한 바퀴를 돌았다. 그때, 큰삼촌은 팔짱을 낀 채, 운전을 하는 아버지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절대 형에겐 광어회를 주지 않겠어, 하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작은삼촌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고모와 스무고개를 하고 있었다. 고모가 움직입니까? 하고 질문을 하는 순간, 식구들의 몸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쏠렸다. 봉고는 앞차에 부딪치는 대신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 봉고는 그 충격으로 뒤집혔다. 내 머리와 고모의 머리가 부딪혔다. 나는 작은삼촌의 몸이 창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봉고는 뒤집힌 채 언덕 아래로 미끄러졌다. 주머니에서 빠진 잔돈들이 아버지의 이마를 때렸다. 동전 하나가 볼에 붙었지만 아버지는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회를 먹고 왔으면 사고가 안 났을지 모른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들 괜찮니?” 뒤쪽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답해봐. 우선, 우리 손자?” 나는 응, 하고 대답했다. 전 괜찮아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혓바닥을 심하게 깨물어서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첫째는?” 아버지가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다. 둘째는?” 큰삼촌이 여기 있어요, 하고 대답했다. “셋째야?” 아무 대답도 없자 할아버지가 다시 셋째야, 하고 불렀다. 그때 멀리서 작은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셋째니?” 할아버지가 소리를 질렀다. 작은삼촌이 네, 저는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다. “가서 사람들을 불러와.” 할아버지가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작은삼촌은 봉고에 쓸리면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하나 집었다. 그걸 지팡이 삼아 도로 위쪽을 향해 걸어올라갔다. “막내는 아픈 데 없고?” 고모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냥 머리가 아파요. 그런데 아빠, 엄마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할아버지는 니 엄마는 무사해, 지금 내 손을 잡고 있어, 하고 대답했다. 그제야 운전석에 앉아 깨진 유리창을 멍하게 바라보던 아버지가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가장인지를 깨달았다. “여보 괜찮아? 장모님은요?”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갑자기 겁이 났다. “여보, 미안해. 회를 먹고 왔으면 사고가 안 났을 텐데. 앞으로 평생 당신 말만 들을게.” 아버지가 울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나도 겁이 덜컥 났다. 나도 아버지를 따라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 우린 괜찮아.”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아가, 울지 마. 외할미 안 죽었어.” 그 순간, 나는 외할머니한테 오줌을 쌌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백하는 대신, 나는 할머니가 알려준 야뇨증이란 단어를 열 번 중얼거려보았다.
도로 위로 올라간 작은삼촌은 갓길에 널브러진 사람들을 보는 순간 부러진 오른쪽 다리의 통증 따윈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차들이 엉겨 있었다. 삼촌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도 차들이 그렇게 뒤엉겨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 화물차의 연료탱크가 터지면서 불이 났고 그 불길이 바람을 타고 다른 차들로 옮겨갔다. 그날 저녁, 39중 추돌사고로 15명이 사망하고 무려 5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는 뉴스가 방송되었다. 작은삼촌은 불에 타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이었다. 다들 자기 남편을 보면서, 아내를 보면서, 자식을 보면서, 울부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