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봉고를 보면서, 작은삼촌은 아침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넌 도대체 빈말이란 걸 할 줄 몰라. 그렇게 말하고 떠난 여자친구가 비로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괜찮아?” 작은삼촌이 봉고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소리는 도로 위쪽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봉고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엄마가 잘못 되면 난 굶어 죽을 거야. 작은삼촌은 봉고가 있는 쪽으로 기어가면서 직감적으로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들 괜찮아?” 작은삼촌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숙소에서 출발할 때는 안개가 끼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먹고 난 뒤 식구들은 설거지 내기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고모를 빼고 모두들 주먹을 냈다. 혼자 가위를 낸 고모는 자기가 화장실에 간 사이 식구들이 짠 게 틀림없다며 설거지를 하지 않겠다고 우겼다. “그럼 내가 할까?” 외할머니가 옷소매를 걷자 고모가 깜짝 놀라며 얼른 개수대 앞에 섰다. 아버지는 숙소 벽에 붙어 있는 관광지도를 살펴보았다. “근처에 절이 있는데 가볼까요?” 어머니는 절이라면 문화재가 있기 마련이라고, 부모라면 당연히 문화재 앞에 아이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줘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식구들은 절에 들렀다. 외할머니는 숙소 화장실에 있던 슬리퍼를 신었는데 그 모습이 창피하다며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했다. “외할머니랑 사진을 찍고 싶은데.” 나는 말했다. 절에 들린 식구들은 나란히 서서 약수를 마셨다. 약수를 들이켜는 순간 외할머니는 내 말을 듣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할머니는 절 입구에서 산수유를 샀다. “그걸 어디에 써요?” 나는 할머니가 건네주는 산수유 한 알을 입에 넣고는 물었다. “끓여서 먹지. 야뇨증에 좋아.” 할머니가 대답해주었다. “야뇨증이 뭔데요?” 할머니는 자면서 오줌을 누는 거라고 설명을 했다. 나는 침을 뱉었다. “전 오줌 안 싸요.” 침 색이 붉었다. 아버지는 삼촌들에게 운전면허를 따지 않으면 다시는 가족여행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큰삼촌이 면허증이 있는데 또 딸 수는 없다고 대꾸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우리 식구가 다 탈 수 있니? 하고 물었다. “니들은……” 아버지가 잔소리를 하려는 순간 작은삼촌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형, 대형으로 딸까? 우리가 전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누군가 버스를 몰아야 할걸.”
외할머니는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오후 장사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외할머니가 찬 시계는 어머니가 고등학생 시절에 차던 시계였다. 어머니가 결혼하고 난 뒤, 외할머니는 그 시계를 빈 화장대에서 찾아냈다. 외할머니가 자꾸 시계를 보자,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어디 가서 회나 한 접시 먹자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바닷가에 와서 회도 안 먹고 가네.” 할아버지의 말에 아버지는 항구 쪽으로 차를 몰았다. 항구에는 회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차장에 들어가는 데만 삼십 분이 넘게 걸렸고, 큰 차를 모는 데 익숙하지 않은 아버지는 주차를 하다 옆 차의 범퍼를 긁었다. 차 주인을 찾아 십만원을 물어주고 나니 아버지의 지갑에는 삼만원도 남지 않았다. 그제야 비로소 아버지는 이번 여행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는 집에 가서 먹자.” 아버지는 한 사람당 삼천원씩 내야 하는 자릿값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삼구 이십칠. 그 돈이면 광어 한 마리는 더 살 수 있어.” 사람 많은 곳이라면 질색인 할머니는 여자 화장실에 줄이 십 미터도 넘게 늘어선 것을 보고는 바로 아버지 편을 들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랑 우럭 한 마리만 샀다. “왜 한 마리만 사?” 큰삼촌이 물었다. 아버지는 난 광어 싫어해, 하고 대답했다. 결국 광어를 산 사람은 큰삼촌이었다. “멍게도 좀 사지. 어머니가 좋아하시잖아.” 아버지가 계산을 하는 큰삼촌의 어깨를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