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용돈을 반으로 줄인다.” 할머니는 말했다. 집이 커졌으니 난방비도 훨씬 많이 들 것이라고 할머니가 말하자 큰삼촌이 대꾸했다. “지금은 여름이잖아요. 겨울에만 용돈을 줄여주세요.” “은행 대출금도 갚아야 한단다.” 할머니가 말했지만, 대출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었다. 매일 지렁이 모양의 젤리를 한 봉지씩 사먹던 작은삼촌은 앞으로 이틀에 한 봉지씩 사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원래 살던 집으로 다시 이사를 가자고 우겼다. 식구들이 젤리를 빼앗아먹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후에야 고집을 접었다. 하지만, 고모는 여전히 작은삼촌의 뒤를 따라다니며 젤리를 얻어먹었다. 작은삼촌이 가게에서 젤리를 훔치다 걸렸을 때 그 모든 탓을 고모에게 돌렸는데, 그것 때문에 아버지에게 비겁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난 비겁한 남자가 아니야.” 작은삼촌이 두 주먹을 쥐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러나 국어 실력이 별로 좋지 않았던 작은삼촌은 비겁하다는 말을 겁쟁이라는 말로 착각을 했고, 겁이 없다는 걸 증명하려고 이층에서 뛰어내렸다.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놀란 식구들은 단체로 우황청심환을 먹었다. 그후로 무려 일곱 번이나 더 깁스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아버지는 작은삼촌이 깁스를 푸는 날 파티를 하자고 말했다. “파티가 뭐니?” 증조할머니가 물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던 아버지는 방으로 가 사전을 꺼내왔다. “잔치예요.” 아버지가 사전을 보며 말했다. “누가 결혼했니?” 증조할머니의 물음에 온 식구들이 웃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마당에 서서 고기를 구워먹자고 할아버지가 말했다. “이 나이에 서서 밥을 먹어야겠냐.” 증조할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할아버지가 인근 공사장에 가서 나무를 얻어왔다. “이번 일요일까지 탁자와 의자를 만들 거야.” 하지만 형광등도 한 번 갈아본 적이 없던 삼대독자인 할아버지는 톱질도 제대로 못했다.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할아버지는 화장실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욕을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갈빗집 앞에 쌓여 있는 상을 보았다. 화로를 넣을 수 있도록 가운데가 뚫린 상이었다. 아버지는 내부수리중이라고 써붙인 갈빗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 밖에 있는 상 하나만 주시면 안 될까요?” 아버지는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아이스박스에 갇혔던 이후로 아버지는 사물을 보면 어떤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페인트칠을 하는 남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토바이가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부모님을 덮쳤다고. 사고를 낸 사람은 딸의 생일 케이크를 뒷자리에 싣고 가던 중이었다고.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그 케이크가 어머니의 블라우스를 검게 물들였다고. “초코케이크였죠. 생각해보니 부모님 생일에 케이크를 사드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부모님이 깁스를 한 채 집에 누워 있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이번 주가 어머니 생신인데 고기를 구워드리고 싶어요. 이왕이면 갈빗집에 온 것처럼.” 페인트칠을 하는 남자는 자기는 가게 주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가 저 상을 들고 간다면 난 못 본 척해주마.” 아버지는 얼른 집으로 달려가 큰삼촌을 불렀다. 아버지가 앞에서, 큰삼촌이 뒤에서, 상을 들었다. 아버지는 상을 이층에 숨겨두었다. 망치로 엄지손가락을 내리친 뒤에 할아버지는 포기를 선언했다. “우리가 대신 만들면 뭐 해주실 거예요?” 아버지와 큰삼촌이 물었다. “원하는 거 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큰삼촌이 잔디밭에 돗자리를 폈다. 아버지가 돗자리 가운데 상을 폈다. 그걸 본 할아버지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은 무효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원한 것은 커다란 식탁이었다. “서서 고기를 구워야 해. 그래야 멋있다고.” 그 말에 증조할머니가 코웃음을 쳤다. “멋이고 뭐고 가서 고기나 사와. 쇠고기로.” 그때 마당에서 상추를 씻던 할머니가 삼겹살로 먹죠, 라고 말했다. 증조할머니가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할아버지에게 보였다. “난 무조건 쇠고기다.” “우리 식구가 다 먹으려면 십인 분은 있어야 해요.”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할아버지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말했다. 증조할머니와 할머니가 싸울 것 같은 기운이 돌면 할아버지는 항상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결국, 할아버지는 등심 한 근과 삼겹살 네 근을 사왔다.
가을의 끝 무렵이었지만 한낮이라 더웠다. 숯불 앞에 앉은 식구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술을 한잔 기울인 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의 얼굴은 더욱 붉었다. “파라솔이 있어야겠어요.” 아버지가 말했다. “파라솔이 뭐냐?” 증조할머니가 물었다. “우산 같은 거예요.”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작은삼촌이 집으로 들어가 우산을 찾아왔다. 우산은 세 개밖에 없었고, 할아버지를 제외한 식구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우산을 썼다. 삼겹살을 다 먹는 동안 아무도 등심에 손을 대지 않았다. 증조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양보를 했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양보를 했고, 할머니는 다시 증조할머니에게 양보를 했다. 결국, 소고기는 까맣게 탔고 식성이 좋은 작은삼촌이 다 먹어치웠다. 할아버지는 얼른 돈을 벌어 평생 소고기만을 먹게 해드리겠다고 증조할머니에게 약속을 했다.
할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할아버지는 소고기를 한 근밖에 사오지 않았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삼우제를 마치고 할아버지는 마당 한구석에 세워둔 상을 불태웠다. 할아버지는 매운 연기를 들이마셨다.
아버지는 작은삼촌이 깁스를 푸는 날 파티를 하자고 말했다. “파티가 뭐니?” 증조할머니가 물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던 아버지는 방으로 가 사전을 꺼내왔다. “잔치예요.” 아버지가 사전을 보며 말했다. “누가 결혼했니?” 증조할머니의 물음에 온 식구들이 웃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마당에 서서 고기를 구워먹자고 할아버지가 말했다. “이 나이에 서서 밥을 먹어야겠냐.” 증조할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할아버지가 인근 공사장에 가서 나무를 얻어왔다. “이번 일요일까지 탁자와 의자를 만들 거야.” 하지만 형광등도 한 번 갈아본 적이 없던 삼대독자인 할아버지는 톱질도 제대로 못했다.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할아버지는 화장실 거울을 보고 스스로에게 욕을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는 갈빗집 앞에 쌓여 있는 상을 보았다. 화로를 넣을 수 있도록 가운데가 뚫린 상이었다. 아버지는 내부수리중이라고 써붙인 갈빗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 밖에 있는 상 하나만 주시면 안 될까요?” 아버지는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아이스박스에 갇혔던 이후로 아버지는 사물을 보면 어떤 이야기가 저절로 떠오르곤 했다. 그래서 페인트칠을 하는 남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토바이가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부모님을 덮쳤다고. 사고를 낸 사람은 딸의 생일 케이크를 뒷자리에 싣고 가던 중이었다고.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그 케이크가 어머니의 블라우스를 검게 물들였다고. “초코케이크였죠. 생각해보니 부모님 생일에 케이크를 사드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부모님이 깁스를 한 채 집에 누워 있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이번 주가 어머니 생신인데 고기를 구워드리고 싶어요. 이왕이면 갈빗집에 온 것처럼.” 페인트칠을 하는 남자는 자기는 가게 주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네가 저 상을 들고 간다면 난 못 본 척해주마.” 아버지는 얼른 집으로 달려가 큰삼촌을 불렀다. 아버지가 앞에서, 큰삼촌이 뒤에서, 상을 들었다. 아버지는 상을 이층에 숨겨두었다. 망치로 엄지손가락을 내리친 뒤에 할아버지는 포기를 선언했다. “우리가 대신 만들면 뭐 해주실 거예요?” 아버지와 큰삼촌이 물었다. “원하는 거 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큰삼촌이 잔디밭에 돗자리를 폈다. 아버지가 돗자리 가운데 상을 폈다. 그걸 본 할아버지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은 무효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원한 것은 커다란 식탁이었다. “서서 고기를 구워야 해. 그래야 멋있다고.” 그 말에 증조할머니가 코웃음을 쳤다. “멋이고 뭐고 가서 고기나 사와. 쇠고기로.” 그때 마당에서 상추를 씻던 할머니가 삼겹살로 먹죠, 라고 말했다. 증조할머니가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할아버지에게 보였다. “난 무조건 쇠고기다.” “우리 식구가 다 먹으려면 십인 분은 있어야 해요.”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할아버지가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말했다. 증조할머니와 할머니가 싸울 것 같은 기운이 돌면 할아버지는 항상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결국, 할아버지는 등심 한 근과 삼겹살 네 근을 사왔다.
가을의 끝 무렵이었지만 한낮이라 더웠다. 숯불 앞에 앉은 식구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술을 한잔 기울인 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의 얼굴은 더욱 붉었다. “파라솔이 있어야겠어요.” 아버지가 말했다. “파라솔이 뭐냐?” 증조할머니가 물었다. “우산 같은 거예요.”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작은삼촌이 집으로 들어가 우산을 찾아왔다. 우산은 세 개밖에 없었고, 할아버지를 제외한 식구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우산을 썼다. 삼겹살을 다 먹는 동안 아무도 등심에 손을 대지 않았다. 증조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양보를 했고,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양보를 했고, 할머니는 다시 증조할머니에게 양보를 했다. 결국, 소고기는 까맣게 탔고 식성이 좋은 작은삼촌이 다 먹어치웠다. 할아버지는 얼른 돈을 벌어 평생 소고기만을 먹게 해드리겠다고 증조할머니에게 약속을 했다.
할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할아버지는 소고기를 한 근밖에 사오지 않았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삼우제를 마치고 할아버지는 마당 한구석에 세워둔 상을 불태웠다. 할아버지는 매운 연기를 들이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