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수리하다가 목수는 망치를 세 번이나 떨어뜨렸다. 한번은 망치가 발등으로 떨어져 뼈가 부러질 뻔했고, 한번은 공구 상자로 떨어져 아끼던 대패에 흠집을 내기도 했다. 연탄가스로 부모님을 잃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목수는 이처럼 못질을 하기 힘든 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목수는 일을 하다 말고 자주 쉬었다. 그늘진 담벼락에 쪼그려 앉아 있으면 몇 년 전에 끊었던 담배 생각이 절로 났다. 그럴 때면 담뱃불이 톱밥에 떨어져 불이 났던 사고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집은 방이 여섯 개나 되었다. 일층에는 방이 두 개였고 이층에는 네 개였는데, 이층의 방 하나는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정도로 작았다. 게다가 그 방은 창문도 없었다. 목수는 할아버지에게 차라리 그 방을 없애는 건 어떻겠냐고 말했다. “가운데 벽을 없애 두 방을 하나로 만들죠.” 할아버지는 목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벽을 허물다가 목수는 왜 그 방이 그렇게 작고 창이 없는지를 알게 되었다. 애당초 하나였던 방을 두 개로 나누어놓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목수는 그 방을 원래 있던 상태로 되돌려놓은 셈이었다. 그 일을 끝내고 목수의 머릿속에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왜 이 집은 계단이 밖에 있는 거지? 목수는 밖으로 나와 이층의 벽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일층과 이층의 벽돌색이 달랐다. “혹시 이 집 일층과 이층을 따로 지었어요?” 목수가 할아버지한테 물었다. 할아버지는 부동산으로 달려가 중개인에게 목수가 물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 부동산 중개인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처음 그 집을 지은 사람은 어느 버스회사의 사위였다. 성공할 때까지 고향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편지를 써놓고 가출을 했던 남자는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사고를 당했다. 버스가 전봇대를 들이박고 언덕 아래로 굴렀다. 당장 잘 곳이 없었던 남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게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남자가 허리가 아프다며 퇴원을 하지 않자 버스 회사는 그에게 말단 사원 자리를 주었다. 버스회사 사장은 서류를 놓고 왔다며 집으로 전화를 걸어 딸에게 심부름을 시키곤 했는데, 그건 동업을 하는 또다른 사장의 아들이 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장은 딸이 동업자의 아들과 결혼을 한다면 인생에서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딸이 서류를 가지고 회사를 찾던 어느 날, 말단 사원인 남자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현관을 열었다가 사장의 딸과 눈이 마주쳤다. 수줍음이 많은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위해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착각했고, 마치 자신이 외국의 유명 여배우라도 되는 듯한 상상에 빠졌다. 사장이 지나치게 애지중지 키우는 바람에 딸은 직장생활 한번 하지 않고 집에서 드라마만 보면서 세월을 보냈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딸은 결혼을 안 시켜주면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다. 사장은 딸이 어렸을 때 죽어버리겠다고 말하고는 정말로 달리는 차로 뛰어든 적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개를 못 키우게 했다는 이유 때문에 딸을 잃을 뻔한 이후로 사장은 어쨌든 살아 있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장은 별말 없이 결혼을 허락했고, 덤으로 딸의 앞으로 등기를 해놓은 낡은 집을 한 채 선물했다.
낡은 집에는 허리가 기역자로 구부러진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딸에게 집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그 할머니가 살아 있어? 월세가 안 들어오기에 죽은 줄 알았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는 그곳이 진짜 자기 집이라고 믿고 있었다. 오래전에 연락이 끊어졌다는 아들을 찾아내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떠나기 전, 할머니는 마당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었다. 두레박을 올릴 때 허리가 잠깐 펴졌다. 물을 마신 뒤 남은 물을 마당에 뿌렸다. 그리고 할머니는 우물을 향해 침을 뱉었다. 낡은 집을 허물고 신혼집을 지으면서 사위는 마당의 우물을 메웠다. 그날, 며느리의 구박을 받으며 저녁밥을 먹던 할머니는 가지무침을 젓가락으로 집는 순간 심장이 멈추었다. 일층짜리 예쁜 양옥집이 지어진 것은 세 달이 지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