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구를 데리고 왔다는 말을 전해들은 고모는 왜 가게에는 들르지 않았냐며 섭섭해했다. “별것이 다 섭섭하네.” 할머니가 붕어빵을 먹는 고모를 못마땅하게 보면서 말했다. 밤마다 저렇게 먹어대다간 언젠가는 뚱뚱해지고 말 거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골목길 입구에 붕어빵을 파는 노점이 생긴 것은 얼마 전이었다. 손님이 모두 나간 후 가게에 앉아 혼자 소주 반병을 마신 고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을 파는 리어카를 보았다. “세 개만 주세요.” 고모는 말했다. 붕어빵을 파는 남자는 고모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고모는 그 남자를 알아보았지만 동창은 고모를 알아보지 못했다. 자신보다 공부도 훨씬 잘했던 남자였다. 달리기를 잘해서 체육대회 때면 항상 계주선수로 나왔다. 오학년 때 같은 반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남자가 고모에게 독한 년이라고 욕을 한 적이 있었다. 고모는 가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면 종종 붕어빵을 사왔다. 남자는 장갑을 끼고 일을 했고, 손에 심한 흉터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고모는 상상을 해보았다. 나는 붕어빵을 꼬리부터 먹었다. 할머니는 머리부터 먹었다. 고모는 반을 갈라 붕어빵이 적당히 식기를 기다린 다음에 먹었다. 작은삼촌은 팥이 들어간 음식을 싫어했기 때문에 먹지 않았다. 나는 고모에게 전학생은 늘 캠코더를 갖고 다닌다고 말해주었다. 학교 앞 만둣가게에 몰래 들어가 주방을 촬영한 적도 있었다고. “그래서 가게에 안 간 거야.” 그러자 고모가 옆집에 새로 생긴 족발가게에 가서 뭐든 찍어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가게 때문에 손님이 팍 줄었어. 이상한 걸 음식에 넣는 게 틀림없어.”
고모도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었다. 내가 마루를 기어다닐 무렵이었다. 고모 앞에 앉은 아이였는데, 앉은키가 커서 칠판 글씨를 보려면 고모가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 아이는 체육시간이면 항상 이상한 티셔츠를 뒤집어 입었다. 체육복은 짙은 감색 바지에 흰 티셔츠였는데, 바지는 반드시 사서 입어야 했지만 티셔츠는 아무것이나 흰색이면 상관없었다. 체육선생님이 넌 그 티가 뭐야? 하고 물었더니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흰색이잖아요.”그 아이가 가져온 티셔츠들은 하나같이 등에 커다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제2회 결식아동 돕기 걷기대회’ 같은 문구들이 새겨진 티셔츠였다. 늘 교복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겹쳐 입었고, 선생님이 알아들었니? 하고 물으면 아니요, 하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고모는 그 아이와 어떻게 해서 친해졌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일요일 오후는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빈 교실에 고모와 그 아이만 앉아 있었다. 책상을 창가 쪽으로 돌리고 앉아 고모는 아무도 없는 빈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그네가 혼자 흔들렸다. “아, 심심하다.” 기지개를 켜며 그 아이가 말했다. “나도.” 고모가 말했다. 그 순간, 교실 뒤에 걸려 있던 시계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깜짝이야.” 둘이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몇 초 후에 둘이 동시에 웃었다. 할머니는 고모의 친구에게 떡볶이를 해주었다. 큰삼촌과 작은삼촌은 괜히 목이 마르다며 부엌을 왔다갔다했다. 형제가 많아서 좋겠다, 라고 떡볶이를 먹으면서 고모의 친구가 말했다. 친구가 돌아간 후, 마루에 있던 스노볼이 없어졌다. “니 친구가 가져간 거야.” 할머니가 말했지만 고모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혹시 얘가 먹었나.” 고모는 마루를 기어다니며 먼지를 주워먹는 내 배를 만졌다. “가서 엑스레이 찍어보자.” 고모의 말에 식구들이 비웃었다. “그걸 어떻게 먹냐. 먹기도 전에 입이 찢어지겠다.” 고모의 단짝친구였던 그 아이는 전학을 갔다. 그리고 몇 달 후 고모 앞으로 소포가 배달되었다. 전학을 간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거기에는 잃어버린 스노볼이 들어 있었다. 고모는 그 스노볼을 마당 구석에 버렸다.
작은삼촌은 식구들 몰래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 주로 술에 취한 친구들이었다. 새벽에 몰래 들어와 까치발을 해서 이층까지 올라갔다. 오줌이 마려워도 화장실을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작은삼촌은 방에 늘 빈병들을 숨겨두었다. 한번은 똥이 마려운 친구가 과감하게 일층 화장실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방에서 잠을 자다 깬 할머니가 막내니? 하고 물었다. 친구가 네, 하고 대답했더니 할머니가 식탁 위에 꿀물 있다, 마셔라, 하고 말했다. 작은삼촌의 친구는 식탁 위의 꿀물을 마셨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친구는 꿀물을 마시면서 눈물을 흘렸다. 큰삼촌의 친구들은 항상 대문 앞에 서서 삼촌의 이름을 불렀다. 할머니의 기억에 의하면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친구들은 없었다. 아버지도 친구를 데려온 적이 없었다. “아, 결혼 전에 어느 여자가 대문 앞을 서성인 적은 있었지.” 할머니가 말했다. “하지만 대문을 열고 처음으로 이 집에 들어온 친구는 니 엄마였어.”
고모도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었다. 내가 마루를 기어다닐 무렵이었다. 고모 앞에 앉은 아이였는데, 앉은키가 커서 칠판 글씨를 보려면 고모가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 아이는 체육시간이면 항상 이상한 티셔츠를 뒤집어 입었다. 체육복은 짙은 감색 바지에 흰 티셔츠였는데, 바지는 반드시 사서 입어야 했지만 티셔츠는 아무것이나 흰색이면 상관없었다. 체육선생님이 넌 그 티가 뭐야? 하고 물었더니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흰색이잖아요.”그 아이가 가져온 티셔츠들은 하나같이 등에 커다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제2회 결식아동 돕기 걷기대회’ 같은 문구들이 새겨진 티셔츠였다. 늘 교복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겹쳐 입었고, 선생님이 알아들었니? 하고 물으면 아니요, 하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고모는 그 아이와 어떻게 해서 친해졌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일요일 오후는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빈 교실에 고모와 그 아이만 앉아 있었다. 책상을 창가 쪽으로 돌리고 앉아 고모는 아무도 없는 빈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그네가 혼자 흔들렸다. “아, 심심하다.” 기지개를 켜며 그 아이가 말했다. “나도.” 고모가 말했다. 그 순간, 교실 뒤에 걸려 있던 시계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깜짝이야.” 둘이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몇 초 후에 둘이 동시에 웃었다. 할머니는 고모의 친구에게 떡볶이를 해주었다. 큰삼촌과 작은삼촌은 괜히 목이 마르다며 부엌을 왔다갔다했다. 형제가 많아서 좋겠다, 라고 떡볶이를 먹으면서 고모의 친구가 말했다. 친구가 돌아간 후, 마루에 있던 스노볼이 없어졌다. “니 친구가 가져간 거야.” 할머니가 말했지만 고모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했다. “혹시 얘가 먹었나.” 고모는 마루를 기어다니며 먼지를 주워먹는 내 배를 만졌다. “가서 엑스레이 찍어보자.” 고모의 말에 식구들이 비웃었다. “그걸 어떻게 먹냐. 먹기도 전에 입이 찢어지겠다.” 고모의 단짝친구였던 그 아이는 전학을 갔다. 그리고 몇 달 후 고모 앞으로 소포가 배달되었다. 전학을 간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거기에는 잃어버린 스노볼이 들어 있었다. 고모는 그 스노볼을 마당 구석에 버렸다.
작은삼촌은 식구들 몰래 친구들을 데리고 왔다. 주로 술에 취한 친구들이었다. 새벽에 몰래 들어와 까치발을 해서 이층까지 올라갔다. 오줌이 마려워도 화장실을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작은삼촌은 방에 늘 빈병들을 숨겨두었다. 한번은 똥이 마려운 친구가 과감하게 일층 화장실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 방에서 잠을 자다 깬 할머니가 막내니? 하고 물었다. 친구가 네, 하고 대답했더니 할머니가 식탁 위에 꿀물 있다, 마셔라, 하고 말했다. 작은삼촌의 친구는 식탁 위의 꿀물을 마셨다. 일찍 어머니를 여읜 친구는 꿀물을 마시면서 눈물을 흘렸다. 큰삼촌의 친구들은 항상 대문 앞에 서서 삼촌의 이름을 불렀다. 할머니의 기억에 의하면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친구들은 없었다. 아버지도 친구를 데려온 적이 없었다. “아, 결혼 전에 어느 여자가 대문 앞을 서성인 적은 있었지.” 할머니가 말했다. “하지만 대문을 열고 처음으로 이 집에 들어온 친구는 니 엄마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