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이 책상을 붙이고 나란히 앉아 있으면 선생님들이 모두 니들 형제 같다, 하고 말했다. 그때마다 나는, 선생님, 제 눈엔 쌍꺼풀이 있어요, 하고 말했다. 전학생은 쌍꺼풀이 없었고, 대신 웃을 때 보조개가 파였다. 눈, 코, 입이 모두 다르게 생겼는데도 우리를 보는 사람들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전학생은 얼굴이 닮지 않은 부부도 결혼을 하면 얼굴이 닮아간다고 말했다.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것을 보고, 비슷한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학생은 설명했다. “누가 그러는데?” 내가 묻자 전학생이 머리를 긁적이며 내가, 하고 대답했다. “유명한 과학자가 한 말이라면 믿고 내가 한 말이면 안 믿을 거야?” 전학생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은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점점 얼굴이 비슷해졌다. 여행지에서 늘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것을 보았으니 전학생의 이론이 영 틀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전학생은 내게 밥을 먹기 전에 국을 먼저 한 숟가락 떠먹는지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반찬이 시금치무침 하나면 어떻게 할래?”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참기름과 고추장 듬뿍 넣어서 비벼 먹을래, 하고 대답했다. “딩동댕. 나도 그래.” 나는 전학생에게 한여름에 나무그늘에 앉아 있는데 소나기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우선, 개미들이 우왕좌왕 하는 걸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하겠지. 그리고 그냥 비를 맞을래.” 전학생이 대답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나를 업고 마당을 몇 바퀴씩 돌곤 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이 발밑에도 재미있는 세상에 숨어 있단다, 하고 말했다. 또래 아이들은 모두 걷기 시작했지만 나는 아직 발걸음도 떼지 못할 때였다. “니가 제자리뛰기를 하면 개미들도 나무뿌리들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도 모두 놀랄걸.” 어머니는 말했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영영 어머니 등에 업힌 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래. 운동장이 비에 젖는 것을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할 거야.”
전학생과 나는 학교 앞 만둣가게에서 파는 왕만두를 자주 사먹었다. 왕만두를 반으로 갈라 김이 빠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전학생은 세상에서 세번째로 좋다고 했다. “두번째와 첫번째는?” “비밀.” 전학생은 말했다. 나는 전학생에게 오래 전부터 떠도는 만둣가게의 소문에 대해 말해주었다. “이 가게의 만두가 맛있는 이유는……” 내가 말하려고 하자 갑자기 전학생이 내 입을 막았다. “일단 시킨 음식을 다 먹은 후에 이야기해줘. 그리고 사람 고기는 아니겠지?” 전학생이 급히 왕만두 네 개를 먹었다. “이 만둣가게의 속은 바로 이 옆 식당에서 버린 음식물 찌꺼기래.” 나는 그 이야기를 고등학교 일학년 때 옆자리에 앉은 짝에게 들었다. 무엇인가를 끼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짝은 삼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부에 가입을 했다. 그랬더니 선배들이 만둣가게에 떠도는 소문을 들려준 후에, 신입생들에게 신고식이라며 만두를 먹였다고 했다. 만둣가게의 옆은 부대찌갯집이었는데 두 집의 사장이 부부라는 소문도 있었다. 두 가게 사장이 일요일이면 늘 같은 돈가스집에 들러 점심을 사먹는 것이 종종 목격되었다. 전학생이 입맛을 다시더니 햄 맛은 전혀 안 느껴지는데, 하고 말했다.
다음날, 전학생은 어디서 구했는지 낡은 캠코더를 하나 가지고 왔다. “오늘 수업 끝나고 남아.” 전학생이 말했다. 전학생은 만둣가게 소문을 파헤치기만 하면 엄청난 뉴스가 될 거라고 말했다. 나는 족발집의 손자로서 식당을 엿보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텔레비전에 돈을 주고 팔 수도 있어.” 전학생의 말에 나는 곧 할머니의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이 생각났고 그래서 딱 하루만이다, 하고 마지못해 승낙하는 척했다. 첫째 날, 우리는 가게의 뒷문에 숨었다. 두 가게는 같은 상가에 있었고, 그래서 뒷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전학생이 라면박스 두 개를 가져왔고 우리는 그걸로 몸을 가렸다. 검은 쓰레기봉지 사이로 고양이들이 지나갔다. 나는 기침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왜 이런 한심한 짓을 해야 해, 라고 전학생에게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만둣가게 주인은 자주 담배를 피웠다. 부대찌갯집 주인도 자주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두 가게 사이로 어떤 그릇들도 오가지 않았다. 둘째 날, 전학생은 가게 주인이 문 닫기를 기다린 다음 주방문을 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은 깨끗하지도 그렇다고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전학생은 캠코더의 녹화버튼을 누른 후 주방을 녹화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부대찌갯집에서 가져왔음 직한 음식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 우리가 알아낸 것은 만둣가게 주인은 화장실을 갔다 온 후에도 손을 씻지 않다는 사실뿐이었다. 만두의 소도 정상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만둣가게와 부대찌갯집 주인은 부부가 아니었다. 하지만, 둘은 일요일마다 서로의 남편과 아내 몰래 데이트를 해왔다. 전학생은 그후로 만둣가게에 가지 않았다. “손을 안 씻다니. 차라리 부대찌개가 더 나았어. 적어도 거긴 햄이라도 남아 있을 거 아냐.” 전학생이 말했다. 한번 캠코더 놀이에 빠지더니 전학생은 그후로 무엇이든 찍기 시작했다.
전학생과 나는 학교 앞 만둣가게에서 파는 왕만두를 자주 사먹었다. 왕만두를 반으로 갈라 김이 빠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전학생은 세상에서 세번째로 좋다고 했다. “두번째와 첫번째는?” “비밀.” 전학생은 말했다. 나는 전학생에게 오래 전부터 떠도는 만둣가게의 소문에 대해 말해주었다. “이 가게의 만두가 맛있는 이유는……” 내가 말하려고 하자 갑자기 전학생이 내 입을 막았다. “일단 시킨 음식을 다 먹은 후에 이야기해줘. 그리고 사람 고기는 아니겠지?” 전학생이 급히 왕만두 네 개를 먹었다. “이 만둣가게의 속은 바로 이 옆 식당에서 버린 음식물 찌꺼기래.” 나는 그 이야기를 고등학교 일학년 때 옆자리에 앉은 짝에게 들었다. 무엇인가를 끼적이는 것을 좋아하는 짝은 삼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부에 가입을 했다. 그랬더니 선배들이 만둣가게에 떠도는 소문을 들려준 후에, 신입생들에게 신고식이라며 만두를 먹였다고 했다. 만둣가게의 옆은 부대찌갯집이었는데 두 집의 사장이 부부라는 소문도 있었다. 두 가게 사장이 일요일이면 늘 같은 돈가스집에 들러 점심을 사먹는 것이 종종 목격되었다. 전학생이 입맛을 다시더니 햄 맛은 전혀 안 느껴지는데, 하고 말했다.
다음날, 전학생은 어디서 구했는지 낡은 캠코더를 하나 가지고 왔다. “오늘 수업 끝나고 남아.” 전학생이 말했다. 전학생은 만둣가게 소문을 파헤치기만 하면 엄청난 뉴스가 될 거라고 말했다. 나는 족발집의 손자로서 식당을 엿보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텔레비전에 돈을 주고 팔 수도 있어.” 전학생의 말에 나는 곧 할머니의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이 생각났고 그래서 딱 하루만이다, 하고 마지못해 승낙하는 척했다. 첫째 날, 우리는 가게의 뒷문에 숨었다. 두 가게는 같은 상가에 있었고, 그래서 뒷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전학생이 라면박스 두 개를 가져왔고 우리는 그걸로 몸을 가렸다. 검은 쓰레기봉지 사이로 고양이들이 지나갔다. 나는 기침이 나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왜 이런 한심한 짓을 해야 해, 라고 전학생에게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만둣가게 주인은 자주 담배를 피웠다. 부대찌갯집 주인도 자주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두 가게 사이로 어떤 그릇들도 오가지 않았다. 둘째 날, 전학생은 가게 주인이 문 닫기를 기다린 다음 주방문을 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은 깨끗하지도 그렇다고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전학생은 캠코더의 녹화버튼을 누른 후 주방을 녹화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부대찌갯집에서 가져왔음 직한 음식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 우리가 알아낸 것은 만둣가게 주인은 화장실을 갔다 온 후에도 손을 씻지 않다는 사실뿐이었다. 만두의 소도 정상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만둣가게와 부대찌갯집 주인은 부부가 아니었다. 하지만, 둘은 일요일마다 서로의 남편과 아내 몰래 데이트를 해왔다. 전학생은 그후로 만둣가게에 가지 않았다. “손을 안 씻다니. 차라리 부대찌개가 더 나았어. 적어도 거긴 햄이라도 남아 있을 거 아냐.” 전학생이 말했다. 한번 캠코더 놀이에 빠지더니 전학생은 그후로 무엇이든 찍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