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다시 학교를 가니 내 책상이 없어졌다. 그사이 전학생이 생겼고, 담임선생님은 무단결석을 하는 내 자리를 전학생에게 내주었다. 며칠 후 새 책상이 도착했지만 전학생은 자리를 바꿔 앉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다시 학교를 갔을 때 교실에 빈자리라고는 아직 톱밥 냄새가 남아 있을 듯한 새 책상밖에 없었다. 나는 전학생에게 책상을 바꿔달라고 말했다. “싫어.” 전학생이 말했다. 책상 위에는 내가 일 년 동안 공들여 그린 그림이 있었다. 이학년으로 올라왔을 때, 새벽 다섯시에 등교를 해서 옮겨온 책상이었다. “이게 뭔지 알아?” 나는 네시 사십분에 멈춰 있는 시계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새벽일 리는 없고. 학교에서 뛰쳐나가고 싶은 시간?” 전학생은 오후 네시가 넘어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가 되면 이상하게 교실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먼저 다니던 학교는 언덕에 있었는데, 오후 네시가 되면 아래로 보이는 동네의 지붕들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어느 집 옥상에는 다 마른 빨래가 바람에 펄럭였고 그러면 그림자도 같이 펄럭였다. 전학생은 그때마다 눈을 비볐다. 빨래의 그림자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는데 자신의 눈에는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다 빨래가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지는 날이면 자기도 모르게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수업을 하던 선생님이 놀라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어진 전학생은 화장실 좀, 하고 거짓말을 했다. 전학생은 이사를 오면서 새로 갈 학교는 언덕이 아니라 평지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창밖으로는 그저 텅 빈 운동장만 보였으면 좋겠다고. “틀렸어. 수업하다 말고 어딜 뛰쳐나가?” 나는 전학생에게 틀렸으니 내 책상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전학생이 새 책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좋아, 오늘만 봐준다, 하고 중얼거렸다.
다음날 다시 책상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전학생에게 일 년 육 개월 동안이나 같이한 책상이라고, 졸업을 하면 아마도 책상을 집으로 가져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학생은 억울하면 일찍 와서 가져가, 하고 대답했다. “난 이 책상이 좋아.” 전학을 온 지 이틀 만에 전학생은 시험을 치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게 되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내가 책상 귀퉁이에 그려놓은 주사위로 찍었고 놀랍게도 찍은 문제가 거의 다 맞았다. 나는 책상 오른쪽에 주사위를 아무 순서대로 그려놓았다. 주사위는 모두 열두 개였다. “너도 시험문제 찍을 때 사용하는 거지?” 전학생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사위 숫자가 1부터 4까지밖에 없는 걸 보고 알았지.” 나는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마다 주사위를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어느 것을 할까요, 알아맞혀보세요, 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너도 저 새 책상에 주사위를 그려.” 내가 말했다. “싫어, 이 책상이 운이 좋은 거라고.” 전학생은 모든 사물에는 다 거기에 맞는 운명이 깃들어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삼대째 물려받은 어머니의 바늘쌈지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그 쌈지를 물려받은 여자는 단 한 명도 행복하게 살지 않았다. 그것은 그 여자들의 운명이 아니라 바늘쌈지의 운명이라고 전학생은 생각했다. 그 책상이 얼마나 운이 없는 책상인지 전학생은 모르리라. “내일은 내가 찾아올 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는 톱밥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실은 전혀 톱밥 냄새가 나지 않는 새 책상에 앉았다. 책상이 조금 더 커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낙서를 했다가 지우개가 반이 닳도록 지우고 또 지웠다.
다음날 나는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했다. 작은삼촌이 학교 가는 거 맞아? 하고 의심을 했다. 나는 믿지 않으면 정말로 비뚤어질 거라고 말했다가 작은삼촌에게 뒤통수를 한 대 맞았다. 학교에 도착하니 전학생이 벌써 와 있었다. 만날 코피를 쏟지만 반에서 십등 안에도 못 드는 녀석과 전학생, 단 둘이 교실에 앉아 있었다. “두고 봐.” 그 다음날, 간발의 차이로, 책상을 찾아왔다. 책상을 차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한 달 동안 매일 일찍 등교를 했다. 물론, 코피를 쏟는 녀석을 이기지는 못했지만. “저 녀석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혹시 학교에서 사는 게 아닐까?” 한 달이 지난 후, 천성이 게으른 우리는 책상 하나 때문에 아침 단잠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앞으론 가위바위보로 하자.” 전학생이 말했다. “좋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내가 말했다. 우리는 그후로, 졸업을 할 때까지, 지각을 밥 먹듯이 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다음날 다시 책상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전학생에게 일 년 육 개월 동안이나 같이한 책상이라고, 졸업을 하면 아마도 책상을 집으로 가져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학생은 억울하면 일찍 와서 가져가, 하고 대답했다. “난 이 책상이 좋아.” 전학을 온 지 이틀 만에 전학생은 시험을 치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게 되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내가 책상 귀퉁이에 그려놓은 주사위로 찍었고 놀랍게도 찍은 문제가 거의 다 맞았다. 나는 책상 오른쪽에 주사위를 아무 순서대로 그려놓았다. 주사위는 모두 열두 개였다. “너도 시험문제 찍을 때 사용하는 거지?” 전학생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사위 숫자가 1부터 4까지밖에 없는 걸 보고 알았지.” 나는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마다 주사위를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어느 것을 할까요, 알아맞혀보세요, 라고 중얼거리곤 했다. “너도 저 새 책상에 주사위를 그려.” 내가 말했다. “싫어, 이 책상이 운이 좋은 거라고.” 전학생은 모든 사물에는 다 거기에 맞는 운명이 깃들어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삼대째 물려받은 어머니의 바늘쌈지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그 쌈지를 물려받은 여자는 단 한 명도 행복하게 살지 않았다. 그것은 그 여자들의 운명이 아니라 바늘쌈지의 운명이라고 전학생은 생각했다. 그 책상이 얼마나 운이 없는 책상인지 전학생은 모르리라. “내일은 내가 찾아올 거야.” 그렇게 말하고 나는 톱밥 냄새가 날 것 같지만 실은 전혀 톱밥 냄새가 나지 않는 새 책상에 앉았다. 책상이 조금 더 커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낙서를 했다가 지우개가 반이 닳도록 지우고 또 지웠다.
다음날 나는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했다. 작은삼촌이 학교 가는 거 맞아? 하고 의심을 했다. 나는 믿지 않으면 정말로 비뚤어질 거라고 말했다가 작은삼촌에게 뒤통수를 한 대 맞았다. 학교에 도착하니 전학생이 벌써 와 있었다. 만날 코피를 쏟지만 반에서 십등 안에도 못 드는 녀석과 전학생, 단 둘이 교실에 앉아 있었다. “두고 봐.” 그 다음날, 간발의 차이로, 책상을 찾아왔다. 책상을 차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한 달 동안 매일 일찍 등교를 했다. 물론, 코피를 쏟는 녀석을 이기지는 못했지만. “저 녀석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혹시 학교에서 사는 게 아닐까?” 한 달이 지난 후, 천성이 게으른 우리는 책상 하나 때문에 아침 단잠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앞으론 가위바위보로 하자.” 전학생이 말했다. “좋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내가 말했다. 우리는 그후로, 졸업을 할 때까지, 지각을 밥 먹듯이 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가위바위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