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이 잦아지자 마침내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왔다. 할머니는 냉장고를 뒤져 썩은 사과 두 알을 찾아냈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니 몇 조각밖에 나오질 않았다. 커피는 굳어 있었다. 할머니는 뜨거운 물을 커피 통에 부어 간신히 커피 물을 우려냈다. 하지만 프림이 없었다. 할머니는 대신 설탕을 네 스푼이나 넣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커피의 비율은 커피 두 스푼, 프림 두 스푼 반, 설탕 세 스푼이었다. 커피를 마신 선생님이 얼굴을 찌푸렸다. 선생님은 단것을 싫어했다. 일곱 살 무렵에 집을 나간 엄마가 마지막으로 준 음식이 설탕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담임은 두 동생들과 난방이 되지 않는 반지하방에서 설탕물을 마시며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커피를 마시다가 선생님은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떠올렸고 그러자 갑자기 무단결석을 한 나를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선생님은 할머니를 위로했다. 비록 공부는 잘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의젓한 데가 많은 아이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그건 맞아요, 하고 맞장구를 쳤다. “한번은 말이죠.” 담임은 내가 몸이 불편한 아이를 업고 등교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해놓고 담임은 그 아이가 나인지 아니면 나와 비슷하게 생긴 다른 아이인지 헷갈렸다. 학기 초였고 아직 반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기 전의 일이었다. “성격이 꼼꼼해서 지우개밥도 함부로 바닥에 버리지 않더라고요.” 담임의 말처럼 나는 글씨를 지우고 나면 지우개밥을 책상 한구석에 모아두었다. 그리고 수업시간이 지루할 때마다 나는 지우개밥을 동그랗게 말아 가지고 놀았다. 할머니는 담임선생님에게 다시는 결석을 하지 못하게 하겠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허리를 구십 도 굽혀 인사를 했다.
선생님이 돌아가자 할머니는 작은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그 동안 내가 결석을 하고 있었다고 말을 했다. 작은삼촌은 거래처 사람들과 저녁약속이 있는 것도 취소를 하고 집으로 달려왔다. 작은삼촌은 배신감을 느꼈다. 작은삼촌은 매일 아침마다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 좋았다. 나 때문에 매일 회사에 십오 분씩 늦었고 늘 부장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작은삼촌은 내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첫째, 학교를 안 갈 거면 하루에 삼만원 이상씩 벌어올 것. 둘째, 돈 벌 자신이 없다면 매일 이십 킬로미터씩 달리기를 할 것.” 작은삼촌은 말했다. “둘 다 하기 싫으면 학교에 가고.” 할머니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할머니의 소원은 학교를 다녀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하지 않았다. 자식 넷을 키워본 결과 절실한 이야기들은 잔소리가 되기 쉬웠다. “좋아.” 내가 말했다. “외할머니한테 취직 시켜달라 그럴 거야.” 나는 원래 일요일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법이니까 돈도 일주일에 육 일만 벌겠다고 말했다.
외할머니는 조금이라도 꾀를 부리면 일당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한 후로 고모는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 고모는 일부러 음식물쓰레기를 바닥에 버렸다. 손님이 먹던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는데 고모는 그 머리카락이 내 거라고 우겼다. “내 머리카락은 길어. 억울하면 DNA 검사를 하든가.” 외할머니는 일당에서 만팔천원을 제한다고 말했다. 손님에게 음식 값을 받지 않았으니 그걸 내가 대신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치사하다.” 나는 행주를 바닥에 던졌다. “행주 값 천원도 뺀다.” 분명히 족발을 시킨 손님이 음식이 나오자 보쌈을 시켰다고 우겼다. 외할머니 혼자 장사를 할 때부터 드나들던 단골이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보쌈을 내왔고, 외할머니는 족발 값을 또 내 일당에서 뺐다. 고모는 점심 저녁으로 매일 똑같은 밥을 주었다. 콩나물국에 김치가 전부였다. “외할머니네 콩나물국이 최고야, 하고 넌 늘 말했어.” 외할머니가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드시면서 말했다. 마침내 일주일 만에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일주일 동안 일당 삼만원을 온전히 받은 날은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힘들어서가 아니야. 치사해서지.” 나는 작은삼촌에게 차라리 달리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매일 출근을 하는 삼촌이 어떻게 달리기를 감시할 수 있겠어, 하고 나는 생각했다. 작은삼촌은 내가 달리기를 하겠다고 하자 퇴근길에 등심 두 근을 사왔다. 할머니는 고기를 몇 점 먹지 않았다. “내일부터 힘들 텐데 너나 많이 먹어라.” 할머니는 말했다. 밥을 다 먹은 후 작은삼촌은 내게 지도 한 장을 주었다. “이 길로 달리면 딱 이십 킬로미터가 돼.” 작은삼촌은 말했다. 지도에는 중간중간에 붉은 별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게 뭐야, 삼촌.” 그러자 삼촌이 말했다. “네가 달렸는지 안 달렸는지 어떻게 알겠니. 내가 그 가게 주인들에게 말해놓았으니까 거길 지나갈 때마다 사인을 받아와.” 나는 방금 먹은 고기를 뱉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러졌던 새끼발가락이 아직도 욱신거린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담벼락을 발로 걷어차면서 돌 틈에 낀 이끼를 향해 한없이 침을 뱉는 그런 아이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삼촌이 준 지도를 반으로 접었다. 그리고 다시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선생님이 돌아가자 할머니는 작은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그 동안 내가 결석을 하고 있었다고 말을 했다. 작은삼촌은 거래처 사람들과 저녁약속이 있는 것도 취소를 하고 집으로 달려왔다. 작은삼촌은 배신감을 느꼈다. 작은삼촌은 매일 아침마다 나와 버스정류장까지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 좋았다. 나 때문에 매일 회사에 십오 분씩 늦었고 늘 부장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작은삼촌은 내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첫째, 학교를 안 갈 거면 하루에 삼만원 이상씩 벌어올 것. 둘째, 돈 벌 자신이 없다면 매일 이십 킬로미터씩 달리기를 할 것.” 작은삼촌은 말했다. “둘 다 하기 싫으면 학교에 가고.” 할머니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할머니의 소원은 학교를 다녀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하지 않았다. 자식 넷을 키워본 결과 절실한 이야기들은 잔소리가 되기 쉬웠다. “좋아.” 내가 말했다. “외할머니한테 취직 시켜달라 그럴 거야.” 나는 원래 일요일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법이니까 돈도 일주일에 육 일만 벌겠다고 말했다.
외할머니는 조금이라도 꾀를 부리면 일당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한 후로 고모는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 고모는 일부러 음식물쓰레기를 바닥에 버렸다. 손님이 먹던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는데 고모는 그 머리카락이 내 거라고 우겼다. “내 머리카락은 길어. 억울하면 DNA 검사를 하든가.” 외할머니는 일당에서 만팔천원을 제한다고 말했다. 손님에게 음식 값을 받지 않았으니 그걸 내가 대신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치사하다.” 나는 행주를 바닥에 던졌다. “행주 값 천원도 뺀다.” 분명히 족발을 시킨 손님이 음식이 나오자 보쌈을 시켰다고 우겼다. 외할머니 혼자 장사를 할 때부터 드나들던 단골이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보쌈을 내왔고, 외할머니는 족발 값을 또 내 일당에서 뺐다. 고모는 점심 저녁으로 매일 똑같은 밥을 주었다. 콩나물국에 김치가 전부였다. “외할머니네 콩나물국이 최고야, 하고 넌 늘 말했어.” 외할머니가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드시면서 말했다. 마침내 일주일 만에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일주일 동안 일당 삼만원을 온전히 받은 날은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힘들어서가 아니야. 치사해서지.” 나는 작은삼촌에게 차라리 달리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매일 출근을 하는 삼촌이 어떻게 달리기를 감시할 수 있겠어, 하고 나는 생각했다. 작은삼촌은 내가 달리기를 하겠다고 하자 퇴근길에 등심 두 근을 사왔다. 할머니는 고기를 몇 점 먹지 않았다. “내일부터 힘들 텐데 너나 많이 먹어라.” 할머니는 말했다. 밥을 다 먹은 후 작은삼촌은 내게 지도 한 장을 주었다. “이 길로 달리면 딱 이십 킬로미터가 돼.” 작은삼촌은 말했다. 지도에는 중간중간에 붉은 별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게 뭐야, 삼촌.” 그러자 삼촌이 말했다. “네가 달렸는지 안 달렸는지 어떻게 알겠니. 내가 그 가게 주인들에게 말해놓았으니까 거길 지나갈 때마다 사인을 받아와.” 나는 방금 먹은 고기를 뱉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러졌던 새끼발가락이 아직도 욱신거린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담벼락을 발로 걷어차면서 돌 틈에 낀 이끼를 향해 한없이 침을 뱉는 그런 아이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삼촌이 준 지도를 반으로 접었다. 그리고 다시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