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한쪽에는 식탁이 놓여 있었다. 밖에서 보면 몇 층은 되어 보였지만 안에 들어와 보니 천장이 아주 높은 일층짜리 집이었다. 부엌과 거실 그리고 방이 하나뿐인 집. 나는 거실 한가운데 서서 구멍이 뚫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창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집에는 다른 창문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 앉으세요.” 남자가 레스토랑의 웨이터처럼 의자 하나를 뒤로 빼더니 어머니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어머니는 식탁에 앉으면서 돌로 만든 집이라면 당연히 돌로 된 식탁이 있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럼 돌로 만든 컵에 차를 마셔야 하게요.” 남자가 부엌으로 가서 휴대용 가스버너에 주전자를 올려놓았다. 남자는 장미꽃이 그려진 찻잔에 커피를 내왔다. 남자는 집을 보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들러준다고, 그래서 커피잔 세트 정도는 갖추어놓고 산다고, 말했다. 나는 잔 밑바닥에 상표가 찍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남자 몰래 떼어냈다. 유행이 한참 지난 꽃무늬 잔이었다.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잔들이 찬장에 있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아버지는 남자에게 눈이 내리지 않는 어느 나라에서 아버지와 비슷한 건물을 짓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어머니는 그런 사람을 언제 보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사람은 왜 그런 집을 짓고 있었죠?” 남자가 묻자 아버지가 식탁 위에 손가락으로 무슨 글자를 썼다. 남자가 그걸 보기 위해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그건 아버지가 처음으로 갖게 된 자전거의 이름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자전거를 깡패들에게 어이없이 빼앗긴 뒤에 아버지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 때마다 자전거의 이름을 빈 허공에 손가락으로 써보곤 했다. 세월이 지나자 버릇처럼 굳어졌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무 때나, 심지어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도, 손가락으로 자전거 이름을 쓰곤 했다. “아마 당신처럼 어머니를 잃었을 거예요.” 아버지가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별이 보이나요?” 어머니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해가 지는 것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나도 모르게 해가 지고 있네 하고 생각했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거실 한가운데 누웠다. “사실 전 늘 이렇게 자요.” 사실 남자가 탑처럼 집을 지은 이유는 아무리 해도 천장을 완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날마다 조금씩 안쪽으로 돌을 쌓으면 언젠가는 천장이 만들어지리라고, 그래서 비가 새지 않는 집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비웃지 마세요.” 남자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다. “이제 두어 번만 더 쌓으면 저 하늘과도 안녕이에요.”
아버지는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의 모습을 사진기로 찍었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는 아버지는 집 내부를 한 바퀴 돌았다. 마치 미술관에 온 사람처럼 아버지는 돌 하나하나를 구경했다. 어느 돌은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았고 어느 돌은 뒤로 한발 물러나 바라보았다. 남자가 미처 몰랐던 글자가 돌에 쓰여 있는 것을 아버지는 발견했다. 그리고 어느 유명 화가의 산수화를 닮은 돌무늬도 찾아냈다. “여기에 액자 틀을 만들어 걸어놓으면 좋겠는걸.” 아버지가 농담을 했다. 나는 갑자기 아버지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저 팔짱을 끼고 구경하다가 사진 몇 장을 찍는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녔던 것일까. 그럴 바에는 빵 봉지 이백 개를 모으는 게 더 그럴듯하지 않을까. 아버지가 이놈은 좀 이상하게 생겼네, 하고 입구 옆에 있는 돌을 가리켰다. 흰색 돌 가운데 동그란 갈색 얼룩이 보였다. “자세히 보라고. 돌 안에 다른 돌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아버지는 흰색 돌 가운데 갈색 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손끝으로 돌을 만져보았다. “정말. 무늬가 아닌가봐. 두 돌이 느낌이 다른데.” 나는 갈색이 아니라 노란색이었다면 저 돌의 별명을 계란프라이라고 지을 텐데, 하고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유치한 농담을 하는 아버지를 시시해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버지가 그 돌을 손바닥으로 탕, 탕, 두 번 쳤다. 처음 집에 들어섰을 때 남자의 웃음이 여러 겹으로 울려퍼졌듯이, 아버지의 손바닥 소리가 돌에 부딪치며 여러 겹으로 울려퍼졌다. 소리는 끊어지지 않고 울렸다. 그 집을 지은 수많은 돌들이, 그 조각들 전부가, 소리를 뱉어낸 것처럼. 그때였다. 맨 꼭대기에 있는 돌 하나가 거실 가운데로 떨어졌다. 누군가 리모컨 버튼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돌이 허공에 멈추었다. 분명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다 잠시 후, 아주 빠른 속도로, 돌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집이 흔들렸다. 나는 문에 등을 기댔다. 나가야지, 하는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늘에서 돌이 떨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신들의 발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는 그 기분이 너무 익숙해서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도저히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허리까지 차던 긴 머리를 자른 어느 날이 떠올랐다. 바람이 목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한기가 느껴져 어머니는 몸을 움츠렸다. 아마도 한여름이었을 것이다. 앞으론 평생 머리 따위는 기르지 않을 거야, 하고 중얼거리던 사춘기 소녀 시절을 생각하다가 어머니는 자신의 두 다리가 허공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버지는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의 모습을 사진기로 찍었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는 아버지는 집 내부를 한 바퀴 돌았다. 마치 미술관에 온 사람처럼 아버지는 돌 하나하나를 구경했다. 어느 돌은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았고 어느 돌은 뒤로 한발 물러나 바라보았다. 남자가 미처 몰랐던 글자가 돌에 쓰여 있는 것을 아버지는 발견했다. 그리고 어느 유명 화가의 산수화를 닮은 돌무늬도 찾아냈다. “여기에 액자 틀을 만들어 걸어놓으면 좋겠는걸.” 아버지가 농담을 했다. 나는 갑자기 아버지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저 팔짱을 끼고 구경하다가 사진 몇 장을 찍는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녔던 것일까. 그럴 바에는 빵 봉지 이백 개를 모으는 게 더 그럴듯하지 않을까. 아버지가 이놈은 좀 이상하게 생겼네, 하고 입구 옆에 있는 돌을 가리켰다. 흰색 돌 가운데 동그란 갈색 얼룩이 보였다. “자세히 보라고. 돌 안에 다른 돌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아버지는 흰색 돌 가운데 갈색 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손끝으로 돌을 만져보았다. “정말. 무늬가 아닌가봐. 두 돌이 느낌이 다른데.” 나는 갈색이 아니라 노란색이었다면 저 돌의 별명을 계란프라이라고 지을 텐데, 하고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유치한 농담을 하는 아버지를 시시해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버지가 그 돌을 손바닥으로 탕, 탕, 두 번 쳤다. 처음 집에 들어섰을 때 남자의 웃음이 여러 겹으로 울려퍼졌듯이, 아버지의 손바닥 소리가 돌에 부딪치며 여러 겹으로 울려퍼졌다. 소리는 끊어지지 않고 울렸다. 그 집을 지은 수많은 돌들이, 그 조각들 전부가, 소리를 뱉어낸 것처럼. 그때였다. 맨 꼭대기에 있는 돌 하나가 거실 가운데로 떨어졌다. 누군가 리모컨 버튼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돌이 허공에 멈추었다. 분명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러다 잠시 후, 아주 빠른 속도로, 돌이 바닥에 떨어졌다.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집이 흔들렸다. 나는 문에 등을 기댔다. 나가야지, 하는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늘에서 돌이 떨어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신들의 발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는 그 기분이 너무 익숙해서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도저히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허리까지 차던 긴 머리를 자른 어느 날이 떠올랐다. 바람이 목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한기가 느껴져 어머니는 몸을 움츠렸다. 아마도 한여름이었을 것이다. 앞으론 평생 머리 따위는 기르지 않을 거야, 하고 중얼거리던 사춘기 소녀 시절을 생각하다가 어머니는 자신의 두 다리가 허공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