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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양제과 면접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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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허구많은날 조회수: 239 작성일: 2006. 07. 02 IP: 201.22.200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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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눈팅만으로 님들의 정보를 낼름낼름 받아먹기만 하다가 얼마 전에 첫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해서 오늘은 제 면접 후기를 올려보려고 합니다. 평소 이곳 글들이 정보 전달이 목적인 만큼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들었기에 저는 보다 자유롭게 써보려고 합니다. 회원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작은 재미라도 드리고 싶은 바람입니다.
"갈 거요? 말 거요?"
타긴 해야 하는데 시선은 여전히 새에게 못 박혀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검은 새 한 마리가 왕복 8차선 도로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듯 방향을 잃은 듯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도착한 버스 앞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눈은 계속 그 새를 좇았다. 기사의 짜증 섞인 재촉에 재빨리 버스에 올라 서둘러 카드를 리더기에 갖다 대면서도 눈은 여전히 새를 찾아 바쁘게 움직였다. 다행히 새는 신호에 걸린 차들이 걸음을 멈춘 틈을 타 잠시 아스팔트로 내려앉아 있었다. 왜 날아오르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순간, 앰뷸런스 한 대가 사람을 죽이려는 듯 혹은 살리려는 듯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고, 새는 아슬아슬하게 자신을 빗겨가는 차 위로 잽싸게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너무도 급격히 방향 전환을 하는 새의 종이 궁금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검은 새가 아니라 검은 봉지였다. 날고 있는 게 아니라 날리고 있었던.
도착한 면접 대기실엔 이미 다른 지원자들이 모두 도착해 있었다. 모두들 준비해온 자료들을 읽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한 명은 입으로 중얼거리며, 또 한 명은 펜으로 밑줄을 그어대면서, 나머지 한 명은 조용히 눈으로 읽으며 면접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고등학교 시험 시간이 떠올랐다. 한 과목 시험이 끝나고 다음 시험이 시작되기 전 10분이라는 시간은 말이 쉬는 시간이지 실상 마지막 공부 시간이었다. 앞서 친 시험의 답안을 맞춰보는 데 2~3분을 할애하면 담당 교사가 들어와 시험지를 나눠주기 직전까진 모든 학생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이었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지원자들은 바로 그때와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듯 보였다. ‘보고 있는 것 다 덮고 눈감아!’ 선생님처럼 한마디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그들과 같은 학생 신분임을 깨닫곤 조용히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김현수씨는 아무것도 가져온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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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원성도
2009 <작가세계 신인상> 소설 부문에 「독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대학 졸업 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강제적 일치를 고심하다가 공부를 더 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서사창작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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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자들을 인솔하는 인사과 직원의 물었다. “네, 그냥”이라고 말하자 뒷주머니의 지갑과 안주머니의 핸드폰이 존재를 무시당해 기분이 나쁜 듯 뚜렷한 촉감을 전해왔다. 어이없어 하며 나를 바라보는 다른 지원자들의 시선에서 도망치려 핸드폰을 꺼내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뭐하냐? 난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을 준비 중."
내용을 적고 수신 번호란에 누구 번호를 넣을지 머뭇거릴 때 인사과 직원이 외워둔 대사를 내뱉듯 입을 열었다.
"면접대상자 분들, 시간 다 됐습니다. 보시던 거 정리하시고 핸드폰 다 끄세요. 면접실 들어가셔서 함께 인사하시고 순서대로 앉으시면 됩니다."
순간 떠오른 익숙한 번호를 대충 찍어 누르고 전송을 확인한 뒤 핸드폰 기도를 엄지로 꾸욱 눌렀다. 생애 첫 면접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 황사가 심했던 날 오후. 이력서를 작성하다 성명, 주민번호, 학교-지방사립대, 학과-국어국문학과, 학점-2.4를 기입하고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초라함의 극치를 멍하니 바라보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을 때였다. 간만의 수신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듯 핸드폰이 미친 듯 사지를 떨어댔다. 그 꼴이 보기 싫어 냉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정훈 선배였다. 학과 술자리에서 자주 보긴 했지만 따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닌지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선배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아직 백수지?"
나는 돌려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다.
"네."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배는 자기 회사로의 입사지원을 권했다. 공채로 많은 인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팀에 결원이 생겨 한 명을 충원해야 하는데, 새로 도입된 직원 추천 제도를 통해 자신이 나에게 면접 기회를 줄 수 있단 얘기였다. 직원 추천 제도라는 것을 누가, 어떻게, 왜 고안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제도에 사회학적 진보성과 인류학적 평등주의에 대해 나는 입이 닳도록 칭찬을 해댔다. 통화를 끝내고서 선배와 함께 했던 수많은 술자리에서 행여나 그의 기분을 거슬리게 한 적은 없었는지 반성했고, 동시에 맘속에 있는 <기타 아무개> 폴더에서 그의 이름을 드래그해 <절친 지인> 폴더로 옮겨놓았다. 아무튼 오늘이 바로 그 면접 날이었다.
면접 전에 정훈 선배를 잠시 만났다. 선배는 면접 내용이 업무관련 지식보단 인성이나 상식 평가 위주로 진행될 거라 설명하고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라며 후배를 독려했다. 평소 폐광 마을의 전직 광부 인상과 녹조로 물고기가 전멸한 양식장 주인의 분위기를 소유한 나였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치밀한 연출을 통한 내밀한 연기가 필요했다. 힘이 들어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어깨를 펼치고,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뚜렷한 눈매를 만들고, 거만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소를 입가에 심은 뒤, 중저음의 자연스런 음색과 톤으로 선배 앞에서 시연을 펼쳤다.
"<안녕하십니까? 입사 지원자, 김현수입니다.> 어때요, 선배? 자신감 좀 실려 보여요?"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어정쩡하게 입을 벌려 이빨을 드러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추천이 실수였나 하는 표정 연기임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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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서 나와 면접실 문 앞에 다다르자 인사과 직원은 조연출이 배우들에게 입장 큐사인을 하는 냥 우리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우리는 이미 조명이 환희 비추고 있는 면접실 형태의 무대로 천천히 입장했다. 우리는 의자 앞에서 서로의 눈치를 보며 동시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제일 끝자리였다.
마주한 객석엔 두 명의 관객이 날카로운 형태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내가 감동시켜야 할관객들이었다. 둘은 누가 봐도 극과 극인 스타일이었다. 한 명은 이대팔 가르마를 가지런히 젤로 눌러 붙이고 각진 금테 안경에 하얀 민무늬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왁스로 손질한 머리에 캐주얼한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검정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먼저 이대팔 가르마가 입을 열고 관객답지 못하게 대사를 쳤다. 잠시 그들 역시 관객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반갑습니다. 저는 인사과 팀장이고 이쪽은 마케팅 팀장입니다. 아시겠지만 마케팅 팀원을 뽑는 자리라서 저희 두 사람이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지원자 분들은 모두 직원 추천 제도를 통해서 면접 기회를 부여 받고 이 자리에 오셨기 때문에 서류 심사가 유연하게 진행됐습니다. 때문에 지금 이 면접이 고용여부를 평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자, 왼쪽 분부터 간단하게 자기소개 하는 것으로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가 말한 면접관 각자의 소속과 그들의 외양의 완벽한 조화가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조금 우스웠다가 순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과 어울리는 역할을 맡은 것인지 맡은 역할에 자신을 맞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쪽이든 상관없이 그 완벽한 전형성에는 어떤 슬픔이 스며있었다. 한국에서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그런 전형적인 인간이 된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뻗어나가는 걸 막으려 잠시 그들에게 못 박혔던 시선을 빼내고 자기소개를 위해 준비해온 멘트를 곱씹었다. 입사 지원 배경과 개인적인 비전, 그리고 입사 후 포부 정도를 얘기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1번 지원자가 입을 열었다.
"연탄재,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존재였던 적이 있었느냐.
안녕하십니까. 연탄재같이 따뜻한 남자, 지원자 1번 박찬희 입니다."
주위를 샅샅이 뒤져도 어처구니는 없었다. 혹 이것이 첫 면접일 지라도, 아니면 지원 부서가 창의성을 중시하는 마케팅팀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듯했다.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의 자기소개가 지원 배경이나 입사 포부 혹은 가치관이나 비전 등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광고 카피라 하기에도 진부하게 느껴지는 <연탄재 같은 따뜻함>이 전부라니.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뚜렷했던 내 눈매가 어느새 심히 부담스럽게 부릅떠지고 두 눈알은 상황을 파악하려 바삐 구르기 시작했다.
"Marketing is not tactics. Marketing is analysis. 말케링은 천략이 아님니다. 말케링은 푼석임니다. 미쿡에서 말케링을 콩부했지만 초쿡 태한민쿡을 쌀랑해서 한국 기업에서 일하코 시푼 데이빗 정 입니다."
이번엔 혀 꼬부라진 애국심이었다. 뭔가 이상하고 잘못된 듯 느껴졌던 것이 그들이 아니라 나였음이, 지원자들이 자기소개를 하면 할수록 확실해져갔다. 내가 대사로 표현해야 하는 것은 내 가치관이나 비전 따위가 아니라 이미지였던 것이다. 이미지라는 개념이 제품이나 브랜드 혹은 기업 PR에 적용되는 것은 몰라도 입사 면접의 자기소개에까지 적용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드문 사회학적 의구심이 드는 순간, 어느덧 3번째 지원자의 차례가 되었다. 나는 급히 좌뇌와 우뇌를 번갈아 들락거리며 아이디어라는 놈을 찾기 시작했다.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고 코빼기는 더더욱 안 보였다. 아이디어란 놈은 언제나 꼭꼭 잘도 숨는다.
"준비된 지원자, 3번 김영학 입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면접관들이 앉아 있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 하나씩 나눠주고는 자리로 돌아와 우리에게도 그것을 나눠주었다. 명함이었다. 중양제과/국내 마케팅 팀/사원 김영학/ H.P 010-XXX-XXXXX 이 순서대로 적힌 진짜 같은 가짜 명함이었다.
"어릴 적 중양제과의 과자를 먹으며 느꼈던 행복을 이제는 제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귀사 외에는 단 한군데도 입사 지원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작년 수시채용, 올해 공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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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제과는 근래에 와서 인지도가 조금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대표 상품조차 보유하지 못한 그저 그런 제과 회사였다. 어릴 적부터 그가 먹은 과자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게다가 요즘 같은 취업대란에 이 회사 한군데만을 지원했다는 그의 말은 흔히 바람둥이가 의심 많은 연인에게 속삭이는 <오빠 못 믿어? 오빤 너밖에 없어!>라는 멘트만큼 진부하고 뻔한 거짓말처럼 들렸다. 그의 입술엔 묻어 있어야 할 반짝거리는 침 대신 부르트고 갈라져 빨간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피가 침보다 진하다는 건 명확한 사실인 듯했다.
면접관들에게 당사의 이름으로 된 명함을 만들어 내민다는 게 확고한 입사 의지를 보여주는 쇼가 될 수 있을지언정 자신의 인성과 역량 등을 표현하는 데에는 조금도 도움이 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이쿠, 3번 지원자께서는 준비성이 철저하군요. 상당히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거 같네요. 입사하기도 전에 이 정도 애사심을 보여주시면 우리가 부담스러운데… 하하하…"
인사과 팀장이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명함쇼가 준비성, 외향성, 적극성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로 평가 내려지자 나는 이것이 입사 면접인지 공채 개그맨 시험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인성과 역량에 관해 소개를 하려 했던 내 애초의 계획은 완전히 사라졌고 앞선 지원자들 보다 완성도 높은 이미지 퍼포먼스를 펼쳐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일단 합격을 해야 회사원이든 개그맨이든 될 수 있을 테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현수입니다."
장시간의 발언이나 대화가 아니라 단지 두세 마디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그것으로 상대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하는 경우엔 특별한 무기가 필요하다. 물론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남들보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선천적인 것이라 가진 자에겐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은 자는 차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학에 들어와 시작한 소개팅이 수십 번의 실패를 거듭하자 나는 내 화법을 분석, 연구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행에 역행하는 생김새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그것 역시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원죄로 덮어두고 화법에서 비책을 찾아야 했다. 치열한 자기반성과 연구 끝에 내가 발견해낸 묘책은 바로 말의 속도였다. 물론 빠른 쪽이 아니라 느린 쪽으로.
말의 빠르기를 판단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준은 음절 사이의 거리와 속도지만 내가 주목한 건 어절 사이의 속도였다. 음절 사이의 속도가 느리면 단지 말이 느린 것으로 인식이 되고 그건 우둔함 또는 미련함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절과 어절 사이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전혀 다른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집중력이다. 남들과 비슷한 속도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어딘가 다른 듯하며 그것과 더불어 느껴지는 묘한 여유와 가벼운 낯설음. 어절 사이의 거리와 속도 차가 만들어내는 이 이질감에 청자의 무의식이 거치적거림을 느끼고 의식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보지만 의식조차 원인을 몰라 갈팡질팡하는 사이, 그 틈에 진실어리고 감동적인 이야기 혹은 논리적이고 명석한 견해로 청자의 의식을 매료시키는 것이다.
이 직구처럼 보이는 슬로우볼 투구법을 익힌 후 연전연패에 허덕이던 내 소개팅의 승률은 3할 이상으로 수직 상승했다. 엄청난 무기인 냥 장황히 설명을 해놓고 고작 3할의 승률이란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도 있겠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선천적인 신체 조건은 1군은커녕 2군 경기 출전도 불투명할 정도로 최악임을 고려해주길 바란다. 여하튼 그 느림의 미학이 느껴지는 화속(話速)으로 나는 내 소개를 시작했다. 인사를 하고 이름 석 자를 내뱉자마자 입질이 왔다. 앞선 이들의 말이 만들어냈던 공기의 흐름과 미묘한 차이를 감지한 면접관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다. 그리고 주인공의 다음 대사를 애타게 기다리는 관객의 눈빛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훌륭했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철학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 그 말을 너무 맹신하는 바람에 학점이 낮습니다. 하지만 낮은 학점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누구보다 다양하고 치열한 경험으로 대학 생활을 채웠다고 자부합니다. 지원자 4번, 김현수입니다."
앞선 지원자들과 동일한 포맷을 따랐지만, 슬로우 볼로 관심을 집중시키며 제법 유머러스하면서도 그 출처가 철학 교수란 이유로 어떤 함의가 있을 듯해 보이는 어구를 인용하여 내 이력 중 가장 취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낮은 학점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동시에 경험의 다양성을 강조한 최적의 대사였다고 자신하며 살며시 미소의 뿌리를 넓히는 순간,
"굳이 말씀 안 하셔도 학점 보니까 알겠네요. 그래도 너무 놀았다는 생각이 안 드세요? 학점이 2.4라… 이건 뭐 학점인지 방어율인지 알 수가 없네요. 철학 교수님 성함이 혹시 선동렬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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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씨도 안 먹혔고, 교수님은 졸지에 전공을 바꾸게 되셨고, 내 3할 승률은 2.4방어율 구위에 눌려 무지막지한 헛스윙을 날렸다. 부우웅. 면접 시작 전 거만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가에 심어놓은 미소가 뿌리를 좀 더 넓게 내리려다 말고 그대로 일그러졌다. 물이 부족해서 말라비틀어진 건지, 물이 너무 많아 썩어 문드러진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소를 되살릴 만한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못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려 창문을 열었다가 강한 바람이 쓰고 있던 모자를 낚아채 저어 멀리로 데려가는데, 난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멍하니 그걸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차가 과속한 탓일까, 바람이 강한 탓일까.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면접은 계속 진행되었다. 인사과 팀장이 회사에 대한 배경 지식, 제과업에 대한 전망, 대학 생활, 교외 활동 등 기본적인 질문들을 지원자들에게 골고루 던져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잊을 뻔한 뭔가를 기억해낸 것처럼, 그리고 그런 사실이 못 견디게 즐거운 듯 미소 지으며 내게 물었다.
"아! 그런데 다들 경영학과 출신이신데, 김현수 씨만 전공이 국문학이시군요. 문학과 마케팅이 어떤 연관성이 있고,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뿌리째 뽑혀나갔던 미소를 다시 심지도 못했는데 인사과 팀장이 다시 한 번 번쩍이는 낫을 들어올렸다.
어릴 적부터 <꿈이 뭐니?, 장래희망은?>이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과학자, 변호사, 경찰 등의 단어를 발음하는 친구들이 마냥 신기했다. 과연 자신들이 내뱉은 그 직업이 정말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들이 그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을지를 어떻게 확신하는지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직업이 지닌 이미지만을 가지고 미래를 결정하기에 내겐 꿈이라는, 장래희망이라는 단어가 지닌 이미지가 언제나 더 무겁게 느껴졌었다.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나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자료집을 펼쳐놓고서 내 전공을 결정해야 했다. 당시 내 기준은 순결학과나 산업심리학과 같이 이름만으론 무엇을 배우는지 알기 힘든 학과들과 애니메이션학과, 노인복지학과 등 이름만 듣고도 무엇을 공부할지 뻔한 학과들로 나눠져 있었는데, 그 기준에서 국문학과는 애매하고 묘한 위치였다. 문학은 나에게 공부의 대상이라기보다 놀이의 대상으로 느껴졌고, <국문>학이니까 여타 외국 어문학과와 달리 언어를 공부할 필요도 없겠단 생각도 했었다. 대학 입학 이후엔 더 이상, 조금도, 절대 그놈의 공부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한 마음가짐과 가장 어울리는 전공이기도 했다. 국어국문학에 대한 당시의 내 억측과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고, 그럼에도 내가 얼마나 입학 전의 초심을 잃지 않았는지는 내 학점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입니다. 저에게 문학은 이 시가 말해주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 간극을 좁히고자하는 노력의 과정입니다. 어떤 면에서 마케팅도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사람인 이상 인문학적 마인드는 소통을 위한 효과적인 무기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학점은 낮지만 대신 다양한 독서 경험이 어떤 식으로든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시절 단 한 번도 문학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내 입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대사가 흘러나왔다. 순간 연탄재처럼 따뜻한 남자의 차가운 시선이 잠시 느껴졌다. 내가 시를 읊은 것이 자신의 독창성에 흠을 냈다고 느끼는 듯했다.
"그렇게 좋은 문학관을 가지신 분이 왜 일반 대중들의 소통에 집중하시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소통에 간섭하려고 하시죠? 책을 그렇게 좋아하시면 계속 책이나 읽으시지 마케팅은 왜 하시려는 겁니까?"
법대를 나왔다고 모두가 변호사나 판검사가 되는 것도, 사범대를 나왔다고 전부가 선생님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전공은 연관 분야에서 기초 지식이나 사전 경험으로서 좋은 밑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창의적 사고를 위한 경험으로서의 밑바탕이 되는 경우도 많다. 더군다나 모든 분야에 걸쳐 멀티태스킹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에서 직무와 전공 간 연관성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일면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내 입장과 답변이 정리되었고 그것을 소리로 만들어 내뱉으려 기도로 공기를 끄집어 올리는 순간, 입은 차분히 정리된 머릿속이 아닌 분노로 두근대는 심장과 직렬로 반응했다.
"취업을 해도 책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혹시 중양제과는 사칙으로 독서를 금지하고 있는 겁니까? 업무 시간 외에는 자기개발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오히려 장려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아니, 연관이 있다면 업무 시간이라도 책을 읽는 게 맞지 않습니까! 인사과 팀장님께서는 혹시 전혀 독서를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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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면접에서 구직자가 면접관에게 감히 내뱉을 만한 질문도, 사용할 만한 어투도 아니었지만, 후회는커녕 내 입술 주위엔 이미 약간의 냉소마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붉게 물든 인사과 팀장의 얼굴은 채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명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명도 최저의 검은색이 된다 할지라도 내 분은 쉽게 삭지 않을 듯 했다. 그때였다.
"푸하하하, 맞아, 맞아. 읽을 수 있지. 읽을 수 있어! 크흐흐. 취업해도 자기 개발을 위해선 독서를 계속해야죠. 김현수 씨 말이 맞아요. 푸하하하~."
별말 없이 조용히 면접을 지켜보던 마케팅 팀장의 최초의 반응이었다. 시종일관 유지되던 면접실의 엄숙한 분위기가 단박에 쫓겨났다. 날선 내 답변이 그의 옆구리를 긁어댄 건지, 인사과 팀장 낯빛의 확연한 변화가 그의 발가락을 간질어댄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숨이 끊어질 듯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인사과 팀장이 여전히 낮은 명도의 검붉은 얼굴로 못마땅한 듯 그를 흘겨봤다. 마케팅 팀장은 심호흡을 크게 하며 웃음소리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얼굴 한가득 묻은 웃음기도 지워버리려 안경을 벗고 세수하듯 두 손으로 얼굴을 몇 차례 쓸어내리고는 다시 안경을 꼈다. 세수 한 번으로 깨끗이 지워질 양은 아니었다. 군데군데 여전히 웃음이 묻은 얼굴로 그가 입을 열었다.
"흠… 자, 지금부터는 제가 마케팅 실무에 관련된 상식을 간단히 테스트 하겠습니다. 답을 아시는 분들은 손을 들고 말씀해주세요. 우선 마케팅에서 포지셔닝(Positioning)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보세요."
이후 약20분 동안 두 지원자의 팔들이 슈퍼맨 비행의 형상으로 자신감 있게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연탄재가 날아오르고 말케링이 날아오르고 다시 연탄재가 날아오르고. 그동안 나는 슈퍼맨이 아닌 클라크처럼 무기력하게 주먹만 움켜쥐고서 그 비행들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가슴을 풀어헤치고 에스 자를 드러내며 하늘로 솟아오를 기회는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면접 준비를 하며 마케팅 관련 참고서적을 몇 권 읽긴 했지만 경영학을 전공한 다른 지원자들 보다 빨리 팔을 들어 올릴 만큼 자신감이 느껴지는 질문은 하나도 없었다. 자기소개 때 대기권 밖까지 비행을 펼쳤던 명함쇼가 그 이후로 줄곧 나와 함께 땅위에 머물고 있단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정확치는 않지만 마케팅 팀장이 던지는 질문들 대부분이 용어의 개념이나 적용 사례 등 경영학 전공자라면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닌 듯했지만 명함쇼는 시종일관 나와 함께 연탄재와 말케링의 화려한 에어쇼를 묵묵히 감상했다.
"자, 업무 지식 테스트는 여기서 마치구요, 이번엔 마케팅 기획에 관한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공통 질문이니까 지원자 1번부터 순서대로 대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중양제과는 껌 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현재 롯데제과와 오리온제과가 껌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 가운데서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하기 위한 마케팅 기획을 한 번 말씀해보세요. 5분 정도 드릴 테니까 충분히 생각하신 뒤 준비가 되시면 1번부터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문 지식 없이도 대답 가능한 질문이었다. 20분간의 부동을 멈추고 처음으로 비상할 기회였기에 나는 바삐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면접관이 베푼 5분의 배려는 지원자 모두의 것임에도 1번 연탄재는 그 사실을 모르는 척 급히 손을 뻗어 올리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땅 위엔 남은 자들의 분노의 열기가 넘실댔다.
"제가 한 번 말해보겠습니다. 요즘은 소비의 가치를 존재의 가치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제품의 실질적인 가치보다 그 브랜드와 가격이 가져다주는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죠. 껌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비의 대상 중에 가장 저급한 물건일 수 있습니다. 가격적인 면에서는 진열장에 놓인 그 어떤 물건보다 값싼 제품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선 씹어 삼킬 수도 없는 먹거리입니다. 저는 이런 껌의 위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통에 이삼백 원하는 껌이 아니라 한 통에 이삼만 원하는 껌을 만드는 겁니다. 마트에서 그 껌을 카트에 담고 계산대 위에 그것을 꺼내는 순간, 타인들은 그 소비자를 부러워하게 되고 그는 그들의 시선에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명품 껌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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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던 그는 자신의 온기로 타인을 따뜻하게 감싸 안고 식어버린 누런 연탄재가 아니라 창고에 쌓인 채 단 한 번 온기를 느껴본 적 없는 검디검은 새 연탄 같은 놈이었다. 아니, 연탄을 구경이나 해본 적이 있을까. 기껏해야 무슨무슨 연탄구이 집에서 고기를 굽는 데 쓰이는 석쇠 밑의 연탄을 본 게 전부일지도 몰랐다. 순간 그가 하늘을 날 때에도 조용히 무릎 위에 얹혀있던 왼팔 손목에 차여 있는 까르띠에 시계가 슬쩍 나를 흘겨보았다.
"체가 한 번 말씀 트리겠어요."
애국심은 강하지만 한국말이 약한 말케링이 손을 뻗어 날아올랐다. (여기서 그의 꼬부라진 발음까지 옮기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어 그의 발언 내용만 옮기겠습니다. 카페 회원님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가 즐겨 씹으시던 껌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 향이 참 좋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느 날 우연히 식당에서 집어든 껌에서 그 맛과 향을 느끼고 할아버지를 떠올린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때부터 줄곧 그 껌만 사서 씹게 되었는데 그 껌이 바로 인삼껌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그 인삼껌에는 인삼 추출 성분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단지 맛과 향을 인삼과 비슷하게 하기 위해 특정 첨가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오늘날 중요한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웰빙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먹는 것 하나도 건강과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소비자 심리를 고려한다면 몸에 좋은 껌, 즉 웰빙 껌을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앞서 말씀드린 인삼껌에 진짜 인삼 추출물을 넣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미국에서 자란 그가 언제 할아버지의 인삼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지, 왜 수많은 미국 껌을 놔두고 구하기도 힘든 인삼껌만을 굳이 씹었는지, 취업 경쟁자로서 드는 못돼먹은 이런 의구심 때문에 말케링과 인삼껌은 전혀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그의 의견은 그럴 듯했다. 면접관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펜으로 뭔가를 끼적이는 시간이 명품 껌과 비교해 배는 길었다. 이제 3번 명함쇼가 날아오를 차례였기에 나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웰빙 껌보다는 못하더라도 명품 껌보다는 나은 껌을 만들어야 했다.
"4번 김현수 씨. 무슨 좋은 아이디어 없어요? 문학적 상상력 한 번 발휘해보시죠?"
인사과 팀장이 정상으로 돌아온 영상 상태의 낯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회복력이 기차게 좋은 낯이었다.
"3번 지원자 순서인데 제가 먼저 말씀드리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3번 분이 실망하실 수도 있고 뭔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요. 물론 앞선 지원자들의 대답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이러시면 순서를 무시당하고 차례를 맞이한 지금의 이 심리적 긴장이 제 대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합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3번이 말할 차례에 저를 시키는 겁니까. 제가 앞선 질문에서 단 한 번도 날아오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명함쇼 역시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명함쇼를 건너뛰고 저에게 답변의 순서를 넘기시는 이 불규칙의 저의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앞선 제 대답에 당황하신 건 이해합니다. 제가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 예의가 아니었단 생각도 했습니다. 그것과 관련해선 정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그러니까… 3번 순서니까… 3번이 하고 나서 그리고 제가 해야지요!!"
이런 간절한 뜻을 내포한 내 눈빛 연기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직 아무런 아이디어도 찾지 못한 상태였지만 입을 열고 대사를 쳐야 했다.
"어…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물론 구종은 다시 한 번 슬로우 볼이었다.
"껌이라는 것의 이미지 혹은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껌을 씹는 행위는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매체에서 다뤄질 때 부정적으로 그려집니다. 골목길을 지키고 삥을 뜯는 깡패들도, 몸을 팔아 살아가는 거리의 여자들도, 공교육에 반항심 가득한 깻잎머리의 여고생들도 모두 껌을 씹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상대방 과거의 행적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물어볼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 바로 <어디서 껌 좀 씹었냐?> 입니다. 구강청정의 기능이 분명히 있고 식후나 대화 전 껌을 씹는 행위는 하나의 에티켓이 될 수가 있음에도 누군가를 상대할 때엔 껌을 뱉는 것이 예의라고 모두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보편적인 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타인과 있을 때 껌을 씹는 행위가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는 긍정적 행위로 인식이 되게끔, 그렇게 껌과 껌 씹는 행위 자체가 에티켓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식이 변하게 된다면, 껌은 저절로 가격적인 면에서나 실용적인 면에서 진일보한 제품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중양제과의 매출이 뿐만 아니라 껌 시장 전체의 확장을 가져올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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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는 동안에 나 스스로조차도 이 외운 적 없는 대사의 진짜 주인이 도대체 누구인지궁금했다. 물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단상들의 즉흥적 변주임이 분명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껌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 변화를 통해 시장 규모 전체를 확장시킨다는 논리가 제법 그럴듯하게 느껴진 탓이다. 앞선 지원자들의 답변엔 간간히 머리를 숙여 펜으로 뭔가를 적던 면접관들도 내가 말하는 동안엔 그런 여유를 보여주지 못하고 시종일관 나를 응시하며 내 의견을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만족스러운 첫 비행을 마치고 망토를 휘날리며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자 인사과 팀장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어떻게?"
"네?"
"아니, 말씀하신 인식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거예요? 방법이 있어요? 어떤 껌을 만들어서 그렇게 한단 얘기예요? 김현수 씨는 질문의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신 것 같은데…"
물론 내 의견에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의 질문이 어떤 껌을 만들 것이냐가 아니라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한 마케팅 아이디어였다. 앞선 지원자들이 명품 껌과 웰빙 껌이라는 구체적인 제품상을 제시해서 질문의 처음 의도가 조금 변질된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내 답을 오답처리 하는 건 부당했다. 오답을 선언한 인사과 팀장의 입꼬리와 눈꼬리에 묻은 비웃음이 얄미웠다. 그때 마케팅 팀장이 입을 열었다.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
무엇에 대한 부정인지가 애매했다. 내 의견에 관해서인지, 내 의견에 대한 인사과 팀장 의견에 관해서인지. 힘껏 홈으로 달려 들어와 잽싸게 슬라이딩을 한 김현수 주자와 송구된 볼을 받아 글러브로 사정없이 주자를 태그한 인사팀장 포수가 동시에 심판의 판정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제가 보기엔 김현수 씨 의견 좋은데요."
세이프였다. 득점 인정.
"과자를 주로 취급하는 우리 같은 제과 회사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인식과 그 제품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먹거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요즘 특히 그런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건 사실입니다. 앞서 다른 지원자가 말한 웰빙 껌 같은 경우도 껌을 먹거리로서 긍정적으로 인식할 때에나 가능한 제품이고 마찬가지로 명품 껌이라는 아이디어 역시 부정적인 인식이 기저에 깔린 상태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아이템이죠. 껌 시장으로의 진입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김현수 씨가 말씀하신 소비자 인식 변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맞습니다. 소비 흐름을 파악하시는 눈이 무척 날카로우신데요."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게 이토록 고마운 맘이 든 적이 있었던가! 만약 면접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면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기리기리 모실 팀장님임이 분명했다. 다시 한 번 화면 조정상태에 들어간 인사과 팀장의 낯빛은 이번엔 푸른빛이 맴돌았고 송수신에 문제가 있는지 “에헴, 에헴”을 반복거리며 지직거렸다. 승진은 좀 늦게 하지 뭐, 김칫국이 시원했다.
내 답변이 야기한 논쟁으로 시간이 지연되어선지 3번 명함쇼에게는 답변의 차례가 가지 않았다. 자신을 어필할 중요한 기회임이 분명했지만 명함쇼는 굳이 나서서 기회를 회복하려 하지 않았다. 날아오를 수 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늘을 두려워하는 건 분명해 보였다.
"자 마지막 순서는 영어 면접입니다. 자 1번 지원자부터 집에서 여기까지 온 과정을 영어로 이야기해주세요."
인사과 팀장의 불편한 심기를 애써 모른척하며 마케팅 팀장이 면접을 진행시켰다. 선배에게 들어서 영어 면접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6년간의 영어 공교육을 착실히 수행한 학생이라면 영어로 말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공교육의 수혜자였기에 잉글리쉬 스피킹 따위가 가능할 리 만무했다. 그래서 나는 예상되는 몇 가지 질문의 답변을 미리 암기해온 터였다. 당연히 <집에서 이곳까지 온 과정의 기술> 따위는 내가 준비한 예상 질문 근처에도 다가온 적이 없었다.
연탄재가 입을 열었다. 미국식 주택의 벽난로까지는 아니었지만 연탄재 수준은 아니었다. 집 밖을 나와 몇 호선 지하철을 타고 어떤 역에 내려서, 다시 몇 번 버스를 타고 회사 근처에 내려 걸어왔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사용한 표현들을 재빨리 머릿속으로 업로드시키려고 노력했다. 지하철 노선과 버스 번호만 바꿔주면 대충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 수는 있을 듯했다. 말케링과 명함쇼의 대답을 듣고 조금 더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말케링이 방언을 시작했다. 중간 중간 들리는 유노(You know)라는 표현이 네이티브 스피커의 자태를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의 말을 단 한자도 옮겨 적을 수 없는 것에 대해 회원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아무튼 들리는 것이 없었기에 보충할 수 있는 표현도 전혀 없었다. 그나마 알아들은 유노(You know)란 표현도 내가 사용한다면 어휘 실력과 발음에 비추어 한복 아래에 신은 반짝이는 구두 격이 될 것이 뻔했다. 명함쇼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가 도와주지 않으면 나는 연탄재와 숫자 몇 개만 다른 이야기를 똑같이 내뱉어야 했기 때문이다.
"엄…엄…마…홈…엄…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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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Um)이 네 번 들어간 마이 홈 이즈(My home is)를 약 30초에 걸쳐 내뱉더니 명함쇼는 세차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잠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러더니 뭔가를 결심한 듯 힘차게 얼굴을 들어 올리고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제가 준비해온 거 하면 안 될까요?"
면접관들은 당황하며 서로를 바라보았고 인사팀장이 아직 썩지는 않았지만 쉰 냄새가 나기 시작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아… 예.” 하고 말했다. 명함쇼는 코가 막혔는지 쉰 냄새를 조금도 맡지 못한 듯했고 다행이라는 듯한 미소까지 살짝 곁들여 영어로 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굴러가는 혀끝엔 조금도 막힘이 없었고 외워서 내뱉는 대사란 것엔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명함쇼에게는 명함쇼가 전부였던 것이다. 마케팅에 관한 지식도, 독창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도, 기본적인 영어 실력도 전혀 없었다. 다만 면접이 끝난 뒤에는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할 가짜 명함만 한가득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말케링과 명함쇼에게서 아무런 것도 건지지 못한 나는 결국 노선과 번호만 달리하여 연탄재 성대모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 김현수씨는 이번 크리스마스 계획에 대해서 한 번 말씀해보세요."
이건 집념이라고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 끊임없이 나를 당황시키려는 인사과 팀장의 노력은 무서웠다. 도대체 내가 그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내 스펙이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일까. 그들과 다른 전공이 문제일까. 혹시 나를 추천한 선배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람 싫어하는 데 이유가 없다는 그런 이유일까. 앞서 이미 3명의 지원자가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고-엄밀히 말하면 두 명이지만-그러는 동안 준비할 시간이 남들보다 길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 표현에서 앞선 지원자가 사용한 표현을 감점 처리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면 애초부터 네 명 모두에게 각기 다른 질문을 했어야 옳은 것이 아닐까. 아니, 다른 건 다 제쳐두자. 태양이 작열하는 7월 여름날에 5개월이나 남은 크리스마스 계획을 물어보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고 어떤 의도란 말인가! 다시 한 번 구원의 눈길로 심판을 바라봤지만 이번에 그는 이 상황을 즐기려는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취업이 절실했지만 이 정도로 나의 입사를 반대하는 회사라면 구걸을 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I have no plan. That's all."
이번엔 인사과 팀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마케팅 팀장은 아웃을 인정하듯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면접은 끝이 났다.
객석의 관객들은 관람평을 작성하기 위해 여전히 자리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고 네 명의 배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콜을 하듯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천천히 무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악의 연기였고 절망적인 첫 공연이었다. 면접실을 나오자 면접 전 우리를 인솔했던 인사과 직원이 면접비라며 하얀 봉투를 하나씩 건넸다. 40분가량의 구직자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일당은 2만원이었다.
"어, 면접비 없다고 들었는데 있었네요. 우리 이걸로 저녁이나 함께 먹으러 갈까요. 아까 오다보니까 숯불갈비집이 있던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잖아요."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연탄재가 신나하며 말했다. 연탄구이 보다 숯불구이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좋죠. 그런데 모르는데 가지 말고 제가 아는 해물요리집이 근처에 있는데 어때요? 거기아귀찜이 기가 막혀요. 거기서 저녁들 드시면서 소주나 한잔하죠. 면접관새끼들 생각하면 소주 한잔해야 될 것 같은데."
면접 내내 경직되었던 혀를 달래려면 매운 음식과 소주가 필요하겠지. 유쥬얼 서스펙트란 영화에서 증인으로 취조를 받던 절름발이가 경찰서를 나서며 서서히 정상인의 걸음으로 변해가던 장면처럼 말케링의 혀는 어느새 한국인의 그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면접연기대상이란 게 있다면 남우주연상은 무조건 그의 몫이었다.
"아, 예, 뭐, 저는, 좋습니다…"
명함쇼는 면접이 끝났음에도 한결같이 의기소침한 모습과 목소리로 대답했다. 몰입된 감정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건지, 아니면 원래 연기가 어색한 사람인지 애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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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면접실 즉흥극에서 보여준 모두의 연기가 너무나 가식적으로 느껴졌고 나는 그들의 눈을 쳐다보기도 부끄러웠다. 하물며 술을 함께 마신다니. 그들은 자신들이 보여준 모습이 실제가 아닌 연기라는 생각에 전혀 수치심이 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볼 거 다본 사이에 생기는 무슨 연대감 같은 감정이라도 느끼는 것인지 서로를 쳐다보며 대화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도저히 그들과 저녁을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들을 뒤로하고 조용히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1층이 가까워지자 꺼두었던 핸드폰 가슴팍을 살짝 눌렀다.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듯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더니 아직 졸린 눈을 껌벅이며 메시지 수신을 알려왔다.
"뭐하냐? 난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을 준비 중."
면접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내가 과연 옷을 벗고 알몸으로 서 있었는지,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 무대 의상을 겹겹이 껴입고 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로서 내가 그들에게 보여줘야 했던 것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이 보기 원한 모습이었을까. 뭔가 그들에게 보여주긴 했는데, 도대체 내가 보여준 것이 나, 김현수이긴 했는지, 김현수의 일부이기라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세상은 명도와 채도를 조금 달리하고선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검은 봉지 같은 새 한 마리가 하늘 높은 데서 날고 있었다. 슬프도록 부러운 지독히 아름다운 비행이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면접이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무쪼록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었으면, 아님 작은 재미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청년백수 여러분, 취업하는 그날까지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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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6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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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꿈이다: 소설 쓰고 있네. 인사팀장 말대로 전공 살려서 책이나 읽고 글이나 써 병신아.
▶ 너나나나: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공들여 쓰신것 같은데. 전 유익하고 재미있기만 해요.
▶ 왕매너남: 자의식만 출렁대는 쓰레기 같은 글 어디에 도대체 유익과 재미가 있는지 말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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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꿈 접으세요. 국문학도가 이정도면 재능은 없다고 봐야 될 듯. ㅡㅡ;;
▶ 왕매너남: 니가 뭔데 남의 꿈을 접어라마라야!!! 어린놈의 새끼가 버릇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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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직시: 저도 지방사립대 국문과 출신인데, 취업이 어려울까요, 소설가가 되는게 어려울까요...쿨럭...
▶ 초딩만세: 너무 슬픈 현실이네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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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전된무대: 글이 전혀 안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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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장난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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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참: 실례가 안된다면 면접 함께 보신 분 중에 누가 합격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걸 알아야 도움이 될 거 같은데;;;
▶ 나도그게: 졸라 궁금궁금
▶ 글쓴이: 면접 다음날 저를 추천한 선배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결과야 어찌 됐든 기회를 준 선배한테 감사를 표하는게 예의인 것 같아서요. 면접 과정을 대충 얘기해주고 있는데 선배가 미안한 말투로 어렵게 말을 하더군요. 자신도 면접 끝나고 알게 됐다면서. 김영학(명함쇼)을 추천한 직원이 사원이 아니라 회사 사장이라고요. 결말이 정해져있는 연극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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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삼성맨: 어이가 없군요. 구직자가 아니라 추천인을 위한 제도였던 거군요. 그런 정신나간 인간이 오너인 회사는 안 가시는 게 나아요. 차라리 잘된 것 같네요.
▶ 노동해방: 아이디나 바꾸고 처씨부리세요.
▶ 조국통일: 구직 사이트에서 노동해방은 힘들듯. 그리고 노동해방 입으로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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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안차: 네요. 무슨 이런 좆같은 결말이. 읽으면서 은근히 쥐뿔도 가진 거 없는 명함쇼와 그나마 나 자신을 동일시하며 측은하게 느꼈는데. 정말 기분 씹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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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장난 그만 치세요.
▶ 지나가다: 관리자님 뜬금없이 장난치지 말라니 무슨 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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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 그러게요. 명함쇼새끼 연기를 안하거나 못한게 아니라 할 필요가 없던 놈이었던거네요. 명함도 가짜가 아니라 진짜였겠단 생각까지 살짝;; 짜고치는 고스톱에 된통 당하신 듯. 역시 대한민국은 빽이란 말인가. 흑흑.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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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만세: 글쓴분 힘내세요. 좋은 경험 했다고 치셔야죠. 토다토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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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제과: 동방제과 신입사원 입니다. 중양제과 듣던 대로 개판이네요. 좆병신 같은 사장부터 찌질이 인사팀장까지. 중양제과와 동방제과 동시 합격하고 한 참 고민했었는데 글을 읽고 나니 동방제과를 택한 게 너무나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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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정: 야, 김현수 이 개새끼야. 실명 공개하고 이딴 글 쓰면 명예훼손인거 몰라!! 지가병신같이 면접 봐놓고 어디서 지랄이야. 너 내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할거니까 좆 될준비하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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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심장: 위에 관리자님 뜬금없이 장난치지 말라니 무슨 소린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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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왕: 이정도 길이의 글이면 쓰시는 데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은 걸렸을 거 같은데, 그럴 시간에 다음 면접 준비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엔 취업에 뜻이 별로 없거나 뜻은 있더라도 노력은 전혀 안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태클 아니구요. 다만 한 번 정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글쓴이: 충고 감사합니다. 글 쓰는 게 취미라 쓰다보니 저도 모르게...^^;; 님말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첫 면접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체크하고 보완하는 중입니다. 이번엔 출판사 한곳에 지원을 했는데 서류 통과만 되면 제대로 면접을 봐서 하루 빨리 저도 이 지긋지긋한 백수 신세를 탈출하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재테크왕님도 좋은 결실 맺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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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장난 그만 치세요.
▶ 순진무구: 관리자님, 무슨 장난을 말씀하시는 건지를 말씀하셔야 될 듯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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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정: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관리자님도 고소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김현수 잘 들어라. 중양제과 대표이사, 박찬희씨, 김영학씨, 그리고 내가 공동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넣었다. 이제는 찾아와서 빌어도 소용없다. 이렇게까지 된 거 모두 너 때문이란 것만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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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점점: 심각해지는 듯 보이네요. 글쓴분 고작 면접 후기로 법정까지 갈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웬만하면 사과하시죠. 실명거론은 일단 님 잘못이 큰 것 같고. 사이트 관리자님에게까지 피해를 드리면 안 될 것 같네요. 잘못하면 이 사이트가 폐쇄될 수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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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저는 단지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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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확인 결과 글쓴이(닉네임:허구많은날)의 IP와 이곳에 달린 총27개 리플(관리자 리플 제외)의 IP가 동일합니다. 글쓴이가 여러 닉네임을 사용하여 리플을 단 것 자체는문제가 되지 않지만 게시판 특성상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여 제가 앞서 세 차례 자제를 당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되는 글쓴이(아이디:허구많은날)의 자작극놀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조사한 바로 면접후기에 등장하는 제과회사는 존재하지도 않는 업체로 확인 되었습니다. 문학사이트가 아닌 취업사이트인 만큼, 더군다나 면접후기란인 만큼 허위 내용은 절대 허용될 수 없기에 글쓴이는 이미 강제 탈퇴처리하였고, 이 글은 빠른 시일 안에 삭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좀 더 빨리 진실을 확인하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말도안돼요: 그럼 이 면접 후기와 리플이 전부 한명이 꾸민 이야기란 말이에요!?!?;;;;;
▶ 불신지옥: 관리자라는 당신도 의심스럽군요. 당신은 글쓴이와 동일인이 아니라고 어떻게 믿죠?
▶ 뫼비우스의띠: 끝나지 않는 소설이라. 후덜덜;; 정녕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다는?.
▶ 결국결론: 은 한가지네요. 이 글이 삭제되지 않는 한 장난은 계속된다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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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계』 2008년 겨울호, 통권 79에서 전재. 2009 <작가세계 신인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