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 동안, 4000여 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선고 받은 형기의 합이다. 수십 년 전부터, 매년 500여 명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감옥에 수감되고 있다. 그들은 왜 감옥으로 가야했을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예비적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 으로 군사훈련 참가를 거부한다. 한국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권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은 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수감되고 있다.
“이기적인 자식들. 누구는 오고 싶어서 온 줄 아나?” TV에 나온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보고 군대 후임이 했던 말이다. 현역 군인들이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것은 맞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단지 이기적인 마음으로 자신의 의무를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양심을 지키면서도 의무를 다하는 방법으로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대체복무제는 병원 등의 공익시설에서의 근무로 병역을 대체하는 제도이다. 대체복무제 희망자가 늘어나 현역 군인으로 입대할 인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편치 않은 환경과 조건에서 현역복무보다 더 긴 기간 동안 근무해야한다면 그런 ‘꼼수’를 부리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군사적 긴장이 높은 이스라엘, 중국과 대치하는 대만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대체복무제로의 병력이탈이 문제가 된 사례는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권의 영역에 속한다는 생각은 전 세계적으로 점차 보편적인 인식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유엔은 여러 차례의 결의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가 시민의 권리임을 인정하였고, 한국에게도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G20 국가를 둘러보아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수감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내게는 이상하게 느껴지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자신의 신념은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비록 나와는 다른 신념이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그토록 절실한 문제라면, 가능한 그들이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한 인권의 보장이야말로 민주사회의 핵심가치일 것이다.
2013년 11월 수행된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 사람은 21%에 불과했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에 찬성한 사람은 68%로 상당히 높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동의하진 않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징역으로 처벌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안보를 튼튼하게 지켜야할 휴전국가인 동시에,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해야할 민주공화국이다.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대한민국이 보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가 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다. 6000년의 수감생활이, 개인의 양심에 부합하고 국가에 이바지하는 대체복무생활로 바뀔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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