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중요한 것은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가 우리의 사회 제도에도 굳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법률 제도는 감정이 인간에게 내재하는 동물적 본성의 일부이며 합리적 사고에 기초한 통제가 없을 경우 어리석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행동을 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예컨대 의학 분야에서 분노의 건강 효과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분노라고 부를 만한 특정한 신체 변화가 있다는 가정에 입각해 있다. 자폐 범주성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진단을 받은 아동과 성인을 포함해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안면 배치facial configuration[안면 구성요소들의 배치 - 옮긴이 주]를 바탕으로 특정 감정을 인식하는 법을 가르치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기술이 향상된다고 기대한다.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는 이처럼 확고한 지적 전통에서 탄생했고 우리 문화와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이 견해가 결코 진실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는 수도 없이 많다. 100년 이상의 과학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감정을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신체 지문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피험자의 얼굴에 전극을 부착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 동안 안면 근육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측정했던 과학자들은 어마어마한 다양성에 직면했을 뿐이며 거기에서 일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신체와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다양성을, 즉 지문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뿐이다. 당신이 분노를 경험할 때, 혈압의 급상승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당신이 공포를 경험할 때, 역사적으로 공포의 중추라는 이름표가 붙은 뇌 부위인 편도체amygdala가 관여할 수도 있고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고전적 견해를 일부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공한 수백 가지 실험이 있다. 그러나 이 증거를 의심하게 만드는 수백 가지 이상의 실험도 존재한다. 내가 보기에 합당한 과학적 결론은 단 하나다. 감정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은 실제로 무엇인가? 과학자들의 고전적 견해를 한쪽으로 제쳐놓고 그냥 데이터만 살펴보면, 감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설명을 떠올리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의 감정은 내장된 것이 아니라 더 기초적인 부분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감정은 촉발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감정을 만들어낸다. 감정은 당신의 신체 특성, 환경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달하는 유연한 뇌, 이 환경에 해당하는 당신의 문화와 양육 조건의 조합을 통해 출현한다. 감정은 실재하지만, 분자나 뉴런이 실재하는 것과 같은 객관적 의미에서 실재하지는 않다. 오히려 감정은 화폐가 실재하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실재한다. 다시 말해 감정은 착각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의 합의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