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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기억은 인간의 머릿속에 남거나 역사의 형태로 논의되고 기록된다. 건축 환경은 단지 건물이 들어서고 사용되고 파괴되는 과정과 관련된 사건들을 물질적으로 상기시키는 촉매에 불과하다. 우리가 돌멩이에 부여하는 의미와 기억은 인간이라는 행위자로부터 생겨나 돌멩이 속에 남는다. 물론 이 기억들은 시험을 거치며 시간에 따라 변한다. 이는 언제나 계속되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과정이다. 집단 기억에 대해 말할 때 나는 개인의 기억은 모두를 아우르는 집단 기억의 파편이라고 한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알박스의 주장보다는, 같은 프랑스 학자인 조엘 칸도와 폴 리쾨르의 주장을 따른다. 칸도의(나의) 관점에서 집단 기억이나 공동 기억은 사회적 기억이 제공한 틀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개인의 기억으로부터 나온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얼마간의 균일화가 일어난다. 건축물을 포함한 과거의 재현에 대한 공유된 기억과 그에 따른 공유된 태도가 생겨나는 것이다.
- 로버트 베번, 『집단 기억의 파괴』, 나현영 옮김, 알마, 2012, 20~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