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크 박사는 앞으로 우리가 ‘집단 착각collective illusions’이라 부르게 될 현상을 탐구한 최초의 학자 중 한 사람이다.* 집단 착각이란 한 마디로 사회적 거짓말이다. 어떤 집단의 구성원 중 다수가 특정한 의견을 거부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런 판단을 내리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정확하게) 넘겨짚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가 바로 집단 착각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다들 원한다고 착각하는 답을 따르기만 할 경우, 결국 모든 이가 아무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향할 수도 있다. 집단 착각이 만들어내는 흑마술인 셈이다.
집단 착각의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안데르센이 1837년 발표한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떠올려볼 수 있다. 독자 여러분도 아는 이야기다. 허영심이 강한 임금님에게 임금님을 위한 멋진 옷을 마련했다며 사기꾼 두 사람이 찾아왔다. 사기꾼들은 그 옷이 매우 아름답지만 오직 똑똑한 사람들의 눈에만 보인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 누구도 멍청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지는 않았기에 다른 모든 이들이 사기꾼의 장단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옷은 심지어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결국 임금님은 거의 벌거벗은 채 위풍당당한 태도로 마을을 가로질러 행진하기 시작했고, 그때 한 소년이 나타나 진실을 말하면서 주문은 깨진다.
* 지금까지 학자들은 이와 비슷한 현상을 ‘다수의 무지pluralistic ignorance’로 불러왔지만 이 개념은 부정확할 뿐 아니라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집단 착각에 빠진 개인들은 집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 않는다. 알고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알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무지가 아니라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