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서적에 대한 서평을 살펴보면, 대체로 칭찬 일색입니다. 숭고한 덕성을 추구하는 종교에 날카로운 논리적 비판은 그다지 덕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겠지요. 그로 인해 종교 서적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서평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기현의 서평은 이런 점에서 세간의 서평과 확실하게 구별됩니다. ‘공격적 책읽기’라고 할 때 그가 뜻하는 바는 단지 비난이나 힐난이 아닙니다.
공격적 책읽기란 한마디로 찬반을 분명히 하는 읽기요, 글쓰기이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다. 여기서 공격적 혹은 비판적이라는 단어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태도를 말한다. 즉 읽은 책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 의해서 판단을 유보하든지 자신의 관점과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이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읽기는 저자와 독자의 성장을 방해한다.
서평의 근간이 되는 비판이란, 맹목적인 반대가 아니라 명확하게 가르는 겁니다. 비판critique의 어원인 헬라어 ‘크리네인’의 원래 의미가 “분류하고 분리하고 구별하다”, 즉 가른다는 뜻입니다. 의사가 병세가 악화된 환자의 소생 가능성을 판단하고 생과 사의 경계를 가르는 것이지요. 삶과 죽음에서 확장된 구도인 옳음과 그름을 가리는 것은 자연히 옳음에 대한 긍정과 더불어 그름에 대한 부정을 포함합니다. 그 옳음을 바르게 인정해야 그름을 제대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는 비판의 전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