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서의 굉장히 중요한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는 17세기 과학혁명의 시대였습니다. 이때 우리 인식의 여러 가지 전환들이 이루어졌죠.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그 가운데 ‘과학의 수학화’에 속하는 현상과 발견이 많았습니다. 이 중 ‘페르마의 원리’가 대표적입니다.
…페르마의 원리는 최적 시간, 그러니까 빛이 운동할 때, 빛의 경로를 택할 때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최적화 또는 최소화라고 표현합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최단 거리라는 것을 빛이 ‘알고’ 간다는 것인데, 어떻게 빛이 ‘아느냐’. 이 문제는 철학적인 용어로는 텔로스Telos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텔로스는 목적, 본질이라는 뜻입니다.
…페르마의 원리는 1662년 편지 형식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 페르마의 원리를 목적성이 없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건 1678년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고 합니다. 설명 방식을 찾는 데 16년이 걸린 셈이죠.
이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해결한 것이 하위헌스의 원리Huygens' principle입니다. 이는 빛이 퍼져나가는 방향에 대해 설명한 원리입니다. 방 안에서 형광등을 켜면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서 방을 다 밝히듯이, 빛은 어느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위헌스의 원리는 한 지점에서 빛이 퍼져나가면, 그 퍼져나간 지점에서부터 또 동시에 사방으로 퍼져나간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정확히 따져보면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고 해도 가장 빠른 경로가 아닌 것들은 전부 다 서로 상쇄되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아까 말씀하신 물이 담긴 컵에 빨대가 휘어 보이는 원리가 이렇게 설명될 수 있군요. 파면에 의해 퍼진 빛은 물과 공기 중에서 각각 다른 속도로 눈에 도달하게 되고, 나머지 빛은 상쇄된다는 의미죠? 하위헌스의 원리는 페르마의 원리보다 좀 더 과학적인 설명처럼 들립니다. 설명 방식에 목적성, 즉 텔로스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위헌스의 원리는 그냥 빛이 무작위로 어느 점에서든지 퍼져나간다고 말할 뿐이죠. 좀 더 현대적인 의미의 과학에 가까워진 셈입니다. 페르마와 하위헌스는 같은 현상을 두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