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내 마음’이라고 할 때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마음’, 즉 외부의 집단정신(집단의식)과 반드시 같은 것이 아님을 안다. 더 나아가 우리 마음속에 ‘내’가 모르는 더 깊은 마음인 무의식이 있음을 안다. 내면세계란 곧 이 무의식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외적 인격─페르조나를 가지고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는 것처럼 우리의 내면세계에도 외적 인격과 매우 대조되는 태도와 자세, 성향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내적 인격이라 부른다. 아니마 · 아니무스는 바로 이 내적 인격을 말한다. 내적 인격은 자아가 내면세계와 관계를 맺는 징검 다리와 같은 것으로서, ‘나’와 무의식의 더 깊은 층을 이어주는 매개자이다. 외적 인격이 외부세계와 ‘나’를 이어주는 것처럼 내적 인격은 하나의 맺음의 기능이다. 아니마 · 아니무스가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이면서 집단적 무의식에도 속하기 때문에 무의식의 더 깊은 전체정신의 중심으로 인도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중략] 아니마는 한마디로 남성 속의 여성, 아니무스는 여성 속의 남성을 말한다.
- 이부영, 『아니마와 아니무스』, 한길사, 2004, 30-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