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랍어의 ‘오이코스’에 어원을 둔 생태학이라는 말은 18세기까지만 해도 ‘가계(家計)’라는 의미로만 사용하였다: 즉 가사(家事) 혹은 ‘집에 대한 교의’이다. 그러던 것이 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경제행위가 복잡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경제학’으로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체들간의 관계에 대한, 또 이들이 속한 환경에 대한 관계를 탐구하는 생물학의 인접학문인 생태학이 되었다(중략)... 여기서 생태학에 대한 하나의 명쾌한 정의를 내려보기로 하자! 우리는 이를 “복거(卜居)와 섭생의 원리”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복거와 섭생의 원리는 단순한 본능적인 욕망의 법칙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옛날 사람들은 복축(卜築), 치생(治生), 복식(服食), 보양(保養)하는 데 일정한 원칙을 세워두고 이 원칙에 따라 살았으니, 그것이 바로 ‘자연성의 원리’, 즉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원리이다. 복거와 섭생의 바탕은 자연에 있다. 혹은 ‘자연하는 데’ 있다. (47-8쪽)
2.
생태철학은 이성철학의 ‘구조변경’ 위에서만 가능하고, 이 구조변경은 ‘이성 말고 다른 무엇’으로 인간과 인간을 구성하는 자연을 설명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므로 생태철학은 지금까지의 모든 철학, 특히 ‘자연철학’에 정면으로 대립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철학은 의식과 의식의 주체의 이분법적 구조 속에서 관찰자 이외의 모든 ‘대상’에 대한 지식을 추구한다. 여기서는 명백히 ‘인간화된 자연’이 대상이 된다. 이성의 자율을 자연 본래의 가치와 결합하고자 노력하는 자연철학은 우리 시대의 근본적인 결함을 노정하고 있다. 생태철학은 이와 반대로 ‘의식적 존재’가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자연존재가 주체이면서 자연의 자연성”을 문제삼는다. (23쪽)
- 구승회, 『에코필로소피』, 새길, 1995.
(*) 구승회: 현재 윤리문화학을 연구하는 한국의 인문학자. 저서로 『에코필로소피』, 『아나키, 환경, 공동체』, 『생명의 위기-21세기 생명윤리의 쟁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