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저(低)인지(hypocognition)’라고 하는데, 필요한 생각, 즉 한두 단어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교적 단순하고 고정된 프레임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략] ‘저인지’라는 개념은 1950년대 타히티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인류학자 밥 레비는 심리치료사로서 뒤늦게 인류학 연구에 뛰어든 사람입니다. 그는 왜 타히티에는 그렇게 자살률이 높은지 의문을 풀고자 연구를 시작했고, 타히티어에 ‘슬픔’이라는 개념을 지닌 단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들도 슬픔을 느끼고 경험하지만, 그것을 이름 붙일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그것을 정상적인 감정으로 여길 수가 없었습니다. 슬픔을 치유하는 의식도, 슬픔을 위로하는 관습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절실히 필요한 개념을 결여했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높은 자살률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유나영 역, 삼인, 2006, 61쪽.
(*)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 1941-): 미국의 인지언어학자. 정치적 논쟁을 인지언어학의 맥락으로 분석 및 재편하여 효과적으로 자유/진보주의를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납득시킬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