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장류는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기도 하다. 어미는 없더라도 같은 우리에 다른 새끼 붉은털원숭이 서너 마리를 넣어주면 상당히 정상적으로 자라난다. 새끼일 때는 비참한 시간을 보내지만 - 서로에게 절실히 매달리는 것을 보면 적어도 비참해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 일 년 정도 지나면 결국 정상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비극이 반드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 자연의 순리는 아니다. 아기들(혹은 어른들)을 비참하게 만든 것이 꼭 장기적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만족스러운 상황이 내일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엄마는 있지만 또래는 없이 자란 원숭이들은 어릴 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지만 나중에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우리에 갇히면 심각한 문제를 보인다. 할로 부부에 의하면, 친구 없이 자란 원숭이들은 “다른 원숭이들과 같이 놀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며” 사회적 행동에서도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다(완벽히 고립되어 자란 원숭이가 가장 비정상적이었다).
엄마는 친구를 대신할 수 없지만 친구는 때로 엄마를 대신할 수 있다. 이는 원숭이가 아닌 인간의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60년 전(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가 소개한 가슴 아픈 사례를 통해 실증되었다.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여섯 명의 아이들 - 남자 셋, 여자 셋이었고 모두 서너 살 정도였다 - 이 전쟁이 끝날 무렵에 구조되어 영국의 유치원에 보내졌는데, 이때 안나가 아이들을 연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이들은 모두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부모를 잃었고, 수용소에서 몇몇 어른들의 돌봄을 받았지만 그 어른들도 모두 죽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끝까지 함께하며 살아남았다. 이 집단은 그 어린 시절의 혼돈 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안정감의 조각이었다.
안나 프로이트가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마치 작은 야만인 같았다.
유치원에 도착한 첫날, 아이들은 유치원에 있는 모든 장난감과 가구들을 망가뜨렸다. 교사들에게는 차가운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극도의 적개심을 보였다. …화가 나면 어른들을 때리거나 물거나 침을 뱉었다. …소리를 지르고 비명을 지르고 욕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을 향한 태도였을 뿐, 서로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였다.